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에디터 T. 한 남자와 연애한 지 3년 되어가는 대학원생입니다. 남자 친구와는 학부 때 만났고요. 그는 저보다 다섯 살이 많지만 휴학, 군대 등의 문제로 졸업은 같이 했어요. 졸업 후 남자 친구는 회사에 들어갔고 저는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이때부터 크고 작은 싸움이 시작되었죠. 남자 친구는 번번이 “너는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힘든지 이해를 못해”라며 저를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요. 저도 저대로 쌓인 게 많았기 때문에 남자 친구를 이해하고 봐주기보다는 맞받아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던 중 설 연휴 기간에 문제가 발생했어요. 모처럼 남자 친구가 쉬는 날이라 저는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죠. 대학생 때처럼 하루 종일 같이 시간을 보내며 편안한 데이트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 때문에요. 남자 친구가 입사한 이후로 늘 시간에 쫓기는 데이트를 했거든요. 그런데 이게 웬걸, 연휴 전날 남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너무 피곤해서 그런데, 연휴에 집에서 좀 쉬면 안 되겠냐’는 거였죠. 저는 너무 화가 나서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조용히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습니다. 하지만 남자 친구는 다시 전화하지 않았죠.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 내내 무거운 마음을 안고 집에서 설 연휴를 보냈어요. 전을 부치는 내내 핸드폰을 힐끔거렸지만 그는 전화도, 문자도, 카카오톡도 보내지 않았죠. 페이스북에도 전혀 업데이트되는 내용이 없었고요. 그리고 오늘이 되었어요. 처음엔 화나는 마음으로 가득했지만 미안한 마음이 더 커지네요. 제가 먼저 전화를 끊은 것도 후회가 되고요. 저는 절대 남자 친구랑 헤어질 생각은 없거든요.

게다가 내일모레면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밸런타인데이잖아요. 이번 기회를 통해서 화해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혹시 좋은 아이디어 있을까요? 도와주세요, 에디터 T! (P씨, 서울 금천구, 24세, 대학원생)

A. 이제는 연애 참고서의 고전이 되어버린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쓴 존 그레이는 남자들의 동굴 이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남자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주변 사람들과 말하고 공감을 얻기보다는 홀로 동굴 속에 들어가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될 때까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저의 남편을 비롯한 많은 남성들은 정기적으로 동굴 속에 들어가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이때 지혜로운 여자친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존 그레이가 당부하고 있는 것처럼 ‘남자가 동굴에 있는 시기에는 절대 남자를 괴롭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럼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유부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남자가 동굴에 들어가 있기를 원하는 상황이라면 그냥 놔두는 편이 낫다고 보여지네요. 3년간 만난 사이라면 짧은 기간 본 것도 아니고 지금 헤어질 생각이 아니라면 앞으로 더 긴 인생을 함께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냥 인생 길게 보시고 지금의 상황에 너무 연연해하지 않는 편이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더 좋을 것 같네요. 결혼 생활 역시 서로를 무덤덤하게 바라봐줘야 하는 시간들이 필요하거든요.

남자 친구는 지금 당신과의 관계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있을 거예요. 어쩌면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게다가 사회 초년생인 남자 친구는 지금 인생의 커다란 바다 하나를 건너고 있는 중일 것입니다. 여러 모로 복잡한 상황인 거죠.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며 응원해주는 여자친구가 된다면 남자 친구 분도 편안한 마음으로 직장 생활과 연애를 병행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밸런타인데이를 그냥 넘기는 게 서운하다면 회사나 집으로 짧은 편지와 함께 초콜릿을 보내는 것도 조심스레 권해봅니다.사실 기념일에 많이 싸우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여자의 기대는 너무 높고 남자는 별다른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이번만큼은 기념일을 무덤덤하게 보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네요. P씨의 등장 없이 마음이 담긴 작은 초콜릿만을 받게 된다면 남자 친구도 한번 웃고 넘어갈 것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편안한 밸런타인데이 보내세요.

★어떤 질문도 좋습니다. 생활 속에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면 bykim@kayamedia.com으로 질문을 보내주세요. 에디터 T가 정성껏 답변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