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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e-트론으로 파이크스 피크를 달리다?

아니, 내려갔다. 운전대는 잡아보지도 못하고

2018.09.19

 

우리나라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으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던 8월 첫 주, 난 섭씨 3도의 추위(?)와 강풍에 떨고 있었다. 해발 4300미터의 산 정상 파이크스 피크(Pikes Peak)에서다.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이라도 이름을 들어봤을 ‘파이크스 피크 힐 클라임’ 경주가 열리는 바로 그곳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운전대를 한 번도 잡아볼 순 없었다. 자동차 경주의 명소까지 꼬박 하루를 날아와서 자정에 도착하고, 다음 날 새벽 4시에 일어나 파이크스 피크 정상에 올라가고, 마지막 날 새벽 3시에 숙소를 떠나야 하는 고달픈 일정에서 내가 한 건 조수석이나 뒷자리에 타보는 것이 전부였다.  


이곳을 택한 이유와 이번 행사의 목적은 더욱 충격적이다. 이곳에 바로 세계에서 가장 긴 내리막길이 있기 때문이고, 행사의 목적은 ‘에너지 회수 실험’이다. 그래, 맞다. 지상 최대의 내리막길에서 에너지 회수 실험을 하기 위해 세계 각지의 저널리스트가 파이크스 피크에 모인 것이다. 언뜻 보면 어이없는 듯한 이 행사에 나도 다녀왔다. 하지만 행사는 절대 치기 어린 장난이 아니었다. 이들은 전 세계에 몇 대 없는 프로토타입을 넉 대나 가져와서 미국 번호판을 달고 실제로 도로를 달렸다. 각각의 프로토타입에는 주행 상황과 에너지 흐름을 무선으로 실시간 체크할 수 있는 전용 프로그램이 설치된 태블릿이 있었다. 그리고 그 기능 가운데에는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회수했는가의 누적값을 추적하는 에너지 회수 모니터가 포함돼 있었다.  


이 행사의 주최자는 아우디였고, 행사에 동원된 새 모델의 프로토타입은 아우디의 첫 순수 전기차 e-트론 크로스오버다. 내리막길이 31킬로미터나 이어지는 파이크스 피크는 오전 7시 30분부터 일반인의 통행을 허용한다. 따라서 동틀 무렵부터 이 시간까지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e-트론의 에너지 회수 기능을 실험하고 증명할 수 있다. 아우디가 자신들의 전기차 시대를 열어줄 e-트론을 이끌고 대서양을 건너온 까닭도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의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도 회생제동, 혹은 에너지 회수 모드가 있다. 그런데 아우디가 e-트론의 에너지 회수 능력을 굳이 보여주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는 능력의 차이고, 둘째는 에너지를 회수하는 과정의 품질이다. 순간 최고 출력이 300kW, 즉 408마력인 e-트론은 최대 220kW까지 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그러니까 모터 출력의 70퍼센트 이상을 다시 거둬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건 엄청난 능력이다. 31킬로미터의 파이크스 피크 내리막을 끝까지 내려가고 나면 주행거리가 오히려 31킬로미터만큼 늘어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던 아우디의 계산은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 ‘양’이 전부가 아니다. 회수된 에너지는 주행거리라는 계기의 그래프와 숫자로 나타날 뿐 실제로 달려보기 전에는 체험할 수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에너지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차 안의 승객들이 느끼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주행감각이 안정적인가다. 일단 에너지를 회수하기가 쉽다. 브레이크를 밟든, 회수 모드를 바꿔 강도를 높이든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의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 시스템은 에너지 회생 제동만으로도 0.3g의 제동력을 낼 수 있다. 이 정도면 일상생활의 90퍼센트 상황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탔던 e-트론은 29킬로미터를 내려가면서 단 12차례만 유압식 브레이크가 작동했다고 태블릿의 데이터가 알려줬다(사실은 이게 전체 꼴찌였다). 그것도 사진 촬영용 차 때문에 속도를 조절하느라 급제동을 한 경우가 절반 이상이었다. 파이크스 피크처럼 급한 내리막 와인딩에서도 물리적인 제동장치가 거의 필요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러니 버리는 에너지가 거의 없을 수밖에.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회생제동이 주행 안정성을 향상시킨다는 것이었다. 곧은 내리막에서는 최대한 뒷바퀴의 140kW짜리 대형 모터만으로 에너지를 회수한다. 엔진브레이크가 뒷바퀴에만 걸리는 셈이다. 뒷바퀴가 차를 뒤로 잡아당기면 차는 자연스럽게 직진 안정성이 커진다. 그러다가 굽은 길에 접어들면 앞바퀴의 125kW 모터도 일부 제동에 가담한다. 네  바퀴에 엔진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주행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후자는 아우디의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발휘하는 엔진브레이크 효과와 매우 흡사하다. 


아우디는 프리미엄 브랜드다. 그래서 그들은 에너지 회수의 양에만 집중하지 않고 그 질감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프로토타입인데도 매우 자연스러워서 이대로 출시해도 될 것만 같았다. 완성도와 질감에 투자하는 것이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닐까? 언뜻 이번 행사가 터무니없이 보였지만, 실제로는 최고의 조건을 찾아다닌 결과였구나 싶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우디는 미래에도 프리미엄 브랜드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모터트렌드, 자동차, 자동차 칼럼, 아우디

 

CREDIT

EDITOR / 나윤석 / PHOTO / 아우디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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