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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동물은 예측할 수 없다

길에서 만난 동물은 당신의 예측과 정반대로 행동할 수 있다. 동물은 자동차와의 충돌 같은 상황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8.09.19

 

나는 350마력짜리 경주차 조종석에 묶인 채, 강원도 산골의 어느 트랙을 달리고 있었다. 4단 풀스로틀로 내리막 구간을 가속하는 도중 5~6미터 높이에서 마주 보며 날아오는 참새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수평으로 날던 참새는 차 앞에서 느닷없이 급강하하더니 차 전면 어딘가에 부딪히고는 수직으로 튕겨 올라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트랙을 한 바퀴 더 돌아 같은 지점을 서행하면서 살폈지만 트랙 위엔 아무것도 없었다. 팀원에게 새와 부딪힌 상황을 설명하니 경주차 담당자가 흡기 그릴 쪽에서 깃털과 약간의 혈흔을 찾아냈다. 탄력 있는 배드민턴 라켓 같은 곳에 부딪혀 참새가 받았을 충격이 조금은 완화됐겠지만 충돌 당시 속도가 꽤 빨랐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처음으로 차에 묻은 핏자국을 보니 머릿속이 복잡하다. 부디 작은 부상만 입고 어디론가 날아갔기를 바랄 뿐이다. 


‘그 녀석은 왜 갑자기 급강하했을까’라는 궁금증은 유럽인 레이스 엔지니어가 풀어줬다. 당시 트랙 주변이 매우 저기압이었는데, 새들은 저기압일 때 지표면 위를 낮게 나는 성향이 있다. 해외 경주에서도 이런 날씨에 간혹 새와 부딪히는 사고가 일어난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한마디 덧붙였다. “절대 피하지 말고 그냥 부딪혀.” 동물의 안전 때문에 드라이버의 안전을 맞바꾸지 말라는 말이다. 


이번에도 강원도 산골이다. 하지만 속도가 아주 느렸다. 가족과 태기산의 가벼운 오프로드를 달리던 중이었다. 딱 차 한 대 지날 수 있는 노폭을 두고 좌우로 허리 높이의 수풀이 펼쳐져 있는데, 그 틈에서 토끼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걷는 속도에 가깝게 서행 중이어서 바로 차를 멈춰 세웠다. 뒷좌석에 앉아 있던 이든이도 토끼를 보고 눈이 동그래지더니 잔뜩 신이 났다. 뒤따르는 차도 없어 우리 가족은 멈춘 채로 한참 토끼를 관찰했다. 토끼는 좌우 수풀 사이를 정신없이 오가다가 길 한가운데 멈춰 섰다. 다시 몇 번 진로를 바꾸는가 싶더니 내리막길을 따라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토끼를 더 보여주고 싶었던 나는 토끼와 약 10미터 거리를 둔 채 슬금슬금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토끼가 느닷없이 방향을 바꾸더니 우리 차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예상치 못한 움직임에 급히 차를 세웠고, 토끼는 앞 타이어를 스치듯 방향을 바꿔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동물은 사람이 아닌데도 막연히 사람처럼 반응할 것이라 예상한 내가 문제였다. 


동물은 자동차와 부딪히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에 대한 경험도 가치 판단도 없다. 따라서 우리도 동물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다. ‘동물이 내 차를 봤으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틀렸다. 국도에서 갓길 위를 뛰어가는 고라니를 발견했다고 치자. 충분히 거리를 두고 지나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당신 앞으로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상향등을 켜는 것도 마찬가지다. 상향등 신호의 의미는 인간 세상의 관습이다. 동물들은 그저 눈이 부셔 길 한복판에 얼어붙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한밤중 가로등이 없는 구불거리는 국도를 지나는데 중앙선 너머에 넓적한 검은색 무엇인가가 떨어져 있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스쳐 지났지만 불현듯 까마귀나 고양이 사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지점이 급격한 코너여서 진입 전에 헤드램프 불빛으로 확인하기도 어려운 곳이다. 뒤늦게 장애물을 발견하고 운전대를 조작하다간 도로를 이탈하기 십상인 곳이라 다른 운전자들의 걱정이 앞선다. 


이럴 때 남을 배려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다시 유턴을 해서 해당 지점에 돌아가 다른 통행에 방해가 안 되도록 직접 사체를 치워주는 것일까? 안 된다. 야간에 도로 위의 동물 사체가 쉽게 눈에 띄지 않듯, 도로 위의 당신도 다른 이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차도상에 사람이 서 있는 상황이 제일 위험하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로드킬 신고다. 고속도로라면 1588-2504로 도로공사에, 국도나 지방도의 경우 해당 지역 번호+120번으로 신고하는 게 최선이다. 통행에 대한 통제와 작업자의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처리해야 한다. 마주 오는 차에게 수신호나 상향등으로 위험 요소에 대한 신호를 준다면 더 좋은 배려다. 분명 동물에게 쓰는 것보다 효과가 좋을 것이다. 

글_강병휘(자동차 칼럼니스트)

 

 

 

모터트렌드, 자동차, 자동차 칼럼, 동물은 예측할 수 없다

 

CREDIT

EDITOR / 강병휘 / PHOTO / 최신엽(일러스트레이션)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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