사실 예전엔 틸다 스윈튼의 외모가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눈코입이 크고 뚜렷한 미인들이 각광을 받았고 그녀의 밋밋한 몸매 또한 글래머들 틈에 가려져서 잘 보여지지 않았으니까요. 이천 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녀는 갈피를 잡지 못한 헤어스타일로 우왕좌왕하고 있었습니다. 2003년 개봉한 ‘영아담’에서는 마치 HOT의 문희준을 연상시키는듯한 가르마진 앞머리와 일부만 남겨 놓고 귀 뒤로 꽂은 모습에 지금의 틸다 스윈튼의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또 2005년작 썸석커에서는 중학생 같은 생뚱 맞은 짧은 단발머리로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2006년작 ‘스테파니 데일리’에서 전형적인 단발머리를 연출하며 출연하긴 했지만 이 때에도 지금의 매력은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틸다 스윈튼은 유독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배우입니다. 전형적인 영국 미인처럼 보이는 그녀이지만 부스스한 배드 헤어와 조금만 진한 화장을 해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그녀의 모습은 있는 그대로의 여배우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여러 독립 영화에 출연하며 작품성이 있는 영화라면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배우게 된 그녀는 2005년 출연한 상업영화 ‘나니아연대기’에서는 머리인지 깃털인지 알 수 없는 기다란 머리카락을 날리며 초원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연기했습니다. 또 ‘브로큰 플라워’에서는 잊혀진 네번째 여자친구의 역할을 정리되지 않은 웨이브 헤어와 함께 연출하며 사랑을 받기도 했고 ‘줄리아’와 ‘케빈에 대하여’를 통해서는 삶에 찌들어가는 모습을 연기하며 갑자기 늙어버린 외모로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틸다 스윈튼의 외모가 점점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마이클 클레이튼’을 통해서였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제80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때부터 그녀의 헤어스타일은 자리를 찾기 시작했고 세련되게 커트 되어진 머리는 그녀만의 매력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캠브리지 대학을 졸업한 수재다운 지적인 분위기도 갖게 되었지요. 그녀의 패션 스타일 또한 과거의 정제되지 않은 룩에서 깔끔한 정장으로 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1993년작 ‘올란도’를 통해 주연급 배우로 발돋음한 이후로 가장 여성스럽고 매력적인 모습을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붉은 빛이 도는 헤어 컬러와 새하얀 피부는 앙상블을 이루며 그녀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게 돕습니다. 2008년도 영화 ‘번애프터리딩’에서는 바람둥이 경찰의 내연녀를 연기한 모습에서 그녀의 또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틸다 스윈튼은 현재 명품 하우스들의 러브콜을 받는 패셔니스타이자 스타일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녀의 지적이고 명석한 두뇌와 더불어 망가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연기를 향한 열정과 우아하고 기품 있는 외모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게 된 그녀의 발전된 모습 덕분일 것이다. 그녀 스타일의 정점을 찍은 영화 ‘아이엠러브’에서 아들의 친구와 바람이 나는 역할을 맡긴 했지만 외모에서만큼은 절대적인 현모양처의 분위기를 자아내며 그녀만의 빛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쭉 그어놓은 듯한 콧날과 날렵한 입술, 창백한 피부와 대비되는 우아한 웨이브 헤어는 그녀에게 따뜻한 분위기를 선사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여배우의 모습으로 완성시켜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