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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ORROW IS HERE

메르세데스 벤츠가 자율주행 워크숍을 개최했다. F015 럭셔리 인 모션과 같은 큰 그림을 이미 수차례 제시해서일까. 이번엔 당장 사용할, 지극히 현실적인 기술들에 초점을 맞췄다

2018.09.06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북쪽으로 떠난 지 한 시간 남짓. 저 멀리 이멘딩겐(Immendingen)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대규모 종합기술시험센터를 짓고 있다는 곳이다. 오늘 참석할 자율주행 워크숍이 바로 이곳에서 열린다. 


2018년 현재, 제조업 분야에서 자동차 회사만큼 심란한 조직이 또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을 관통하는 이슈인 자율주행과 친환경 시대의 핵심이나 다름없는 전동화, 미래도시 생활상을 책임질 커넥티드카와 자동차 공유 서비스 등 업계 전체가 전에 없던 큰 변화 속에 혼란을 겪고 있다. 그들이 받을 스트레스가 얼마나 클지 짐작조차 어렵다. 미래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회사의 임원들은 아마 잠도 이루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앞날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는 회사들도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그중 하나다. 그들은 꽤 오래전부터 ‘CASE’라는 전략을 세우고 이를 묵묵히 실행하고 있다. CASE. 이 경우엔 ‘논제’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C(Connected)는 커넥티드카, A(Autonomous)는 자율주행, S(Shared & Services)는 공유 서비스, E(Electric Drive)는 전동화를 의미한다. 그것 참 보면 볼수록 잘 만든 키워드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이와 관련된 기술을 새 종합기술시험센터에서 개발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연구용 시험도시까지 세워진다. 그들이 본거지인 진델핑겐(Sindelfingen)을 두고 굳이 공사 중인 이멘딩겐에서 워크숍을 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신기술에 대한 이슈는 이곳에서 다루겠다는 이야기일 터다. 


행사의 정식 명칭은 다임러-보쉬 자율주행 워크숍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벤츠와 보쉬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채결했다. 두 회사의 직원들은 이미 슈투트가르트와 미국 서니베일 등에 공동 연구실을 차리고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자율주행 시스템에 사용할 인공지능 알고리즘 플랫폼, 즉 딥러닝을 실행하는 컴퓨터는 엔비디아에서 공급한다. 

 

 

 

이처럼 자동차 미래 기술 개발에는 다른 자동차 회사는 물론 IT, 통신, 센싱(Sensing) 등 각 분야 전문 회사와의 협력이 필수다. 빠른 개발로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는 목적이 더 크다. 보쉬와 같이 기술력을 보유한 거대 벤더와 손을 잡으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생산 단가도 낮출 수 있다. 보쉬가 타사에도 솔루션을 제공하며 납품 단가를 떨어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협력과 부품 공유로 인한 손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이젠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와 세팅 노하우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자율주행 분야에서 하드웨어가 시스템에 차지하는 비중은 50퍼센트 정도이며 이는 곧 20퍼센트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참고로 최근 아우디가 수소연료전지차 기술과 관련해 현대자동차와 협력 관계를 맺은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 분야의 ‘최초 양산’ 타이틀은 현대차에 있다. 대외적으로는 아우디로의 기술 이전인 셈이다.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아우디가 현대차에게 손을 내밀 정도로 미래 기술 개발 분야는 치열하다. 


이번 워크숍은 먼 미래가 아닌 현실을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큰 그림보단 지금 당장 사용할 기술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벤츠에 따르면 자율주행 시스템 로직은 인간의 운전 과정과 같다. 인지와 판단(딥러닝), 그리고 조작이다. 주위 상황 파악(인지)은 레이더, 라이다(Lidar), 초음파, 스테레오 카메라, 모노 카메라 등이 맡는다. 오래전부터 진화를 거듭해온 센서들이라 정밀도는 높지만 개개의 정보들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정보가 제한적인 데다 자율주행에 쓰기에는 신뢰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벤츠는 각 센서의 역할을 나누고 습득한 정보들을 통합한 후, 그간 축적한 데이터로 분석한 뒤 사용한다. 인지(센싱)와 판단(딥러닝)이 거의 동시에 진행되는 셈이다. 인공지능과 딥러닝이라는 단어, 그러니까 공상과학 영화에서 종종 인간 위협의 소재로 쓰이는 이 말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스스로 학습하는 게 아니라 지능을 가진 것처럼 복잡하게 프로그램화된 것뿐이니까. 벤츠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센서 퓨전’이라고 부른다.


레이더의 주 임무는 움직이는 물체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젠 보행자의 다리 방향을 보고 진행 경로를 예측할 정도로 정교해졌다. 가장 큰 장점은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레이더가 인지한 사물의 위치는 카메라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쓰인다. 이 정보들이 딥러닝을 거치면 낙하물의 종류까지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어린아이가 공과 함께 도로로 뛰어들 경우 사물이 탄력을 가진 공이라는 걸 파악하고 궤적을 계산해 아이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도 있다. 마치 사람처럼 말이다. 


스테레오 카메라는 사물과의 거리를, 모노 카메라는 사물의 형태를 파악한다. 모노 카메라의 경우 신호등의 색깔이나 보행자의 몸짓과 같은 정적 정보도 파악한다. 가령 차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당장 길을 건너려는 것인지, 차를 보낸 후 도로를 횡단하려는 것인지를 구분한다. 라이다는 각 사물과의 정확한 거리와 속도 측정을 주로 담당한다. 밝기에는 영향을 받지 않지만 악천후에는 취약하다. 즉 레이더는 사물의 위치를 인지한 후, 그것들의 속도와 방향을 파악하며 이 사물들의 정확한 형태와 거리, 그리고 색깔은 카메라와 라이다가 보완하는 것이다. 

 

 

 

조작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누군가는 정확한 기계 제어가 이제 이슈거리나 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선 아주 기초적인 기술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벤츠가 공개한 제어 기술은 시스템의 오류나 고장, 그리고 돌발 상황 대응에 관련된 것이었다. 벤츠는 전원장치와 제어장치들을 각각 두 개씩 마련하고 있다. 예컨대, 스티어링은 각기 다른 전원을 쓰는 서보트로닉 2개를 달고 브레이크 시스템은 전자기계식 부스터와 ESP 모듈을 따로 제어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자율주행과 관련된 센서들도 즉각적인 백업에 대비하고 있다. 장치 중 어느 하나라도 오작동을 일으키면 바로 안전지대로 회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돌발 상황에서의 제어 정확도는 임시 코스에 준비된 시험용 V 클래스로 직접 경험해볼 수 있었다. 슬라럼 코스를 아주 능숙하게 빠져나오는 것은 물론 한쪽 바퀴에만 다른 조건(물웅덩이나 과속방지턱)을 주어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경험한 F015 럭셔리 인 모션 콘셉트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였다. 불과 3년 전엔 스스로 움직이는 모습만으로도 입을 다물지 못했는데. 자율주행 기술은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일부 자동차 회사는 커넥티드 기술이 융합돼야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외부 정보가 없이는 완벽한 주행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벤츠는 자동차의 하드웨어만으로도 자율주행이 가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구상 모든 도로에 인프라가 구축되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벤츠가 테스트에 사용하는 GPS의 오차범위는 30센티미터다.


그런데 이번 워크숍에서는 이전과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 대신 자동운전(Automated Driving)이라는 단어가 유독 많이 사용된 것이다. 이유가 뭘까? 담당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어서요.” 그러고 보니 벤츠는 부분변경 S 클래스에서도 같은 이유로 드라이브 파일럿이라는 단어를 모두 삭제한 적이 있다. 음, 자신만만해하던 벤츠가 갑자기 왜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걸까. 난 이런 생각을 하던 중 아우디가 최근 신형 A8에 세계 최초로 SAE(미국자동차공학회) 기준 레벨 3인 준자율주행 장비를 도입했다는 게 떠올랐다. “벤츠는 레벨 3를 언제 양산하나요? 아우디는 이미 출시했잖아요.” 담당자는 묘한 표정을 짓더니 예상 밖의 이야기를 늘어놨다. “현재 SAE 기준 레벨 3인 양산차는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레벨 3 양산차의 주행을 허락하는 국가도 아직 없죠. 사실 레벨 4와 5도 기술적으로는 별로 어려울 게 없습니다. SAE 레벨은 한 단계씩 진화하는 개념이 아니에요. 레벨 3를 건너뛰고 레벨 4나 5를 만들 수도 있죠. 하지만 승용차는 레벨 3에 도달하면 당분간 그 수준을 유지할 거예요.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은 대중교통에 먼저 사용될 겁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보쉬는 2019년 하반기부터 미국 실리콘밸리 인근에서 자율주행 택시와 셔틀의 시범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테스터가 아닌 일반인이 이용하는 시험용 대중교통이며 양산 버전은 2020년 하반기에 출시된다. SAE 레벨 3인 승용차의 출시 역시 2020년으로 예정돼 있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메르세데스 벤츠

CREDIT

EDITOR / 류민 / PHOTO / 메르세데스 벤츠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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