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코, 뒷바퀴에 껌이 붙으면 앞으로 달릴 수 없고 왼쪽 코너를 돌 때면 창문을 열고 땅을 짚어야 한다는 전설 속의 차다. 2017년 10월 구입한 차는 1996년에 만들어진 티코 SX, 흔히 슈퍼 티코인데 가장 상위 트림에 에어컨만 선택하고 고급 옵션이던 알루미늄 휠이나 수동식 선루프는 넣지 않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샀던 첫 차와 같은 연식, 같은 모델, 같은 옵션과 컬러까지 같다.

때는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6년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며 티코를 구입했다. 물론 그전에도 부모님의 차를 빌려 타곤 했지만, 내 명의로 산 차는 티코가 처음이었다. 사회 초년생이고 한 달 급여가 100만원 남짓이던 시절이라 자동차를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많이 돌아다녀야 했기에 차가 필요했다. 선수금 10만원을 내면 차값 전액을 36개월 할부로 지불하는 조건이었다. 월 할부금은 이자를 합쳐 15만원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덜컥 첫 차를 샀다. 을지로 어딘가의 대리점 앞에서 다소곳이 기다리고 있던 차를 만났던 때는 아직도 또렷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2년 동안 정말 열심히 탔다. 주행거리가 6만 킬로미터를 넘었다. 1년에 3만 킬로미터면 당시에도 많이 달리는 편이었다. 워낙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고 리터당 700원대였던 가솔린 가격도 시간이 날 때마다 전국을 돌아다닐 수 있는 이유였다. 게다가 그냥 차를 좋아하던 마니아에서 자동차 전문지 기자가 되고 나서 운전을 정식으로 배우기 위해 다녔던 여러 드라이빙 스쿨에서도 좋은 파트너였다. 비록 숫자로 보이는 출력은 형편없었지만 기어비가 짧고 8000rpm이 넘게 돌아가는 고회전 엔진과 함께 다른 차들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던 무게는 큰 재미를 주었다. 더욱이나 낮은 시트 포지션과 낮은 무게중심으로 핸들링 성능도 나쁘지 않았다. 날쌘 다람쥐와 같았다고나 할까? 드라이빙 스쿨 참가자들끼리 겨룬 짐카나에서 2등을 하거나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를 달린 첫 트랙 주행의 경험도 티코와 함께였다. 나에게는 자동차를 ‘조종하는 기계’이자 즐거움의 대상으로 만들어준 차이기도 했다. 

자동차와 관련된 일을 한 지 20년이 넘었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닫게 된 것이 2017년 초였다. 뭔가 기념이 될 만한 차를 알아보던 중 갑자기 만나게 된 차가 지금의 티코다. 중고차 사이트를 뒤적이다 부산에서 올린 매물 사진을 본 것이다. 차 안팎이 처음 출고 때와 완전히 같은 순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비록 사고는 있었지만 수리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출고 시기는 조금 다르지만 내가 샀던 차와 똑같은 게 결정적인 구매 이유였다. 그래서 실제 차를 확인하지도 않고 중고차값 150만원을 그대로 보냈다. 자동차 보험료는 1년 기준으로 약 25만원, 부산에서 서울까지 차를 실어오는 데 탁송비 20만원이 들었다. 차를 받자마자 일단 상태가 좋지 않던 냉각수를 교환하고 카뷰레터를 조정했다. 파란만장한 티코 복원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DAEWOO TICO 

가격 54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해치백 엔진 3기통 0.8ℓ SOHC, 41마력, 6.0kg·m 변속기 5단 수동 무게 620kg 휠베이스 2335mm 길이×너비×높이 3340×1400×1395mm 연비(복합) 24.1km/ℓ CO₂ 배출량 - 구입 시기 2017년 10월 총 주행거리 13만8500km 평균연비 15.0km/ℓ 월 주행거리 1500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냉각수 교환, 카뷰레터 조절 한 달 유지비 6만원(유류비), 10만원(수리비), 25만원(보험료), 20만원(탁송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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