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이 숫자는 7월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씁쓸하게도 7월 한 달 동안의 모닝 평균연비다. 모닝의 연비는 차의 트립 컴퓨터가 아닌 주유량과 주행거리를 측정해 정확하게 계산한다. 그래서 리터당 7킬로미터밖에 달리지 못한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몇 가지 이유로 이런 충격적인 숫자가 찍힌 것 같다. 우선 철저히 도심에서만 탔다. 모닝의 주 사용 목적은 출퇴근이다. 주말에 타더라도 수원에서 서울만 오가기 때문에 연비에 유리한 정속 탄력 주행을 할 일이 많지 않았다. 정확히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7월 모닝의 주행거리 737킬로미터 중 600킬로미터 이상은 분명 도심 주행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시속 50킬로미터가 채 되지 않는 극저속 주행으로 말이다. 

개인적인 운전 습관도 이런 나쁜 결과를 부추겼다. 차가 잘 나가지 않는 답답한 마음에 급가속을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엔진 회전수 상승과 더불어 도로에 기름을 마구 쏟아부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제아무리 도심에서 과격한 운전을 반복했더라도 무게가 1톤도 되지 않고 3기통 엔진을 사용하는 경차의 평균 연비가 리터당 7킬로미터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6기통 엔진을 쓰는 요즘 독일차도 도심에서는 이런 연비를 기록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다른 원인으로 에어컨 사용을 들 수 있다. 자동차에서 에어컨을 사용하려면 컴프레셔를 작동해야 하는데, 컴프레셔를 돌리는 힘은 엔진에서 나온다. 배기량이 크고 힘이 넉넉한 엔진이라면 힘의 일부가 컴프레셔 작동으로 빠져도 큰 상관이 없다. 하지만 작고 여린 경차 엔진에서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힘 손실은 매우 크다. 여름철 경차로 언덕길을 주행할 때 에어컨을 꺼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힘 차이는 평지에서도 이어진다. 신호등 정지선에서 출발할 때부터 확실히 힘이 달린다. 변속기가 1단을 넘어 2단, 3단으로 이어져도 가속은 영 시원치 않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오른발에 힘이 더 들어가고 애꿎은 엔진만 비명을 질러대는 것이다. 하지만 연비를 높이자고 연일 35℃가 넘는 폭염 속에서 에어컨을 끄고 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쯤 되면 고속도로 통행료(출퇴근 거리가 짧아진 이 시점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어졌다)와 세금 몇 푼 아끼자고 경차를 선택한 게 한심하고 답답해진다.  

하지만 7월 한 달 동안 모닝이 나에게 준 것은 불만만이 아니었다. 뿌듯함도 느꼈다. 에어컨을 켜면 실내가 다른 차보다 빨리 시원해진다는 사실이다. 실내가 좁으니 에어컨을 ‘오토’ 모드로 몇 분만 작동하면 차 안이 금세 시원해진다. 그 후부터는 에어컨 바람 세기를 가장 낮은 단계로 놓아도 된다. 뒷좌석에 송풍구가 없어도 실내 전체가 빠르게 시원해진다는 건 어쩌면 경차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장점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여름철 경차가 힘이 달리는 현상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내 바람은 딱 하나다. 여름철 국산 경차를 타고 언덕을 오를 때 에어컨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불가능하다면 앞으로는 두 번 다시 경차를 선택하지 않을 거다. 앞으로 만날 여름은 지금보다 더우면 더웠지 선선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김준혁(회사원)

KIA MORNING PRESTIGE

가격 1597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해치백 엔진 직렬 3기통 1.0ℓ DOHC, 76마력, 9.7kg·m 변속기 4단 자동 무게 955kg 휠베이스 2400mm 길이×너비×높이 3595×1595×1485mm 연비(복합) 14.7km/ℓ CO₂ 배출량 111g/km 구입 시기 2018년 3월 총 주행거리 4889km 평균연비 7.0km/ℓ 월 주행거리 737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12만원(유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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