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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작아서 좋아

푸조 208과 르노 클리오를 맞붙였다. 둘 모두 작은 차만의 매력에 충실했다. 옹골지되 밝고 경쾌했다. 하지만 승부는 작은 부분에서 갈렸다

2018.09.10

 

억지를 부릴 생각은 없다. 우리가 아무리 좋다고 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안다. 판매량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무슨 말이냐고? 소형차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20여 년간 국내에서 소형차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이젠 국내 자동차 회사마저 소형차를 팔지 않는다. 문제라고 말하거나 비난할 거리는 아니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수요가 줄고, 판매가 없으면 당연히 공급도 끊긴다. 그게 시장의 논리다. 각종 혜택을 등에 업은 ‘경차’와 ‘가성비’가 좋은 준중형차, 그리고 무섭게 치고 올라온 소형 SUV와 큰 차를 선호하는 소비자 성향 등에 치여 그렇게 소형차는 갈 곳을 잃었다.  


하지만 여전히 잘 만든 소형차는 존재한다. 오늘의 주인공인 푸조 208과 르노 클리오처럼 말이다. 생각보다 경제적이지 않은 경차와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않은 소형 SUV 사이에서 주목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소비를 하지는 않는다. 시장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이 둘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둘은 공통점이 많다. 차체 형태, 크기, 무게, 배기량, 출력, 토크 등이 비슷하다. 태생은 같다. 프랑스 출신이다. 하지만 성격은 꽤 다르다. 두 회사의 철학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엔진은 둘 다 1.5리터 디젤 터보며 208의 변속기는 싱글클러치 자동이고, 클리오는 듀얼클러치 자동이다.  

 

 

 

주행 품질 및 핸들링 
“프랑스 감성과 주행질감을 아주 잘 표현한 차들이 아닌가 싶어요.” 이진우 편집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 두 차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브랜드의 핵심 모델이다. 그만큼 주행 품질과 핸들링 완성도가 높고, 동시에 프랑스의 색깔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작지만 수준이 매우 높은 차들이다.  


하지만 두 차의 질감과 표현 양식은 확연히 다르다. 푸조 208은 ‘얌체공’과 같은 탄력이 장기다. 시승차는 GT 라인. 하지만 딱딱한 스포츠 서스펜션을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강하게 버티는 감각이 아니기 때문이다. 208은 상대방의 힘을 이용하는 영리한 ‘파이터’와 같은 구석이 있다. 이진우 편집장은 ‘발랄한 소녀의 느낌’이라고 했고 우리 중 가장 어린 박호준 에디터는 ‘불안하다기보다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탄력 넘치는 움직임을 나름의 방식대로 표현한 것이다.  


운전대를 좌우로 흔들어보면 앞바퀴가 상당히 민첩하게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전달된다. 그런데 사실 208은 민첩한 조향 응답성을 가진 차가 아니다. 운전대의 ‘록투록’도 거의 세 바퀴다. 즉, 스티어링 기어비는 길지만 지름이 작은 운전대가 민첩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기분 좋은 반응을 주는 운전대와 부드러운 서스펜션, 그리고 소형 해치백다운 가벼운 차체가 만나 208 특유의 조종 감각을 만든다. 앞뒤 바퀴 중 어느 하나가 이끄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보조를 맞춰가는, 소형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푸조 특유의 감각이다. 슬라럼이나 회피 테스트를 천연덕스럽게 해치우는 모습이 능글맞게 느껴질 정도다. ESC의 세팅도 상당히 정교하다. 전자장비의 개입이 거칠게 느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특히 승차감이 좋다. 208은 경쾌하지만 요철을 만나도 튀지 않는 차분함을 지녔다.  


반면 르노 클리오는 정공법을 택했다. 탄탄한 서스펜션과 ‘록투록’이 2.6회전에 불과한 스티어링을 바탕으로 민첩하고 명료한 조종 감각을 선사한다. 슬라럼과 회피 테스트를 해보면 208과 달리 앞바퀴의 탄탄한 접지력과 빠른 조향 감각을 중심으로 조종 성능을 만드는 것이 느껴진다. 뒷바퀴도 이런 템포에 맞춰 아주 잘 따라온다. 감각이 명료하고 앞바퀴에만 집중하면 되니 이해하기 쉽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안정성은 소형차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가진 힘을 모두 사용해 고속으로 코너에 진입해도 섀시는 결코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급차선 변경처럼 갑작스러운 조작에는 앞바퀴와 뒷바퀴의 움직임에 시차가 발생하면서 밸런스가 약간 무너지는 경향도 보인다. 명료한 감각 덕분에 대처하기는 쉽다. ESC가 208에 비해 다소 거칠게 개입하지만 주행 안정성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처럼 클리오는 높은 수준의 조종 안정성으로 자신이 르노의 대표 모델임을 증명한다. 개인적으로는 폭스바겐 폴로와 비슷한 정직한 감각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208은 운전석에 앉았을 때 눈이 즐겁다. 낮고 뒤로 물러난 대시보드 덕에 실내도 밝게 느껴진다.

 

 

 

 

주행 성능과 테스트 결과 
동력 성능에서도 두 모델 사이에 감각적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208은 엔진이 좋다. 높은 출력과 강력한 중속 토크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기어를 바꿀 때마다 동력을 끊는 수동 기반 자동변속기인 MCP가 운전자의 흥을 깬다. 가끔은 당황스러울 정도다. 클리오는 대부분의 에디터가 “이게 정말 90마력이에요?”라고 말할 정도로 활기차다. 그런데 사실 힘이 좋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 뿐이다. 숨은 공신은 듀얼클러치 변속기다. 클리오의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평탄한 토크를 최대한 활용한다. 에코 모드가 노멀 모드처럼 느껴질 정도다. 


가속 테스트에선 두 차 모두 특이한 증상을 보였다. 예상대로 208은 변속할 때마다 기록을 크게 까먹었다. 클리오는 테스트 결과가 다소 들쑥날쑥한 경향을 보였다. 흠, 클러치를 갖고 있는 자동변속기들의 숙명이라고 해야 할까?  


클리오는 촘촘한 기어와 매끈한 변속을 앞세워 꾸준하게 가속한다. 반면 208은 초반에 약간 높은 힘(9마력, 3kg·m)을 바탕으로 앞서나가다가 기어를 바꾸면서 눈에 띄게 늘어진다. 클리오는 4000rpm 부근에서 변속하지만 208은 4500rpm에서 변속한다. 따라서 208이 각 기어마다 시속 15~20킬로미터를 더 낸다. 하지만 시속 100킬로미터를 찍기 바로 전에 기어를 바꾼다. 결과적으로는 두 차 모두 4단 기어로 시속 100킬로미터를 도달한다. 시속 90킬로미터까진 호각지세였던 두 차의 승부는 시속 100킬로미터에 도달하며 갈린다. 클리오가 거의 1초나 빠른 것이다. 변속기가 결정지은 승부라고 할 수 있다.  


제동 테스트에서 208은 짧은 휠베이스와 부드러운 서스펜션 때문에 다소 여지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ABS를 사용한다. 서스펜션이 탄탄한 클리오는 최대한 접지력을 활용해 제동력을 끌어낸다. 클리오의 제동 감각은 명료한 대신 노면 변화에 민감하다. 208은 안정적이지만 제동거리 단축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기록에서는 안정감이 높은 208이 다소 앞선다. 이는 무게가 가벼운 소형차의 제동 기록에 휠베이스가 의외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클리오의 실내는 단출하고 투박하다. 하지만 공간 활용을 잘했다. 시트도 208보다 푸근하다.

 

운전석과 실내 공간 
“오! 푸조의 아담한 운전대는 나처럼 배가 나온 운전자에게 딱이야. 180도로 심하게 돌려대도 팔이 배에 걸리지 않거든. 실제보다 차가 민첩하게 느껴지는 장점도 있어. 고카트 같잖아?”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208의 운전대를 휙휙 돌리며 말했다. “작은 운전대와 그 위로 보이는 계기반은 확실히 푸조만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어요. 클리오와 비교하면 실내가 무척 세련된 느낌이에요. 차가 아니라 우주선이나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도 들고요.” 김선관 에디터 역시 208의 실내를 칭찬했다. “저는 좀 생각이 달라요. 솔직히 실망했어요. 3008의 반만 따라갔어도 후한 점수를 주려 했는데…. 작은 운전대 빼고는 실내에서 푸조다운 매력을 느끼기가 어려워요. 라인업의 막내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한 건가요?” 박호준 에디터가 김선관 에디터의 의견에 반박했다. “그럼 클리오의 실내는 맘에 들고?” 내가 날 선 목소리로 박호준 에디터에게 되물었다. “전반적인 디자인이 고루한 느낌이지만 적어도 디스플레이나 인포테인먼트는 사용하기가 덜 답답했어요. 푸조는 정말 안 되는 게 많더군요. 블루투스는 끝내 연결하지 못했어요. 클리오는 단박에 되던데…. 후방카메라가 없는 것도 불만이에요. 작은 차에 굳이 후방카메라가 필요하냐는 뜻일까요?” 박호준 에디터는 시종일관 208을 못마땅해했다.  


“클리오의 실내는 단출하고 볼품없지만 그래도 공간 활용은 잘했어. 도어포켓이 넓고, 컵홀더도 센터터널에 마련했잖아. 조수석 앞에 수납공간도 있고. 그런데 푸조는 배려가 전혀 없어. 기어레버 앞쪽에 놓인 작은 컵홀더는 ‘이래도 차에서 커피를 마실 거야?’라고 말하는 듯해. 좁은 거 알고 샀으니 감내하면서 타라는 것 같다고.” 이진우 편집장 역시 실내에서 클리오의 편을 들었다. “하지만 클리오의 컵홀더는 너무 뒤쪽에 있어. 컵을 꺼내려면 팔을 뒤쪽으로 뻗어야 하잖아. 그나마 팔걸이를 내리면 컵을 꺼낼 수도 없다고!” 내가 이렇게 외치자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조용히 말했다. “팔걸이를 왜 내리는데? 팔걸이에 팔을 두고 운전하는 건 나쁜 자세야. 그래도 208은 운전석에 앉았을 때 눈이 즐거워. 낮고 뒤로 물러난 대시보드 덕에 실내도 밝게 느껴지고. 하지만 클리오의 실내는 음, 한 세대 전의 폭스바겐 폴로를 보는 것 같아. 어둡고 답답해.” “맞아요. 클리오의 실내는 너무 구식이에요. 차에 있으면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아, 이건 좋은 건가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박호준 에디터가 끼어들었다. “208은 기어 레버를 ‘N’에 두고 사이드브레이크를 당겨 차를 주차해야 하는데, 팔걸이가 자꾸 사이드브레이크로 가는 손을 가로막아 불편해요. 운전대 위치를 조정할 수 없는 것도 불만이고요.” “그러니까 왜 팔걸이를 내리고 운전하느냐고!”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이번엔 좀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  


두 차 모두 앞자리에 열선시트를 챙겼지만 208은 온도를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반면 클리오는 껐다 켜는 것만 가능하다. 크루즈컨트롤 버튼도 208은 운전대 뒤에 달렸는데 클리오는 센터터널에 있는 버튼을 누른 다음 운전대 왼쪽에 있는 ‘+’ ‘-’ 버튼을 눌러 세팅해야 한다. “클리오는 잘생긴 외모에 비해 실내가 정말 별로예요. 눈을 두고 싶은 곳이 없어요. 하지만 티맵은 칭찬하고 싶어요. 수입차 내비게이션은 솔직히 불편해서 안 쓸 때가 많잖아요.” 김선관 에디터가 클리오의 내비게이션을 칭찬했다. “그래, 나도 클리오의 투박한 실내가 무척 싫지만 시트 자체는 208보다 푸근한 게 좋았어. 208의 시트는 디자인이 좀 더 세련되긴 하지만 쿠션이 단단해서 불편하더라고. 특히 뒷자리는 몸을 구기고 앉는 게 차라리 편할 정도야.” “유럽 사람들은 대체로 몸집이 우리보다 크잖아. 그런데 어떻게 이런 작은 차가 많이 팔리지? 그렇다고 패키징이 현대차처럼 뛰어난 것도 아닌데 말이야.” 나윤석 칼럼니스트와 나란히 클리오 뒷자리에 앉은 이진우 편집장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유럽에서 이런 차는 혼자나 둘이 타는 차야. 뒷자리는 사람이 앉을 용도가 아닌 거지. 그들은 대체로 뒷자리를 접고 다녀.”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말에 이진우 에디터가 덧붙였다. “그래서 클리오 뒷문 손잡이를 숨겨놓은 건가요? 타지 못하게 하려고?” 두 차의 실내에 대한 의견은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린 모두 두 차의 뒷자리가 사람, 적어도 어른이 앉을 자리는 아니라는 것에 동의했다. 
서인수 

 

 

 

 

연비  
“지금 연비가 리터당 17.2킬로미터라고? 진짜?” 목적지에 도착하자 클리오 조수석에 앉은 서인수 에디터가 계기반을 보며 놀랐다. 서인수 에디터를 비롯해 나, 이진우 편집장, 나윤석 칼럼니스트 등 네 명이나 타고 있어 연비는 기대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클리오에서 류민 에디터가 내리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18.1” 클리오에도 네 명이 타고 있었다. 박호준 에디터는 빠르게 클리오의 계기반을 확인한 뒤 말했다. “그럼 표시연비와 실제 연비 측정 결과가 뒤집힌 거 아닙니까?” 다들 박호준 에디터의 이야기를 듣고 의아해했다. 클리오가 이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표시연비와 실제 연비 결과가 뒤집힌 건 좀처럼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클리오 복합연비는 리터당 17.7킬로미터, 208은 리터당 16.7킬로미터다).  


“변속기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어요.” 다들 골똘히 생각하느라 말이 없는 가운데 ‘설명요정’ 류민 에디터가 침묵을 깼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푸조는 MCP, 클리오는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사용하죠. 둘 다 토크컨버터 대신 클러치를 쓰는 까닭에 효율이 좋잖아요. 그런데 MCP는 클러치가 하나예요. 기어 세트 구조도 단순하고요. 아무래도 더 가볍고 저항도 적지 않겠어요?” 박호준 에디터는 경이로운 눈빛으로 류민 에디터를 쳐다봤다. “맞아. 변속기 크기도 작을 거야.”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류민 에디터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208을 등진 이진우 편집장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연비가 아무리 좋아도 MCP는 불편해. 원래 자동변속기는 사람이 편하려고 개발한 거야. 연비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말이야. 그런데 MCP는 변속할 때마다 누군가 뒤에서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기는 것 같아.” MCP는 수동 기반 자동변속기다. 클러치페달이 없고 기어도 스스로 바꾸지만 변속 시간이 길고, 클러치 보호 때문에 변속할 때 연료 공급을 차단해 가속페달이 먹통이 된다. 탑승자가 울렁이는 감각을 느끼는 이유다. 


“그런데 꼭 변속기 차이라고 볼 수 있을까? 클리오에 달린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성능도 성능이지만 연비도 뛰어나지 않아?” 제원표를 유심히 보던 서인수 기자가 말했다. 듀얼클러치는 2개의 기어 세트와 클러치가 번갈아 엔진과 연결된다. MCP보다 다소 무겁긴 하지만 토크컨버터 방식의 자동변속기보다는 확실히 효율이 높다. 스마트폰으로 르노 사이트를 둘러보고 있던 박호준 에디터가 말을 이었다. “클리오는 공회전 방지장치가 있고, 감속할 때 에너지를 회수하는 시스템도 있어요.” 우린 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때 시승을 다녀온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무엇인가를 발견한 듯 에디터들을 불렀다.  


“시승 코스가 영향을 미친 듯해.” 우리는 서울 강남에서 인천 영종도까지 약 70킬로미터를 달렸다. 즉 30퍼센트는 시내, 70퍼센트는 고속도로 구간이다. “시속 100킬로미터일 때 엔진 회전수를 확인해보니 클리오는 2000rpm, 208은 1750rpm이더라고. 두 사람 모두 정속 주행을 했지?” 막 두 차의 계측을 모두 마치고 돌아온 류민 에디터가 말했다. “변속 타이밍도 한몫해요. 일반적인 운전에선 208의 변속 시점이 더 빨라요. 또한 클리오는 가속감이 좋아서 조금 더 밟게 되죠.” 클리오는 일반적인 가속 상황에서 2500~3000rpm을 사용하는 반면 208은 2000~2500rpm을 사용했다. 


“마력당 무게비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박호준 에디터가 눈치를 살피다가 입을 열었다. 마력당 무게비는 클리오가 13.72, 208이 12.32이다. 208이 조금이나마 우세한 것이다. 반면 타이어는 클리오가 유리했다. 클리오는 접지보단 고른 성능에 집중한 넥센 엔페라 AU5를, 208은 그보다는 접지에 치중한 미쉐린 파일럿스포츠 3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린 208이 승리한 명쾌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류민 에디터와 나의 운전 습관 차이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김선관 

 

 

 

구매와 소유 비용  
208과 클리오의 고향은 프랑스다. 하지만 국내에서 208은 수입차, 클리오는 국산차 취급을 받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난달 ‘헤드투헤드’에 참여한 폭스바겐 티구안과 현대 싼타페보단 가격 차이가 적다. 시승차는 208 GT 라인과 클리오 인텐스다. 이 둘의 가격 차이는 약 500만원이다. 208이 2757만원으로 더 비싸다.  


“208 GT 라인은 알뤼르와 뭐가 달라요? 휠이 큰 거 말고는 모르겠어요.” 208을 한참 쳐다봐도 차이점을 찾지 못한 난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류민 에디터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시트를 봐. GT 라인은 빨간 스티치가 들어가 있어. 도어 안쪽에도 라인을 넣었고. 프런트 그릴에도 빨간 장식이 있지.” 그러자 서인수 에디터는 “GT 라인은 알뤼르보다 200만원이 비싸. 차이가 그것뿐이라면 굳이 그 돈을 더 줄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나라면 그 돈으로 백을 하나 사겠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푸조 딜러를 통해 확인한 결과 208 GT 라인의 판매량이 알뤼르보다 조금 더 많았다. 딜러는 208의 주 고객층은 20~30대이며 귀여운 외모 덕에 여성 고객이 꽤 많다고 귀띔했다. 참고로 208 GT 라인은 계약 후 출고까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걸린다. 


208은 트림 선택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았지만 클리오는 답이 명확했다. “클리오는 무조건 인텐스 트림을 사야겠는걸요? 아래 트림인 젠을 사면 헤드램프가 할로겐이에요. 에어컨에 오토 기능도 없고요.” 김선관 에디터의 말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서인수 에디터는 “맞아. 젠은 앞자리 열선시트도 없네. 지금은 21세기라고. 이런 옵션 구성이 말이 되니?”라며 김선관 에디터의 말에 동조했다. 고객들의 마음도 이와 같았나 보다. 클리오 고객의 70퍼센트 이상이 인텐스를 선택했다. 르노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클리오는 의외로 나이가 제법 있는 고객에게 인기가 많다. 세컨드카로 구매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일주일이 걸리는 208과 달리, 클리오는 오늘 계약하면 모레 받을 수 있다. 단, 부산에서 떠나기 때문에 서울에서 받으려면 탁송료만 30만원이다. 


프로모션은 비등비등하다. 208과 클리오 모두 50만원을 할인해준다. 클리오는 프랑스 팀의 월드컵 우승 기념 이벤트로 50만원 대신 미쉐린 타이어 4개를 선택할 수도 있다. 또한 르노삼성은 3년·6만 킬로미터인 보증기간을 7년·14만 킬로미터까지 연장하는 해피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값은 99만원이다. 오래 탈 생각이라면 추가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반면 푸조는 신차 안심보험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체 금융 프로그램을 1500만원 이상 이용한 고객이 계약 후 1년 이내 사고가 났을 때 새차로 바꿔주는 서비스다. 단, 고객 과실 비율이 50퍼센트 미만이고 수리비용이 차 가격의 30퍼센트를 초과해야 한다.  


208과 클리오의 할부금, 보험료, 소모품 비용은 예상했던 그대로다. 모든 부분에서 208에 들어가는 돈이 적게는 20퍼센트에서 많게는 50퍼센트까지 더 든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격도 208이 약 500만원 더 비싸다. 모든 비용 차이가 꽤 큰 셈이다.  
박호준 

 

 

 

 

 

 

최종 결론 
둘은 모든 부분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208은 실내 디자인이 화려했고 클리오는 옵션이 많았다. 가속과 제동 성능 그리고 연비 등은 일상생활에서 느끼기 어려울 정도의 차이였다. 핸들링 특성은 완전히 달랐지만 이 역시 우위를 가릴 수는 없었다. 단어 그대로 달랐기 때문이다. 208은 소형차다운 탄력과 경쾌함을 자랑했고 클리오는 높은 조종 안정성과 안정감을 뽐냈다.  


가격과 유지비용 측면은 클리오가 확실히 유리했다. 클리오는 프랑스에서 생산된 ‘수입차’지만 르노삼성의 네트워크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부는 가격이 아닌 주행 질감에서 갈렸다. 208의 수동 기반 자동변속기인 MCP는 기어를 바꿀 때마다 불쾌한 느낌을 줬다. MCP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긴 변속 시간이나 충격이 아닌 일시적인 먹통 현상이다. MCP는 변속, 그러니까 클러치를 떼고 기어를 바꾸고 다시 클러치를 붙이는 과정에서 부품 보호를 위해 연료 공급을 차단한다. 동승자는 가속하다 멈칫하는, 약간의 울렁거림만 느끼지만 운전자는 가속페달이 갑자기 말을 듣지 않는 박탈감도 느낀다. 일반적인 자동변속기는 완충 역할을 하는 토크컨버터 덕분에 헛도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 엔진이 회전하고,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변속 시간이 워낙 빨라 이런 불만이 거의 없다.  


우린 모두 비슷한 걸 느끼고,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클리오를 선택한 테스터는 물론, 208을 선택한 테스터까지 MCP를 지적했다. 이것만 아니라면 값 차이는 무시하고 208로 바꾸겠다는 이도 있었다. MCP와 같은 싱글클러치 변속기는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다. 사실 푸조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같은 엔진을 쓰는 윗급 차종엔 토크컨버터 방식의 자동변속기를 사용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푸조를 수입하는 한불모터스 담당자에게 MCP 사용 이유에 대해 물으면 대개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프랑스 사람들은 수동변속기에 익숙해서 크게 불편을 못 느낀답니다.” 꽤 오래전부터 반복된 질문과 답변이고, 언젠가부턴 지쳐서 묻지 않게 됐다. 음, 이제 수출국 고객의 성향도 좀 생각해줄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거 하나 때문에 차가 저평가를 받는 게 안타깝다.   
류민

 

 

 

RENAULT CLIO
이진우_208이 클리오와 같은 변속기를 썼다면 이야기가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MCP는 수동변속기보다도 불편한 느낌이다. 
나윤석_차이는 예상대로 크지 않았다. 그런데 208에게는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바로 MCP다. 그거 하나로 이야기가 끝났다. 
류민_모두 클리오의 문제로 실내 디자인을 꼽았지만 난 그것보다 운전 자세가 더 불만이었다. 시트와 운전대 각도가 묘하게 불편했다. 208은 실내 디자인과 패키징 모두가 좋았지만 MCP가 발목을 잡았다.
박호준_막상막하인 주행 품질과 핸들링, 제동 성능의 호각지세를 무너뜨린 것은 208의 MCP 변속기였다. 가속 성능에서도 허점이 드러났지만 무엇보다 흥을 깨뜨린다는 점이 싫었다.

 

PEUGEOT  208
서인수_솔직히 MCP 때문에 고민 정말 많이 했다. 하지만 난 답답한 MCP보다 몹시 레트로한 클리오의 실내를 더 봐줄 수가 없다. 클리오에 타면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음, 좋은 건가? 
김선관_가격, 운전재미, 유지비, A/S 등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클리오다. 특히 주행질감 차이가 크다. 하지만 난 208을 선택했다. 클리오는 곧 신형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자마자 구형이 되는 건 싫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푸조, 르노

 

 

CREDIT

EDITOR / 류민 / PHOTO / 박남규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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