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 p.m.
코나 |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1996년에 발표된 곡이다. 제목을 보자마자 이 곡의 멜로디나 가사가 떠올랐다면 100퍼센트 아재라는 이야기다. 주제는 ‘밤’이지만 하와이안 멜로디와 룸바 리듬 덕분에 전반적인 분위기는 청량하다. 해가 늦게 지는 여름 저녁에도 잘 어울린다. 그런데 도입부의 파도 소리는 좀 과하다 싶은 느낌이다. 아름다운 가사를 마치 경포대 앞 어느 숙소에서 “오빠 믿지?”를 시전하는 ‘드립’처럼 만든다. 음, 어쩌면 그래서 더 좋은 걸지도 모르겠다.

8:00 p.m.
Buena Vista Social Club | Chan Chan 
‘Chan Chan’은 20세기 정통 쿠바 음악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그 안에선 쿠바의 근대사까지 읽을 수 있다. 곡을 듣고 조금 흥미가 생긴다면 이 앨범의 탄생 과정을 담은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을 보는 것도 괜찮을 거다. 물론 배경 따위 몰라도 좋다. 이 곡은 음악 자체로도 매력적이다. 느긋한 아프리칸 리듬과 스페인 색채가 강한 멜로디, 인간 욕구를 해학적으로 풀어낸 가사 등이 빚어낸 쿠바 음악 특유의 여유가 뜨거웠던 낮의 열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여름 노을 아래 맥주와 함께 들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10:00 p.m.
2Pac | California love
1996년 공개된 2Pac의 마지막 유작 <All eyez on me>의 수록곡이다. 이 앨범은 힙합 장르 최초의 더블 앨범이자 최초의 다이아몬드 디스크(1000만장 이상 판매)다. 많이 팔린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곡이 좋으니까. 27곡에서 버릴 게 하나도 없다. 누군가는 이 앨범을 ‘베스트 앨범’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프로듀서부터 참여 아티스트까지 <All eyez on me>는 망하려야 망할 수가 없는 구성이었다. 이 곡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생략하겠다. 여름밤에 힙합을 듣는 데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12:00 a.m
Camila Cabello | Havana 
작년 여름에 공개돼 빌보드 정상에 오르며 라틴 팝 열기에 방점을 찍은 곡이다. 가사, 억양, 멜로디, 리듬 뭐 하나 관능적이지 않은 게 없다. 카밀라 카베요는 말할 것도 없고. 여름밤 자극의 수위를 끌어올리기에 이만한 곡이 또 있을까. 당신이 만약 솔로라면 듣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참고로 카밀라 카베요는 쿠바에서 이제 막 날아온 신데렐라가 아니다(어머니가 쿠바인이긴 하다). 다섯 살부터 미국에서 자란 미국인인 데다 ‘Worth it’이란 곡으로 유명한 ‘피프스 하모니(Fifth Harmony)’의 핵심 멤버였다. 이 곡을 관통하는 쿠바적 요소들이 사실은 고도의 전략이라는 이야기다. 

2:00 a.m
Eric Clapton | Let it grow
1974년 발표된 에릭 클랩턴의 2집 <461 Ocean Boulevard>에 수록된 곡이다. 에릭 클랩턴이 헤로인 중독을 극복하고 부활을 알린 앨범으로 더 유명하다. 앨범 이름은 녹음 당시 에릭 클랩턴이 머무르던 미국 마이애미 어느 해변가의 집주소다. 내가 이 곡을 꼽은 건 앨범 이름이나 커버 사진 때문이 아니다. 자연스러운 사운드, 감정적 욕구를 초월한 가사 등 서정적인 재료를 아주 ‘블루지’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들어보면 안다. 여름밤의 끈적끈적한 공기와 묘하게 어울린다. 촛불을 켜고 잠을 청하며 들으면 더 좋다.
글_류민

모터트렌드, 라이프스타일, 여름밤에 어울리는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