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귀여운 뱅 스타일 앞머리에 깔끔한 단발 머리를 하고 있다 하더라도 크리스틴 특유의 ‘쎄한’ 분위기는 어린 시절에도 어쩔 수 없이 드러납니다. <패닉룸>에서 크리스틴의 엄마 역할을 맡았던 조디 포스터와는 여전히 친분을 과시하며 가장 닮고 싶은 배우로 꼽기도 하고, 불륜 스캔들로 힘들어 할 때도 그녀를 찾아가 위로 받기도 하며 현실에서도 엄마와 딸 같은 관계로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당뇨를 앓으며 집안에 무단으로 침입한 사람들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공포로부터의 탈출을 보여주는 이 영화를 통해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어리지만, 엄마를 도와 지혜를 발휘하는 영특한 사라를 연기합니다. 지금의 모습과 거의 변화가 없는 얼굴은 어린 나이의 귀여움보다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어린이의 표정을 하고 있어 더욱 매력적입니다. 특히 크리스틴의 매력적인 코는 이 때에도 변함이 없었네요.

사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미인들의 외모와는 어딘지 모르게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다른 여배우들이 지미추의 하이힐이 어울린다면 크리스틴은 나이키 운동화에 티셔츠를 입었을 때 진정한 멋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편안하고 자유분방한 모습이 어울리는 그녀는 영화 <런어웨이즈>를 통해 자유분방한 세계를 꿈꾸는 밴드의 실화를 다루고 있으며 다코타 패닝과 동성애를 즐기는 모습도 보여지는 파격적인 연기를 하기도 했지요. 또 실제 모델인 존 젯으로부터 락앤롤 레슨을 받기도 하며 실존 인물과 가장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기도 합니다. 이런 의외의 모습들이 크리스틴의 매력을 더욱 배가 시켜주는 게 아닐까 싶네요. <웰컴 투 마이 하트>에서는 위험한 스트립 걸이라기 보다는 한 노부부와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주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강렬한 다크 스모키로 변신했지만 왠지 연약하고 위태로워 보이는 것은 모든 이들이 크리스틴의 청초한 매력도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트와일라잇> 시리즈 때문입니다. 트와일라잇과 뉴문을 거쳐 브레이킹 던에 이르기까지 17세 소녀에서 엄마가 되기까지의 여성을 연기한 이 소녀의 모습으로 세계적인 팬층을 거느린 스타로 도약하게 되었지요. 햇볕을 사랑하는 청순하고 아름다운 17살의 벨라는 전세계 남성들의 마음은 물론이고 뱀파이어의 마음까지 빼앗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간과 뱀파이어와의 결혼으로 위험한 존재를 임신하게 되고 이는 늑대인간인 퀼렛 족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까지 놓이며 또 한번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이어가게 됩니다. 이때부터 자연스럽게 웨이브 진 긴 갈색 머리는 크리스틴의 대명사가 되기도 합니다. 기존의 역할들이 단발 머리나 펑키한 스타일로 여성성을 드러내기보다는 개성 있는 크리스틴의 외모를 표현해주었다면 이제부터는 자연스럽게 흩날리는 긴 머리로 여자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지요. 아무리 진부하긴 해도 청순한 스타일을 연출하기 위해 긴 머리만한 아이템도 없는 것 같네요.

분명 우리가 기억하는 백설공주는 공주의 상징은 왕리본에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원피스를 입고 있었지만 크리스틴이 연기한 백설공주는 이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대중으로부터 그다지 좋은 평판을 받지는 못했지만 크리스틴이 연기한 백설공주는 충분히 인상적이긴 했습니다. 또 이 영화의 감독인 루퍼트 샌더스와의 스캔들로 세기의 불륜녀로 낙인 찍혔으니 크리스틴에게 이 영화는 어떤 의미로 남을지도 궁금합니다. 이 영화에서 화려한 패션을 선보인 샤를리즈 테론과는 반대로 갑옷의 단벌로 출연하여 철갑 속에서도 빛나는 자신의 외모를 자랑하기도 했지요. 긴 웨이브 헤어 속에서도 여전사처럼 땋아 내린 헤어스타일을 연출했을 때에도 트윙클 티가 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스캔들을 극복하고 안젤리나 졸리의 뒤를 잇는 새로운 여전사로 재탄생할지, 로버트 패틴슨의 가슴에 낙인을 찍은 세기의 악녀로 자리매김할지는 두고 봐야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