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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妖物(요물)

푸조가 송곳니를 드러내고 독일 브랜드 사냥에 나섰다. 이번엔 제대로다

2018.08.08

 

 

SUV가 득세한 세상이다. 너도나도 SUV(또는 그와 비슷한 형태)를 만들어 하루라도 더 빨리 내놓기 위해 애쓴다. 푸조도 SUV로 꽤 쏠쏠한 재미를 봤다. 지난해에만 SUV를 60만대 이상 팔면서 PSA 그룹의 15.4퍼센트 판매 신장을 이끌었다. 그렇다면 SUV를 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이다. 푸조는 또 하나의 SUV를 준비하고 있다. B 세그먼트 SUV 1008이다. 올해 파리모터쇼에서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SUV가 많아진다는 건 다른 형태의 자동차 판매량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형태가 세단이다. 세단은 10년 넘게 판매량이 계속 떨어졌다. 그중에서도 준중형과 중형의 판매량이 많이 빠졌다.  


푸조는 이미 10년 전에 세단 시장이 위축되리란 걸 예상하고 있었다. 그들은 407과 607 세단을 508로 통합했다. 세단 생산라인을 줄이고 508로 중형과 준대형 시장을 동시에 공략한다는 전략이었다. 결과적으로 푸조는 세단 하나를 줄이고 SUV 가짓수를 늘리면서 전체 판매 신장을 일궈냈다. 


“지난 10년간 세단 판매량이 떨어진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최근 4년간의 D 세그먼트 세단 판매량이 더는 떨어지지 않고 있어요.” 푸조 제품 담당 니콜라스 베이용의 말이다. 세단 판매는 앞으로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D 세그먼트 이상 대형 세단 시장은 SUV의 높은 파고가 비껴가는 형국이다. 국내 시장만 보더라도 현대 쏘나타 판매량은 계속 주는데, 그랜저는 날개 돋친 듯이 판매되고 있지 않은가.


푸조는 신형 508을 내놓으면서 “전통적인 D 세그먼트 세단의 틀에서 많이 벗어났다”고 말했다. 이제 대형 세단은 확고한 정체성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실용성과 유용성 등도 겸비해야 한다. 그래야 SUV가 활개 치는 시장에서 조금이나마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신형 508은 어떠한 방식으로 세단의 틀에서 벗어났을까?


먼저 세단의 전통 형태인 3박스(엔진룸-캐빈-트렁크)에서 탈피했다. 4도어 세단이 아닌 5도어 해치백이다. 루프를 약간 둥글리면서 길게 뽑아낸 후 해치도어를 굉장히 크게 만들었다. 옆에서 보면 아주 멋진 온전한 형태의 쿠페다. 푸조는 이를 ‘패스트백’이라 부른다. 스타일의 변화는 공간에서도 이점을 만들었다. 트렁크 용량(487리터)이 14리터 넓어졌다. 뒤 시트를 접으면 1537리터가 된다. 더불어 해치도어가 커졌으니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다. 


차체 크기는 길이×너비×높이가 4750×1847×1404밀리미터이고 휠베이스는 2793밀리미터다 이전에 비해 길이는 80밀리미터, 휠베이스는 11밀리미터 줄었다. 휠베이스에 비해 길이가 많이 줄었다는 건 오버행을 줄였다는 뜻이다. 줄어든 휠베이스에 대해 푸조는 “EMP2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무게중심을 낮추고 거주성을 높였다. 휠베이스가 줄기는 했지만 실내 패키징이 좋아지면서 공간이 줄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앉아보니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난 것처럼 넓고 편했다. 너비는 20밀리미터 넓어졌고 높이는 무려 60밀리미터나 낮아졌다. 낮아진 높이에 가장 큰 몫을 차지한 건 새로운 플랫폼이고 그다음이 프레임리스 도어다. 푸조는 도어 프레임을 없애기 위해 독일에서 기술자들을 영입했다고 한다. 그렇게 푸조의 새로운 패스트백 세단은 섹시한 루프라인을 갖게 됐다. 


앞모습은 꽤 흥미로운 디테일이 보인다. 푸조의 새로운 시그니처가 될 ‘사자의 송곳니’ 주간등이다. 헤드램프 끝에서 아래쪽으로 길게 뽑아낸 LED는 지난해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된 인스팅트 콘셉트에서 가져왔다. 푸조 로고와 분위기가 잘 맞는 독특한 디테일이다. 더불어 푸조에게 굳은 의지 같은 게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갖게 한다. 이런 디테일은 리어램프에서도 볼 수 있다. 맹수가 발톱으로 긁어놓은 것처럼 3개의 LED가 사선으로 그어져 있다. 

 

프레임리스 도어 프레임을 없애면 루프라인을 얇게 만들 수 있다. 두툼한 것보다 훨씬 날렵하고 보기 좋다. 대부분의 쿠페가 프레임리스 도어를 사용하는 이유다.

 

 

실내에선 PSA 그룹의 시그니처로 자리매김한 아이콕핏(i-Cockpit)이 한 단계 더 진화했다. 12.3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 인스트루먼트 패널이 들어간다. 더 또렷하고 큰 화면을 운전대 너머로 볼 수 있다. 시승 전날 아이콕핏을 구상한 PSA 그룹의 선임 디자이너 신용재 씨를 만났다. 그는 이 아이콕핏을 케이터햄을 운전하면서 구상했다고 한다. “운전대가 작으면 더 빠르게 컨트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포티한 느낌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죠. 그래서 운전대 크기를 줄이고 밑으로 낮췄습니다. 회사에 이 레이아웃을 관철하기 위해 오랜 시간 싸웠죠.” 실제로 아이콕핏은 사용하면 할수록 편하고 재미있다. 더불어 키가 작아 운전대 높이에 눈이 오는 운전자들도 운전대가 시야를 가릴 일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건 정말 기가 막힌 발상이다. 


실내는 전체적으로 모던한 느낌을 내며 고급스럽다. 더불어 조이스틱 형태의 기어노브나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피아노 건반 형태의 스위치 등에서 푸조의 독창적인 디자인 멋이 묻어난다. 


사실 푸조의 독특함이 가장 잘 묻어난 것은 주행질감이다. 신형은 섀시가 바뀌면서 앞쪽 서스펜션이 더블위시본에서 맥퍼슨 스트럿으로 바뀌었고(뒤는 똑같이 멀티링크다), 스티어링 시스템도 유압식에서 전동식으로 바뀌었다. 이 사실만 놓고 보자면 핸들링 감각이나 노면 그립이 그다지 좋아졌을 것 같지 않지만, 신형은 모든 면에서 구형을 뛰어넘었다. 


시승행사가 열리는 모나코로 떠나기 전 며칠간 구형 508을 탔다. 출시된 지 8년이나 지났음에도 맛깔스러운 핸들링은 여전했다. 다만 운전대가 너무 무거워 팔뚝이 뻐근할 정도였다. 모나코에서 만난 신형은 가벼운 운전대가 반가웠다. 더불어 속도에 따라 무게감이나 조타각을 조절하는 가변 스티어링 시스템이다. 


사실 전동식은 유압식 스티어링 시스템에 비해 노면 정보 전달력이 떨어지고 전동 모터의 개입으로 텁텁한 느낌을 주는 경우(요즘은 많이 개선됐지만 주로 국산차가 이러했다)가 많다. 그런데 푸조의 것은 이런 느낌이 전혀 없다. 노면 상태를 운전대로 또렷하게 전달하면서 전동 모터 느낌도 없다. 핸들링은 신형 508에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이었다. 


앞 서스펜션은 약간 단단하게 세팅했음에도 노면 충격을 굉장히 잘 걸러냈다. 더불어 훌륭한 그립력을 자랑하는데, 모나코와 이탈리아를 넘나드는 꼬부랑길에서 단 한 번도 스키드음을 내지 않았다. 앞바퀴가 안정적으로 노면에 붙어 있으니 빠르고 정확한 움직임이 가능해 코너에서 좀 더 뱃심을 부려보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을 받쳐주는 건 뒤쪽 서스펜션도 한몫을 한다. 앞보다는 약간 부드럽게 세팅된, 푸조 모델에서 유일한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무게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는 선에서만 롤을 허용해 코너를 안정적으로 돌도록 유도하면서 승차감을 잡아낸다. 


코너에선 좌우(때로는 상하)로 많은 물리적 저항이 생기고 그 저항값은 많은 외부적 요인(속도, 노면 상태, 바람 및 구름 저항 등)에 의해 수시로 변한다. 그 변화에 대응해 서스펜션은 최적의 승차감과 노면 그립을 찾아 저항을 줄이게 되는데, 푸조의 엔지니어들은 이런 모든 저항값을 완벽하게 이해한 것처럼 비싼 부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너무나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코너링을 만들었다. 더불어 이런 빠르고 정확한 움직임을 더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도록 운전대까지 작게 만들었다. 작은 고추가 매운 것처럼, 작은 운전대는 꽤 매콤하고 알싸한 핸들링을 선사한다. 이 차는 운전이 재미없을 수가 없다. PSA는 정말 영악하다. 


드라이빙 모드는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그런데 스포츠 모드에 둔다고 코너를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돌아가는 정도는 아니다. 롤을 더 줄이기 위해 댐퍼가 좀 더 강해지는데 이때는 노면의 잔진동이 약간 더 올라온다. 물론 코너에서의 감각과 기백이 조금 좋아지기는 하지만, 뒷자리 승차감이 떨어지니 누가 뒤에 탔다면 컴포트 모드가 적합하다. 


508의 뛰어난 승차감과 핸들링 감각에 취하느라 실내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는데 이 차는 꽤 훌륭한 옵션을 달고 있다. 동급에서 유일한 나이트비전과 자동주차 시스템, 레인 어시스트,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면서 미러링크까지 가능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포칼 오디오 등 편의장비를 잘 갖췄다(물론 일부 품목은 옵션이다). 도어 프레임이 없음에도 풍절음을 잘 틀어막았고, 엔진 소음도 일상적 영역에선 잘 들리지 않는다. 이전 푸조 세단들이 등한시했던 것들인데 신형 508은 살뜰하게 챙겼다. 이제 푸조는 소비자들이 세단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냉철해졌고 더불어 더 다양한 것을 요구한다는 것은 완벽하게 인지한 듯하다. 


신형 508은 이전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상품성이 좋아졌다. 스타일과 디테일로 소비자를 유혹한 후에 점차 운전을 즐기게 만드는 요물 같은 차가 됐다. SUV로 많은 돈을 벌고 있는 푸조지만 그들의 진짜 송곳니는 이제 508이 될지도 모른다. 맹수의 송곳니는 먹잇감 사냥용이라는 걸 잊지 말자. 푸조는 미디어 브리핑에서 정확히 독일 브랜드를 지목했다. 신형 508은 오는 11~12월(한국은 유럽과 함께 1차 출시국에 포함됐다) 국내에 들어오고, 508SW는 연말, 하이브리드는 내년에 출시된다. 

 

나이트비전 야간 또는 시인성이 좋지 않은 환경에서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최대 250미터 내의 물체와 생물을 감지한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푸조, 508

 

 

CREDIT

EDITOR / 이진우 / PHOTO / 푸조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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