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쉼터, 북촌 한옥마을

LIFESTYLE 내 마음의 쉼터, 북촌 한옥마을

지친 일상에 한 박자 쉬어가고 싶을 때, 그렇지만 기차나 비행기를 탈 여력이 없을 때, 우리 가까이에 몸과 마음을 쉬게 해주는 장소가 있다. 다정한 기와가 빗물을 막아주는 곳, 꽃들이 담장과 지붕 위에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피어있는 곳, 우리나라 사람보다 관광객이 더 많이 몰려드는 곳, 바로 북촌 한옥마을이다.

2012.06.28

북촌을 소개하는 안내 책자와 북촌의 골목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말은 바로 ‘이곳은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입니다. 조용히 해주세요!’이다. 북촌이 다른 관광지와 다른 것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삶의 형태가 그대로 유지되며 우리의 일상이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란 사실이다. 사실 우리도 해외 여행을 나가면 가장 궁금한 점은 ‘그 나라 사람들은 과연 어떤 집에서 거주하고 있는가?’이다. 그렇지만 전세계적으로 흔한 아파트나 현대식 주택은 별 감흥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는 우리나라를 찾은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주거방식인 한옥이 2012년에는 어떤 식으로 전승되고 있는가가 가장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북촌에서는 관광객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이곳을 낯선 눈빛으로 바라보는 서울 사람도 볼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이지만 우리에게도 이국적인 풍경이기 때문이다. 한옥마을을 찾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려서 2번 출구로 나가 계속 직진만 하면 된다. 또 북촌의 지도나 표지판도 거리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처음가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북촌은 조선시대 양반들의 거주지가 형성되어 있었던 곳으로 조선시대부터 형성되었던 옛길과 물길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고, 1900년 이후부터 급속히 형성된 한옥들이 밀집되어 있어 우리의 옛흔적을 가장 자연스럽게 만나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현대적인 갤러리도 즐비하고, 각종 먹거리와 특색 있는 카페들도 생겨나고 있어서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이색적인 풍경을 볼 수도 있다.

한옥이 현대식 거주 방식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담장 안쪽에서의 삶뿐만이 아니라 담장 밖 골목길에서도 일상생활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골목에서 빨래를 널고, 곡식을 말리고, 아이들이 뛰노는 또 하나의 마당이 된다. 아파트가 집안의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벽은 물론이고 블라인드로 창문까지 막아 놓고 산다면, 한옥의 담장과 창문은 골목길을 향해 어깨를 드러내놓는 주거의 형태인 것이다. 물론 북촌의 한옥이 과거와 달라진 점도 많이 있다. 현재는 한옥을 대량으로 건설하고 있기 때문에 목재소에서 공급되는 표준화된 목재를 사용하며, 대청에 유리문을 달기도 하고, 처마에 잇대어 함석 챙을 다는 등 진화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 현대적으로 개조된 방식이 좀 아쉽기도 하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편리성 또한 역사의 발전과 함께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북촌 한옥마을에서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문화들을 직접 체험해볼 수도 있다. 김장을 직접 담아보고 한옥에서 사는 삶이 어떤지를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한옥 게스트하우스들은 관광객들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인기 높은 장소이다. 한옥마을에만 약 36개의 한옥게스트하우스들이 밀집되어 있다. 또 다양한 전통체험공방들이 1,000-2,000원 정도의 입장료만을 받으며 대문을 열어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요무형문화재인 한복려, 한상수 선생님은 물론이고 칠기 장인인 신중현 선생님과 전통매듭과 천연염색을 연구하는 조인순 선생님의 작업실을 볼 수도 있다. 소수의 사람이 공방을 찾아도 친절한 설명을 듣고 원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물론 북촌 또한 주말 나들이 장소로 이미 유명해졌기 때문에 주말엔 줄을 지어 걸어 다녀야 한다는 단점도 있지만, 평일에 이 곳을 찾으면 좀 더 고즈넉한 한옥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빽빽한 빌딩에 지쳤다면, 한옥마을에서는 한발자국 밟을 때마다 맑은 정신이 깃들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골목길을 다니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장인들이 기다리고 있는 다양한 공방을 직접 체험해보는 것도 우리나라 고유의 유산을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다. 물론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관광지인 중앙고등학교가 드라마 <겨울연가>에 배경으로 등장하며 일본 관광객들이 꼭 둘러보고 싶은 곳으로 급부상하며 북촌이 각광받는 관광지가 되었지만 한옥이 밀집되어 있는 이 이색적인 광경만으로도 우리 마음을 힐링해준다. 서울의 가장 진중한 멋을 만나보고 싶다면 북촌 한옥마을을 찾자. 가장 전통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깊이 깨닫게 될 것이다.

북촌의 특색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북촌 8경
북촌 1경 창덕궁 전경 돌담 너머로 보이는 창덕궁의 전경, 북촌문화센터에서 나와 북촌길 언덕을 오르면 펼쳐진다.
북촌 2경 원서동 공방길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가면 다다르는 골목 끝. 왕실의 일을 돌보며 살아가던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북촌 3경 가회동 11번지 일대 한옥 내부를 감상할 수 있는 가회동 11번지 일대.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여러 공방이 자리하고 있다.
북촌 4경 가회동 31번지 언덕 가회동 31번지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점. 수많은 기와 지붕과 함께 북촌 꼭대기 이준구 가옥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북촌 5경 가회동 골목길(내림) 밀집 한옥의 경관과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 적극적인 한옥지원사업으로 한옥이 잘 보존되어 있다.
북촌 6경 가회동 골목길(오름) 한옥 지붕 사이로 펼쳐지는 서울의 전경. 처마 끝 사이로 보이는 서울 시내 전경이 북촌 산책의 백미로 손꼽힌다.
북촌 7경 가회동 31번지 고즈넉한 분위기와 작은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소박한 골목. 주민들의 친근한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북촌 8경 삼청동 돌계단길 화개 1길에서 삼청동길로 내려가는 돌계단길. 커다란 암반 하나를 통째로 조각한 독특한 조경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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