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에디터 T. 저는 올해 서른 살이 된 대학교 강사입니다. 어리고 예쁜 학생들을 늘 대하다 보니 외모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미술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옷을 입는 것에도 신경이 많이 쓰인답니다. 미대에는 워낙 옷 잘 입는 학생들도 많잖아요. 아무튼 요새 굉장히 고민되는 일이 있어서요. 저는 대학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꽤 예쁜 편에 속했어요. 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여학생이었고 미팅이나 소개팅 등에 수없이 불려 다녔어요. 그런데 한 번씩 방학을 보내고 올 때마다 과 내에서 저의 미모 순위는 점점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의 성형수술 덕분이었죠. 처음엔 쌍꺼풀 정도로 시작하던 친구들의 수술 범위가 코에서 턱으로, 얼굴 윤곽으로, 가슴으로 옮겨가며 외모가 바뀌기 시작했어요. 친구들의 외모는 점점 업그레이드 되기 시작했고 제 외모는 점점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석사 때나 강사가 되고 난 후에도 제 주변의 여자들은 크고 작은 시술을 받으며 끊임없이 외모를 업그레이드 하더군요. 저는 시술은 물론이고 피부 관리도 받아본 적이 없어요. 그래도 자신감을 갖고 살고 싶은데 친구들이 점점 예뻐지는 모습을 보니 초조해지네요. 예전엔 예쁘다는 소리도 꽤 들었지만 지금은 그냥 평범보다 조금 나은 정도? 남자들도 제 외모 때문에 저에게 반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진 않은 것 같아요. 오히려 좀 알고 지내다 보면 성격이나 라이프스타일에 매력을 느끼고 다가오는 경우가 많죠. 근데 전 정말 예쁜 여자이고 싶거든요. 가르치는 학생들도 은근히 강사들의 외모에 대해 뒤에서 ‘지적질’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 때가 있어요. 친구들은 수술 한 번 할 때마다 만나는 남자의 수준이 달라진다고도 하더군요. 정말 솔깃했어요. 그래서 지난 주말에 성형외과 가서 견적도 받아보고 왔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저에게 “꼭 손을 대야 할 만큼 문제가 있는 곳은 없지만 조금만 손대면 얼굴이 훨씬 좋아질 것이다”고 하시더군요. 저…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걸까요? 지금은 정확히 반반의 마음인데 나중에 후회하고 싶진 않거든요. 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주세요! (K씨, 30세, 인천 남동구, 대학교 강사)

A. 요즘 미인은 두 종류로 나뉘지요. 자연미인과 성형미인! 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며 성형미인의 숫자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 가운데 자연미인은 희소성의 가치를 갖습니다. 하지만 자연미인으로 태어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그저 ‘자연인’일 경우가 훨씬 더 많으니까요. 제가 볼 때 K씨는 자연미인과 자연인의 중간, 그 어딘가쯤에 위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형수술을 할지 말지 정하기 위해서는 일단 본인의 마음부터 잘 살펴보는 것이 좋겠네요. 성형수술을 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에요.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인지, 학생들에게 잘 보이고 싶기 때문인지, 아니면 스스로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 위축되어 있기 때문인지를 살펴보세요.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이유 때문이라면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하는 얘기에 신경을 많이 쓰는 성격이라면 분명히 성형수술을 하고 난 후에도 남들이 자신의 성형수술에 대해 수군거리는 것 같아 스트레스를 받을 테니까요(게다가 한 연애 전문잡지의 설문 조사에 의하면 남자들은 성형미인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갖고 있더군요!).

하지만 나를 위한 성형수술이라면 좀 다를 수 있습니다. 늘 신경 쓰이는 콤플렉스가 있거나 외모 때문에 일이 안 풀린다는 생각이 든다면 성형수술도 인생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자기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지요. 또 사람들 앞에 나설 때 위축되었던 부분이 있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고요. K씨처럼 많은 사람 앞에서 시선을 집중시켜야 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면 꼭 나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남들 다 하는 얘기 말고 진짜 저의 속마음이 궁금하다고요? 저는 아름다움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는 플라톤이 말했던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이죠. 쉽게 말해 비율과 질서에 의한 외적인 아름다움이라고 볼 수 있지요. 비율에 맞춰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성형수술이 이 범주에 속하는 미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형미인인 여성들의 얼굴이 비슷하게 생긴 것도 얼굴의 황금 비율을 찾아가다 보니 모두 비슷해지는 거겠죠.

또 하나는 주관적인 아름다움이죠. 연예인들 중에도 처음에 봤을 때 탁월한 미인은 아니지만 보면 볼수록 은은하게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는 타입이 있지요. 예를 들어 공효진이나 김고은, 박신혜 등이 이런 범주에 속하는 연예인이라고 볼 수 있겠죠. ‘개성파’ 등의 이름으로 불리지만 매력 면에서는 성형미인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잖아요?

저는 남들과 같은 얼굴을 갖고 정형화된 성형미인으로 살기보다는 매력 있는 자연인으로 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교 1학년 때는 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큼 예뻤다고 하셨으니 분명히 매력 있는 얼굴일 거라 생각합니다. 본인만의 매력을 개발해보세요. 그리고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볼매’ 스타일의 여성이 되시길 응원합니다. 행운을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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