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앨런은 FCA에서 지프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그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반면 몇몇은 상징적인 지프 랭글러를 다시 디자인한다는 것은 포르쉐 911을 재디자인하는 것만큼 힘든 작업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하드코어 열성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아이콘적 모델을 다시 디자인할 수 있을까? 완전신형 랭글러 JL 공개 현장에서 앨런에게 물었다.
 

4도어 랭글러는 스포츠카에서 패밀리카로의 이동처럼 보인다.
예전 우리는 랭글러를 주로 봄과 여름에 팔았다. 하지만 언리미티드 모델이 추가된 뒤로 그런 경계가 사라졌다. 랭글러 언리미티드는 일상생활에 걸맞은 차가 됐다. 우리조차 놀랄 정도다. 이제 누구나 말할 수 있다. “나, 랭글러 사고 싶어. 애들도 태울 수 있어”라고. 일상에서 아이들을 태울 수 있는 건 매우 중요한 변화다. 

언리미티드를 열성팬도 만족할 만한 모델로 개발하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 걸로 들었다.
세심하게 개선된 부분들이 있다. 문이 저절로 닫히는 것과 같은. “문고리는 싫다.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등의 고객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열성 지프 팬의 반발은 두렵지 않나?
우리가 TJ를 내놨을 때는 “일반 계기반을 넣었네? 코일스프링도 쓰고? 랭글러를 망쳐놓을 셈이냐!”라고 꾸지람 들었다. JK를 선보였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너희가 4도어를 내놔서 랭글러가 망가졌잖아!” 하지만 우리는 2도어 스포트 모델을 여전히 팔고 있다. 물론 굉장히 인기가 좋다. 손수 돌려 여는 창문, 기본적인 라디오, 공조시스템, 로커 스위치 같은 건 값싼 요소들이고 다른 걸로 바꾼다 해도 아무 문제 없다. 

정통 오프로더라고 해서 수동변속기가 꼭 필요할까? 클러치 조작 없이도 바위를 수월하게 타고 넘을 수 있는 시대 아닌가. 
우리는 1970년대까지 자동변속기를 달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오프로드에선 수동변속기를 쓰며, 앞으로도 자동으로는 운전하지 않을 거다. 저속 기어로 기어가는 지프보다 빨리 가고 싶다고? 내려서 걸어가면 된다. 

랭글러를 다시 디자인하는 건 다른 지프 모델에 비해 얼마나 더 어려웠나? 오히려 더 쉬웠을까?
우리는 디자인을 좀 더 면밀히 고치고 싶었다. 그때마다 방해되는 요소가 여럿 있었다. 이제 신형은 문손잡이와 경첩이 모두 가로놓여 있다. 보닛은 아래로 떨어지는 대신 시원하게 직선으로 뻗어 있고. 더불어 각 요소들은 이전보다 큼직큼직하다. JK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훨씬 성숙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디자인 작업 초기의 참신한 아이디어들도 충분히 반영된 건가?
첫 서너 달은 스케치만 했다. 부드러운 것부터 와일드한 것까지 여러 디자인을 검토했다. 결국 장수할 수 있고 정통성을 지닌 디자인에 집중하기로 했다. 조금 더 급진적인 디자인을 채택할 수도 있었지만 그건 아마 1년 정도만 반짝 인기를 끌고 말 거라고 생각했다. 한 면이 전부 플라스틱으로 돼 있고 펜더는 보닛 쪽으로 살짝 올라오는 디자인도 있었다. 하지만 랭글러임을 입증하려면 그릴과 램프 모양까지 다르게 디자인해야 했다. 팀에 젊은 디자이너들이 많아 변화가 큰 디자인이 심심찮게 나왔다. 하지만 난 내 상사가 그랬던 것처럼 이성적인 시각을 견지해야 했다. 

디자인의 출발점은 2도어였겠지?
2도어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은 명확하다. 정말 디자인하기 좋아하는 오프로드 스포츠카이기도 하고. 랭글러는 CJ라는 명확한 오리지널 모델이 있다. 즉 형태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할 수 있고, 스케치나 점토 작업도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답습과는 다르다. 그런 정해진 작업을 모두 끝낸 후에 비로소 그 차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당신만 아는 몰래 감춰둔 디자인 요소 같은 건 없나?
비밀은 없다. 대신 개선은 있었다. 차 앞모습이 그렇고, 접이식 앞유리를 고집하면서 보다 쉽게 접을 수 있도록 만든 점 등이 그렇다. 생산 부서에선 도색이 끝난 차체에 앞유리를 따로 다는 걸 꺼리지만 고집했고, 관철시켰다. 포르쉐 911 시동키가 왼쪽에 있고, 엔진은 뒷바퀴 뒤에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면에서 부는 바람은 오프로드를 달릴 때 매우 요긴하다. 랭글러 옆문을 떼어낼 수 있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결코 타협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아이디어다.   
글_Todd Lassa(<Automobile>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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