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형 벤틀리 컨티넨탈 GT의 미디어 시승행사는 원래 지난해 11월로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벤틀리는 이례적으로 새로운 대형 쿠페의 출시를 6개월이나 미뤘다. 왜냐고? 차가 충분히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벤틀리 엔지니어들은 2루타가 아니라 홈런을 원했다. 벤틀리의 베스트셀러가 벤테이가인 요즘처럼 사람들이 SUV에 열광하는 때도 없었지만 컨티넨탈 GT는 브랜드의 심장이고 영혼이며, 얼굴이기 때문이다. 중량급 그랜드투어러 컨티넨탈 GT의 이전 세대 모델은 역대 가장 많이 팔린 벤틀리로, 거의 7만대 가까이 팔렸다. 그러니 새 모델은 더 화끈해야 했다.

불변의 호화로움 센터콘솔을 감싼 ‘코트 드 주네브(Cote de Geneve)’ 마감은 스위스 손목시계에서 영감을 얻었다. 패턴이 있는 금속 소재는 기본 사양인 피아노 블랙보다 더 매력적이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5월 중순 드디어 벤틀리가 컨티넨탈 GT의 시승행사를 열었다. 우린 새롭게 바뀐 녀석을 만나러 티롤 알프스에 자리한 유명 프라이빗 클럽 키츠뷔엘(Kitsbuhel) 컨트리클럽을 찾았다. 컨티넨탈 GT는 이제 알맞게 다듬어졌고, 벤틀리는 날카롭게 매만진 야수로 작은 규모의 그랜드 투어를 경험하도록 북미 자동차 저널리스트들을 불러 모았다. 우리의 시승 코스는 비길 데 없이 멋진 그로스글로크너(Grossglockner) 하이 알파인 로드를 향해 올라갔다가 리엔츠(Lienz)에 있는 비행장으로 내려간 다음, 이탈리아 사우리스(Sauris)를 거쳐 제트기가 우리를 독일 뮌헨으로 데려다줄 오스트리아로 돌아오게 짜여 있었다. 엄청난 코스지만 차근차근 달리다 보면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새로운 컨티넨탈의 바탕은 폭스바겐 그룹이 갓 내놓은 MSB 아키텍처로, 2세대 포르쉐 파나메라와 공유한다. 여러분 중 냉소주의자가 있다면 새 벤틀리가 실제로는 2도어 파나메라에 불과하다고 지적할지 모른다. 이 차를 928이라고 부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이건 완전히 틀린 이야기다. 어떤 부품을 공유했는지 찾아내려면 우선 포르쉐의 대형 세단인 파나메라에 익숙한 상태여야 한다. 파나메라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 중 가장 눈에 띄는 두 가지는 운전대에 달린 변속 패들과 운전대 조절 레버다. 벤틀리는 MSB가 처음 쓰이기 시작한 뒤부터 줄곧 파나메라와 관련돼 있음을 애써 강조했고, 사촌 격인 그룹 내 다른 모델들과의 차별화라는 대단한 일을 컨티넨탈에서 해냈다.

친숙한 6.0리터 W12 트윈터보 엔진은 거뜬히 최고출력 635마력과 최대토크 91.8kg·m를 토해낸다. 이 엔진은 벤테이가에서 첫선을 보인 것과 거의 같지만 벤틀리 SUV에 얹힌 것은 겨우(?) 608마력을 낼 뿐이다. 컨티넨탈 GT에 얹기 위해 엔진 블록도 개조했다. 앞바퀴로 동력을 전달하는 드라이브샤프트가 블록을 뚫고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벤틀리는 메인 베어링 중 하나를 제거해야 했다. 컴포트와 벤틀리 모드에서는 엔진 토크의 최대 38퍼센트를 앞바퀴로 보낼 수 있다. 스포트 모드에서는 그 비율이 17퍼센트까지 낮아진다. 훨씬 더 중요한 사실은 대시보드에서 앞 차축의 중심점까지 거리가 135밀리미터 늘었다는 점이다. 더 멋져 보이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더는 아우디처럼 엔진이 앞바퀴 앞으로 나오지 않게 됐다는 것이 중요하다.

신형 컨티넨탈 GT는 벤틀리 차 가운데 처음으로 W12 엔진에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결합했다. 포르쉐 PDK를 개조한 버전이다. 음, 우리라면 BDK라고 부르겠다. 어찌됐건 이 포르쉐 버전 변속기는 듀얼클러치 변속기 중 최고다. 그리고 뭔가를 훔치려면 가장 좋은 것을 훔치는 게 좋다. 듀얼클러치 방식이 성능 면에서는 여러 장점이 있지만 일상에서 쓰기에는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저속에서 완전히 서 있다가 부드럽게 출발하기가 까다롭다. 토크컨버터 방식 자동변속기에서는 완벽하게 가능한 일인데 말이다. 소중한 1퍼센트 소비자들이 정지신호에서 휘청거리며 출발하게 할 수는 없다. 벤틀리 엔지니어들은 PDK의 스포티한 성격을 잃지 않으면서 호화로운 차의 특징을 정확하게 구현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런 일에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고, 그래서 출시가 늦어진 것이다.

앞에서 보면 이 GT는 모든 벤틀리 가운데 가장 멋져 보인다고 할 만하다. 외관 디자이너인 존 폴 그레고리는 크게 칭찬받을 자격이 있다. 정면과 대각선 방향에서 본 앞모습은 아주 근사하다. 그런데 신형 컨티넨탈의 휠 크기가 22인치이고, 휠베이스가 2850밀리미터(포드 익스플로러와 비슷하다)에 이르는 만큼 차체가 조금 눌려 보인다. 신형 애스턴마틴 밴티지와 마찬가지로 차에 비해 휠이 커 보인다는 점이 안타깝다. 휠베이스를 몇 센티미터만 늘리면 더 나았을 텐데…. 앞 펜더 뒤쪽의 공기배출구를 감싸며 뒤까지 이어지는 크롬 띠는 골프 클럽을 연상케 한다. BMW 7시리즈 옆에 접착제로 붙여놓은 듯한 하키 스틱과 비슷하다. 난 9번 아이언과 닮아 보이건 말건 불룩하게 튀어나온 뒷부분 장식이 마음에 들었다. 벤틀리는 줄곧 그런 모습을 고집했다. 

물론 컨티넨탈의 뒷모습에 푹 빠진 건 아니다. 배기파이프 끝부분을 테일라이트처럼 타원형으로 만들었는데 이런 차의 위상에 맞지 않는 싸구려 수법처럼 보인다. 심지어 유치해 보이기까지 한다. 둥근 파이프였다면 훨씬 성숙해 보였을 것이다. 어쨌건 전반적인 모습은 과거 어느 때보다 훌륭하다. 겉모습과 마찬가지로 실내도 굉장히 그리고 섹시하게 진보했다. 엄청난 괴짜가 아닌 이상 센터콘솔이 기운 각도를 제외하면 뚜렷하게 포르쉐와 공유하는 점을 찾을 수 없을 거다. 컨티넨탈의 실내는 머무르기에 좋은 공간이다. 실내를 감싸는 데 일곱 마리분의 소가죽이 쓰였고, 가죽을 재봉하는 데에는 3.2킬로미터 길이의 실과 31만 675개의 바늘땀이 들어갔다.

MSB 플랫폼은 전자장비와 어우러져 있고, 92개나 되는 ECU가 들어 있다. 큼직한 12.3인치 터치스크린에는 차체 높이부터 시트 마사지 강도에 이르는 모든 것을 조절하는 기능이 담겨 있다. 이전 세대 컨티넨탈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개선된 것이다. 이전 모델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낡았다’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새 시스템이 무척 친절하기 때문이다. 새 모델은 센터페시아에 있는 버튼을 한 번 터치하면 매우 고급스러운 방식으로 스크린이 회전해 감춰진다. 스크린이 나오게 하거나 단단한 목재 장식 또는 세 개의 아날로그 게이지가 나타나게 할 수 있다. 아날로그 게이지는 무척 근사해서 벤틀리가 왜 계기반을 디지털로 바꿨는지 궁금해질 정도다.

벤틀리 모드와 컴포트 모드 모두에서 차는 든든하고 편안하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부드러움이 조금 지나칠 수도 있는데, 그래서 벤틀리 모드가 기본으로 설정돼 있다. 세 개의 에어 체임버가 들어간 에어 서스펜션을 스포트 모드로 설정하면 기본 장비인 48볼트 안티롤 바가 차체 움직임을 대부분 억제한다. 난 모험 가득한 오스트리아의 그로스글로크너 고갯길을 진하게 공략하기로 했다. 우리 그룹에 속한 모든 벤틀리를 추월한 것은 물론 길 위의 다른 모든 차도 추월해 너무 일찍 중간 휴식 지점에 도착한 탓에 홍보팀이 미처 나와 동승자 마이크 플로이드(<오토모빌> 편집장이다)를 맞을 준비를 하지 못했다.

대단한 힘과 토크, 타이어와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갖춘 벤틀리라면 당연히 빨라야 하고, 슈퍼카를 추월할 만한 힘을 지녀야 한다. 하지만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보통은 벤틀리의 브랜드 가치로 여겨지지 않는 핸들링이었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했을 때 파나메라는 마치 닛산 GT-R 4도어처럼 달린다. 그런데 변속이 더 느리고 무게도 더 나가는 컨티넨탈 GT는 정말 훌륭한 벤틀리의 느낌을 준다. 신형 GT의 무게는 이전 모델보다 80킬로그램 남짓 가벼워져 2245킬로그램에 이른다. 참고로 파나메라 터보 스포트 투리스모의 무게는 2144킬로그램이다. 차체 전체를 알루미늄으로 만든 2도어 컨티넨탈이 어떻게 같은 섀시로 만든 왜건보다 더 무거울까? 일단 12기통 엔진의 영향이 있다. 그리고 실내에 더해진 방음재와 가죽, 목재, 금속의 무게도 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컨티넨탈 GT를 벤틀리다운 모습과 느낌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는 요소들이다.

이전 세대의 기본형과 비교하면 언더스티어가 줄었다. 특히 스포트 모드에서 그렇다.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가벼워진 앞쪽 무게와 줄어든 앞바퀴 구동력 배분 비율, 처음부터 스포티하게 설계된 섀시 덕분에 거대한 호화 요트 같은 이 차가 고성능 차 대열에 낄 수 있게 됐다. 이 차로 서킷을 달려보면 어떨까? 그럴 일은 없을 것이고, 차를 산 사람들 중 아무도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럴 목적으로 만든 차가 아니다. 컨티넨탈 GT는 그랜드 투어링에 알맞은 차다. 핸들링은 권위적이고 단호하며 만족스럽다. 프로농구 선수보다 훨씬 건장한 사람처럼 보이는 인상은 디자인의 영향이 크다. 작동이 빠른 안티롤 바 때문에 너무 차분한 자세를 유지하지는 않느냐고? 어느 정도는 그렇다. 하지만 작동 특성 자체는 놀랍고, 그 덕분에 커브에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벤틀리는 0→시속 97킬로미터 가속 시간이 3.6초라고 하지만 컨티넨탈 GT라면 발표한 시간보다 더 나은 가속력을 보여줄 것이다. 힘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3.2초일 것으로 짐작된다. 이들이 공개한 최고속도는 시속 333킬로미터이지만 이를 입증하려면 운이 좋아야 한다. 시승하면서 확인한 속도계 수치 중 가장 높은 건 시속 240킬로미터 정도였다. 난 브레이크 성능에 특히 관심이 갔다. 앞 캘리퍼 사이에 419밀리미터, 뒤에 381밀리미터의 커다란 스틸 디스크 브레이크가 달렸는데 브레이크 페달을 힘차게 밟아도 페이드 현상이 생길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벤틀리가 좌우 방향에 브레이크를 이용한 토크 벡터링 기술을 쓰기 때문이다. 난 이런 고성능 전략을 전반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브레이크가 놀랄 만큼  튼튼하지 않으면 페이드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컨티넨탈 GT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멋지고 근육질이며 몰기에는 물론 타고 있기에도 편안하도록 설계한 컨티넨탈 GT는 강력하게 개선된 벤틀리의 상징이다. 값에 걸맞지 않은 문제점을 찾아내는 일은 큰 의미가 없다. 벤틀리 개발팀은 훌륭하게 일을 해냈다. 컨티넨탈 GT는 15년 전 첫선을 보인 이래 럭셔리카로서 좋은 차에서 훌륭한 차로 발전해왔고, 점점 더 나아졌다. 단순히 동급에서 앞서나갈 뿐 아니라 대부분의 측면에서 차급을 새롭게 정의한다. 이 벤틀리라면 여러분이 값을 치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글_Jonny Liberman

모터트렌드, 자동차, 벤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