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여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자동차는 그 기계적인 복잡성만큼이나 사회의 여러 관계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판매와 구매라는, 상품 유통과정에서 여러 일이 생길 수 있다. 국내를 기준으로 제작 및 판매를 함께 하는 국산차 회사들과 완성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수입사로 나눌 수 있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차가 넘어가는 단계는 비슷하다. 기본적으로는 차를 사는 개인 혹은 법인과 제작 혹은 수입해서 판매하는 회사의 판매 계약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여러 서류를 처리하면서 계약 성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자동차 영업사원이다. 

최근 들어 이런 판매 현장에서 불미스러운 소식이 있다. 영업사원이 고객 돈을 횡령해 잠적했다는 내용이다.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언제 새 차를 받을 수 있을까 고대하던 고객은 금전적인 손해는 물론, 해당 브랜드에 대한 믿음이 깨질 수밖에 없다. 새 차를 사는 사람은 당연히 그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판매회사도 당연히 책임이 있지만 막상 보상 이야기가 나오면 회사는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다. 공식 대리점을 방문해 차를 보고 시승까지 한 입장에서 이런 일을 당한다면 더욱이나 억울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까? 차를 구매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겪어본 일이겠지만 자동차 구매 과정에서 계약서에 사인하는 것은 브랜드와 차종, 트림과 선택사양, 컬러 등을 정해 최종적인 차값이 확정된 이후다. 이때 영업사원이 재고 여부 등을 체크해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고객과 계약서를 작성한다. 여기서 작성하는 계약서에는 구매자와 판매자에 대한 정보, 차종과 최종 판매가격 및 금융 등 구매 방식이 기재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판매 계약이 일반 소비자와 판매회사 사이에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즉 영업사원은 회사를 대리해 계약을 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일 뿐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 물론 계약서에 담당자로서 이름이 들어가지만 결국 계약 당사자는 판매회사와 고객이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물건을 산 사람은 중간에 계약을 도와준 사람이 아니라 물건을 판매하는 회사에 물품 대금을 주어야 한다. 금액의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계약금과 잔금에 상관없이 실제로 입금할 계좌는 판매회사의 법인 계좌여야 한다. 카드로 결제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자동차는 등록에 들어가는 비용은 차값과 별도다. 일반적으로 차값의 7퍼센트에 해당하는 취득세와 지역별로 다른 공채 매입비용 등을 합하면 약 10퍼센트 정도가 된다. 차값이 비쌀수록 이 금액은 커진다. 리스나 할부 등의 금융 상품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선수금 혹은 보증금 등 미리 현금으로 내야 하는 돈은 일반적으로 차값의 30퍼센트에 해당한다. 결국 차값의 40퍼센트 정도를 직접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일부 나쁜 마음을 먹은 영업사원은 여기서 생기는 현금의 흐름을 이용해 자기 주머니를 챙긴다. 판매회사 계좌로 등록비를 입금할 경우 자동차 등록 대행사로 돈을 보내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영업사원 개인 혹은 대행사의 직원이라며 다른 계좌번호를 알려주는 경우다. 차값 1억원이라고 하면 그 10퍼센트인 1000만원이겠지만 차가 여러 대가 되면 금액도 커진다. 또 새 차 계약금이나 선수금, 보증금 등을 현금으로 받아 회사에 입금하지 않고 한꺼번에 횡령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모은 돈이 모이거나, 돈은 보냈는데 차가 나오지 않자 뭔가 불안해진 고객이 회사로 문의해 문제가 드러나게 되면 연락을 끊고 잠적한다. 너무나도 많은 불법과 비상식적인 일이 겹쳐야 생길 수 있는, 어이없는 일이지만 새 차 구매 때 발생하는 사기 사건은 대부분 이 경우다.

이런 사기가 발생한 상황에서 피해자인 소비자를 탓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소비자의 잘못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차를 빨리 받겠다고 판매회사의 계좌에 입금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몇 번의 상담 과정을 통해 영업사원에게 쌓인 신뢰는 생각보다 크다. 또 화려하게 만들어진 공식 전시장에서 만난 영업사원을 내 돈을 떼어먹을 수 있는 ‘사기꾼’이라고 의심부터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물론 가장 큰 책임은 직접 사기를 친 영업사원에게 있다. 최근 들어 판매 경쟁이 심화되면서 차 한 대를 팔았을 때 벌 수 있는 수익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고, 또 관리자들의 판매 숫자에 대한 압박이 더 강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한 수입이 아닌 고객의 돈을 갈취한다는 것은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다. 

또 다른 책임은 영업사원을 직접 고용하고 관리해야 하는 판매회사와 그 브랜드를 우리나라에 소개한 수입사에 있다. 자동차 영업사원은 단순히 물건을 팔고 돈을 받는 판매 사원이 아니다. 여러 번의 상담을 통해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차를 제안하는 상담부터 할부 등 금융거래에 필요한 서류를 챙기는 등 회사를 대리하는 입장의 직원이다. 일부 딜러에서는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무조건 영업사원의 숫자를 늘리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도덕적인 부분은 물론 개인의 경제적인 배경 등에 대한 검증과 관리가 부족했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결국 자동차 판매 과정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으로, 많이 팔면 그만이라며 사람 관리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판매회사와 수입사의 안이함이 불러온 결과다. 

예방책은 간단하다. 구매하려는 사람은 내 돈이 계약 당사자인 판매회사로 정확하게 들어갔는지를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미심쩍을 때는 지점장이나 사장 등 책임자들과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당연히 딜러사에서는 영업사원을 채용할 때부터 신용조회는 물론이고 영업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하는 등 대비책을 준비하고, 꾸준한 인사관리로 문제를 미리 막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동차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의 높은 도덕심이 핵심이다. 개인에게는 생활의 영역이기에 어려움이 없지는 않겠지만, 법을 지키는 것은 물론 양심에 거리낌 없는 영업을 하겠다는 마음이 꼭 필요하다. 고객은 결국 사람이다. 법과 도덕은 사람 사이에 기본으로 지켜야 할 것이다.   
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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