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와 제네시스 틈새를 노리는 현대 AG는 고급 준대형차 라인업에 또 하나의 선택을 더한다. 비싼 차가 수익이 많다는 비즈니스 마인드로 봤을 때 바람직한 조치다. 비슷비슷한 고급차의 라인업은 일본 토요타 크라운 계열의 복잡한 제품군을 떠올린다. AG의 성격은 판단하기에 애매한 면도 없지 않다. 그랜저와 나란히 전시된 AG는 같은 크기에 같은 급으로 보인다. 모양만으로 볼 때는 그랜저보다 나을 것이 없었다. 쏘나타에 크롬 가득한 프런트 그릴을 단 차처럼 보이기도 한다. 테일램프는 어딘가 기아 K7 같아서 아랫급 차에 크롬을 잔뜩 달고 더 비싼 차라고 하는 듯한 난감한 기분마저 들었다. 수직으로 곧추선 프런트 그릴을 보면 디자이너가 아닌 영업부서에서 만든 차인가 싶었다. 그래서 더욱 AG가 그랜저보다 50밀리미터 길고 제네시스보다 30밀리미터 짧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이슈다. 그러니 오버행이 길어도 문제될 것 없다. 

그랜저가 너무 스포티하게 나와서 좀 더 보수적인 고객을 위한 차라고 하는데, 패스트백 디자인의 AG 역시 스포티하다. 차라리 AG가 노치백이었다면 개성이 뚜렷해서 새 모델을 추가하는 의미를 더했을 것이다. 결국 AG는 연공서열을 따지는 조직사회에서 윗사람 눈치 보며 차를 고를 때 선택할 차로 여겨진다. 과거 기아 콩코드를 비롯해 많은 아랫급 대형차들이 이런 역할을 맡았었다. 짐작건대 승차감은 말랑말랑할 것이다. 모터쇼에 나온 AG는 실내도 공개하지 않았다. <모터 트렌드>를 읽는 카 마니아라면 별로 관심 가는 차가 아니다. ‘부산모터쇼에 나온 새 차’라는 의미가 AG의 무게를 말하는 듯하다. 

미국형 미니밴 기아 카니발은 국내시장에서 독보적이다. 상용차 냄새가 짙은 스타렉스와 또 다른 영역이다. 카니발은 양쪽으로 달린 슬라이딩 도어, 바닥으로 들어가는 3열 시트 등 미국 시장의 미니밴이 요구하는 조건을 철저하게 따른다. 미국 미니밴은 그들만의 정해진 룰에 한 가지라도 부족하면 안 될 것 같은 내용과 옵션이 요구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카니발은 어딘가 토요타 시에나를 닮아 보이기도 한다. K5 마스크로 치장한 신형 카니발은 멋지고 완벽한 차로 거듭났다. 

다만 국내형 미니밴이 미국형과 다른 것은 시트 배치다. 국내형의 뒷자리는 많은 의자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전근대적인 국내 법규가 좋은 차를 망친다. 9~11인승 차라면서 2열과 3열 가운데 자리는 헤드레스트나 3점식 안전벨트가 없다. 4열은 발 공간이 부족해 아이들이 앉기도 쉽지 않다. 안전이나 편의성에서 제대로 된 차가 아니다. 우린 언제까지 이런 차를 만들어야 하는지 답답하다. 세월호 사건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때는 바야흐로 2014년이다. 9인승 이상만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탈 수 있고 11인승은 세금이 싸다는 등 국산 미니밴을 보호하는 원시적인 법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되었다. 정당하지 않아서다. 

카니발은 수입차와 차별을 두는 9인승, 11인승 시트 구성을 버려야 한다. 하나의 제안을 한다면, 6명 이상 탄 모든 차가 고속도로 전용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7인승 수입 미니밴은 물론 3열을 갖춘 SUV도 6명 이상 타면 달리도록 할 것을 제안한다. 6명은 적은 숫자가 아니다. 단, 유리창을 검게 틴팅한 차는 제외한다. 버스전용도로를 달리는 차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고, 철저한 단속으로 6명 이상 탄 차만 달리도록 한다. 지금처럼 검은 유리 속에 홀로 앉아 달리는 국산 미니밴은 정당하지 않다. 거의 모든 미니밴이 6명 이하로 달리는 불법 아닌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국산 미니밴도 국제 기준에 맞는 7~8인승으로 만들어 안전하고 떳떳한 차로 거듭나야 할 때다. 법이 그렇다 해도 기아자동차가 먼저 나서서 “우린 고객의 안전을 위해 그런 차는 만들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는지 궁금하다.

현대 AG의 출시는 바람직한 조치다.하지만 차 자체의 성격은 판단하기에애매한 면이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