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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신들의 레이스

난 세나를 통해 속도가 예술의 경지에 오르는 신의 영역을 엿볼 수 있었다

2018.08.02

 

상식 따위는 이미 잊힌 지 오래다. 속도의 한계선이라고 생각했던 기준점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30년 넘게 수많은 자동차를 트랙에서 몰았지만 그 어떤 차도 최근 영국의 실버스톤 서킷에서 몰아본 맥라렌 세나에 견줄 순 없다. 


애비 & 팜 커브 : 실버스톤 서킷의 F1 피트레인을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오른쪽과 왼쪽의 코너 구간이다. 기어를 5단에 넣고 시속 241킬로미터로 달리다가 왼쪽 커브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며 기어를 4단으로 내렸다. 속도계 바늘이 시속 117킬로미터까지 내려갔을 때 코너에 진입했고, 정점에 이르기 직전 다시 가속페달을 밟았다. 언더스티어가 살짝 일어나며 트랙의 가장자리가 순식간에 눈앞으로 다가왔다. 조금만 더! 코너의 출구 부분에 시야를 고정한 채 같은 방향으로 스티어링휠을 유지하며 카운터를 넣을 타이밍을 기다렸다. 지금이다! 왼쪽 손목에 힘을 주자 맥라렌은 시속 193킬로미터의 속도를 유지한 채 침착하게 왼쪽으로 움직였다. 


스토우, 행거 스트레이트 구간의 끝에 있는 오른쪽 커브, 좁디좁은 코너 출구엔 위협적인 연석이 버티고 있다 : 코너에 진입했을 때 속도는 시속 273킬로미터였으며 기어는 6단으로 막 올라가려던 참이었다. 아직이야, 아직. 온 신경이 곤두섰다. 차에 대한 의심을 억눌러가며 최대한 브레이킹 시점을 미뤘다. 지금이야! 브레이크 페달을 힘껏 밟았다. 어이쿠! 안전벨트가 어깨로 깊숙이 파고들며 기어가 4단으로 내려갔다. 젠장! 브레이킹 시점을 좀 더 늦췄다면 더 빠른 속도로 코너에 진입했을 텐데…. 세 코너를 통과하는 동안 맥라렌 세나는 왜 자신이 페라리나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의 슈퍼카와 궤를 달리하는지 증명해냈다. 전설의 F1 드라이버와 마찬가지로 세나는 다른 슈퍼카들과는 완전히 다른 경지에 있다. 운전자를 ‘운전의 신’처럼 느끼게 해준다. 난 지난해 F1 영국 그랑프리에서 폴 포지션을 차지한 루이스 해밀턴의 경주 영상을 찾아봤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의 F1 경주차는 분명 빠르지만 예전의 F1 머신보다 운전하기 쉽다고 이야기한다. 레드불 레이싱의 치프 엔지니어 에이드리언 뉴이는 이에 대해 조금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 오늘날 F1 머신의 문제점이 실제와는 달리 운전하기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밀턴의 경주 영상을 보면 당신은 ‘흠, 조금만 연습하면 나도 몰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사람들에게 이런 생각이 들게 했다는 자체가 F1이 점점 특유의 ‘매직’을 잃고 있다는 거겠죠.”


맥라렌 세나를 몰아본 경험은 내가 지금껏 갖고 있던 브레이킹과 코너 스피드 등에 대한 상식을 모두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해밀턴이 메르세데스-AMG F1 경주차를 몰고 앞서 언급한 세 개의 코너를 빠져나오는 영상을 보자 난 아직껏 레이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애비에서 내가 세나의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4단으로 기어를 내린 다음 코너를 향해 스티어링휠을 조준하던 순간에 영상 속 해밀턴은 8단 기어를 유지한 채 직선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러곤 가속페달을 계속 밟으며 시속 305킬로미터를 유지한 채 코너로 진입했다. 애비 코너의 정점을 지난 후 트랙 왼쪽에 바짝 붙어 팜 코너를 빠져나가는 순간까지 그의 AMG는 거의 속도를 잃지 않았다. 스토우 구간에서 그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할 지점을 50미터나 지나 말 그대로 코너의 코앞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기 직전까지 가속페달을 짓이기며 시속 322킬로미터를 유지했다. 


맥라렌 세나는 나에게 ‘속도의 과학’이라는 강의를 들려줬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나는 세나를 통해 속도가 예술의 경지에 오르는 신의 영역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나보다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 빠른 속도로 애비 & 팜 커브를 빠져나오고, 스토우에선 나보다 시속 50킬로미터 이상 빠른 속도로 달리다 축구 경기장 절반의 거리만큼 브레이크를 늦게 밟는 해밀턴의 강인한 정신력은 거의 불가사의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말 그대로 신들의 레이스라 칭할 만하다. 난 그들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F1의 ‘매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실버스톤 서킷 코스

 

 

 

 

모터트렌드, 자동차, 실버스톤 서킷

CREDIT

EDITOR / Angus MacKenzie / PHOTO / MOTORTREND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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