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자의 자동차 로버트 쿰버포드는 1982년 마르티니크를 만들면서 차체 소재로 나무를 사용했다. 1960년대 미국 드라마 <길리건의 섬>의 표류자들도 이보다 멋지게 만들진 못했을 거다.

가볍고 강하며 저렴하기까지 한 자동차 소재가 등장했다. 이 새로운 소재는 서부시대 포장마차 설계자에게도 익숙한 재료다. 자동차 분야에 새로 등장한 물질은 다름 아닌 나무다. 이제 티타늄, 탄소섬유, 고강도강은 잊어버리자.  

놀란 표정 짓지 마시길. 나무가 대시보드와 모건 자동차의 차체 프레임에만 쓰이는 일은 더 이상 없을 테니까. 메릴랜드 대학 연구진은 재생 가능하고 성장이 빠르며 이산화탄소까지 흡수하는 나무를 자연 상태의 나무보다 10배 더 강하고 단단하게 만든다. 강도는 강철에 버금가지만 무게는 6분의 1에 불과하고 비용도 많이 저렴하다(탄소섬유보다도 값이 싸다). 공식적인 이름은 ‘고밀도 목재’다. 

고밀도 목재를 만들려면 나무를 수산화나트륨과 황산나트륨이 함유된 고온의 용액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셀룰로오스 12퍼센트, 헤미셀룰로오스 73퍼센트, 그리고 리그닌 46퍼센트가 제거된다. 이어 고온의 탈염수로 화학물질을 제거한 뒤 원래 두께의 20퍼센트가 될 때까지 725psi의 압력과 100도의 온도로 가열 압착한다(나무의 성장 방향과 수직으로). 

나무에서 리그닌과 헤미셀룰로오스를 제거하면 다공성 세포벽만 남는다. 가열 압착은 살아 있는 나무에서 물과 영양분을 운반하는 루미나라는 관을 완전히 붕괴시킨다. 남아 있는 셀룰로오스 나노 섬유는 매우 정렬된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훨씬 조밀하게 압착된다. 이 상태가 되면 수산기 내 수소 원자는 서로 결합될 정도로 근접해 떼어내기가 어려워진다. 

어느 정도로 견고하냐고? 가열 압착 이후, 인장강도(나무가 부러질 때까지 면적당 어느 정도의 힘을 가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며 밀도에 따라 구분된다)는 4배나 증가한다. 강철과 알루미늄은 물론, 심지어 경량 티타늄 합금보다 약 1.5배 단단하다. 나무의 성장 방향으로 압착하면 그렇지 않은 나무보다 5.5배, 연강보다 더 강해진다. 

놀랍게도 고밀도 목재는 단단하고 긁힘이나 충격으로 인한 균열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보통 소재가 단단하면 부러지기 쉽다. 하지만 수소결합 처리가 된 목재는 천연 목재보다 10배 더 단단하면서도 부러지지 않는다. 긁힘에도 30배 강하다. 나무이기 때문에 습기의 영향을 받겠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에겐 도장이 있기 때문이다. 
메릴랜드 대학 연구원 리량빙 후는 고밀도 목재를 리벳이나 볼트로 연결하거나 접착제로 붙일 수도 있다고 한다. 압착의 결과인 마감과 단단함은 A급 도장 처리를 하기에 충분하며 외장 패널도 만들 수 있다. 합성수지가 없어 재생도 쉽다. 

물론 일부 참고해야 할 점도 있다. 금속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형태로 주조 또는 압연이 가능하다. 하지만 고밀도 목재의 내구력은 천연 나무의 가지와 몸통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따라서 압착 공정을 거치면 크게 휘거나 여러 형태로의 변형이 쉽지 않다. 후의 연구진에 따르면 고밀도 목재는 탄소섬유보다 저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시점에선 생산 주기가 길어 소량 생산에 적합하다. 또 다른 장점은 방탄 성능이다. 여러 장의 얇은 고밀도 목재판을 성장 방향과 수직으로 겹겹이 붙이면 가볍고 얇은, 거기에 가성비까지 좋은 장갑판이 된다. 바주카포까지는 아니겠지만 소총이나 권총 정도는 문제없어 보인다.   

이것만으론 흥미롭지 않다고? 이번엔 눈이 번쩍할 거다. 메릴랜드 대학 연구진은 자동차 분야의 또 다른 목재 기법을 보유하고 있다. 목재에서 리그닌을 없앤 뒤 메틸메타아크릴레이트를 주입하면 유리보다 강하고 절연이 뛰어난 투명 목재를 만들 수 있다. 자연분해성 나노셀룰로오스 박막은 계기반 렌즈의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고, 광자 박막은 배터리 응용 기술에서 장래성을 보인다. 메릴랜드 대학 연구진이 나무로 된 콘셉트카를 만들면 어떨까? 그럼 <오토모빌> 디자인 비평가 로버트 쿰버포드가 자신이 1982년에 제작한 목제 차체로 된 마르티니크의 후속작 개념으로 디자인을 맡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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