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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지만 귀엽지만은 않은 
굳이 ‘대중소’라는 분류법으로 구분하자면 소형이다. 재규어의 콤팩트 SUV E 페이스. 그런데 실물을 보면 소형이란 게 믿기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E 페이스의 태생을 보면 조금 이해가 된다. 재규어 SUV의 막내 격인 E 페이스는 상위 모델 F 페이스와 재규어의 스포츠카 F 타입의 매력적인 요소만 골라 흡수했다. 두 차의 유전인자를 빼내 보기 좋게 다듬은 후 버무렸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나. E 페이스는 SUV 후발 주자인 재규어가 소형 SUV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작정하고 만든 차다. 얼마나 많이 고민했을지 상상이 된다. 외모는 작고 귀엽다. 한데 재규어가 아닌가. 재규어의 레이싱 DNA는 이 소형 SUV에도 녹아들었다. 앞뒤 램프, 그릴은 F 타입과 닯았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짧은 앞 오버행과 볼륨감이 느껴지는 라인, 루프라인을 타고 이어지는 리어 스포일러 등이 역동적인 날렵함을 완성한다. 이 와중에 아기 재규어를 슬쩍 숨겨둔 유머라니. 앞 유리 하단을 보면 재규어를 뒤따르는 아기 재규어를 볼 수 있다. 누구라도 스르륵 미소가 번질 것이다.  

실내에서도 F 타입의 스포티함이 느껴진다. 센터페시아에서 센터터널 쪽으로 떨어지며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를 나누는 바(Bar)가 좋은 예다. 덕분에 레이스카와 비슷한 분위기가 풍긴다. 이는 운전자와 동승자 간의 프라이버시도 유지해준다. 센터페시아 구성은 간결함 그 자체. 10인치 터치 디스플레이, 3개의 다이얼, 전자식 변속레버가 한눈에 들어온다. 물론 SUV의 본질도 놓치지 않았다. 소형이지만 알찬 공간 활용성이 돋보인다. 뒷좌석에 앉으면 앞 시트 등받이에 무릎이 닿지 않느냐고? 걱정할 필요 없다. E 페이스의 휠베이스(2681밀리미터)는 동급에서도 꽤 긴 편이다. 트렁크 용량도 484리터나 된다. 4인 가족이 여행을 떠나기에도, 연인이 캠핑을 가기에도 무리 없는 수준이다(2열 시트를 접으면 짐 공간이 1141리터까지 늘어난다). 곳곳에 숨은 수납공간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가장 넘치는 센스는 두 개의 컵홀더 사이에 마련된 스마트폰 수납공간. 코너를 돌 때마다 덩달아 길을 잃고 헤매는 스마트폰 걱정은 이제 하지 않아도 된다. 태블릿 PC를 보관할 수 있는 8.42리터 크기의 센터콘솔과 대용량 글러브박스, 널찍한 도어 포켓 등도 실용성에 힘을 보탠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시트가 약간 딱딱한 편이며, 대시보드 재질이 가벼워 보인다. 하지만 이 역시 스포티한 감성과 가격대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스포츠카의 다이내믹함과 소형차의 경쾌함, 그리고 SUV의 실용성까지 갖춘 차. E 페이스는 분명 누구나 좋아할 만한 차다. 소형 SUV에서 대중성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설미현(<The Neighbor> 피처 디렉터)

“매력적인 F 타입의 실루엣을 닮은 SUV. 비록 체구는 작지만 E 페이스는 스포츠카의 DNA를 품었다. 평소엔 귀여운 아기 재규어 같다가 갑자기 맹수로 돌변한다. 생각보다 널찍한 실내와 센스 넘치는 수납공간은 박수 쳐줄 만하다.” 

스포츠 성향 강조한 다재다능 소형 SUV
E 페이스는 재규어의 두 번째 SUV다. 재규어는 과거 스포츠 성향 가득한 세단과 쿠페만 만들던 브랜드다. 하지만 2016년 선보인 중형 SUV F 페이스가 데뷔 1년 만에 전체 판매량(17만2848대) 중 약 39퍼센트인 6만7955대를 차지하며 최다 판매 모델로 떠올랐다. SUV 라인업 확대는 당연한 수순. 게다가 재규어에겐 랜드로버라는 든든한 지원자가 있지 않은가? 소형 SUV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E 페이스는 랜드로버의 소형 SUV(레인지로버 이보크,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하지만 그들의 흔적을 찾아보긴 힘들다. 안팎 디자인은 재규어의 아이콘인 F 타입의 그것을 차용했으며 크기는 이보크와 디스커버리 스포츠 사이에 위치한다. 섀시 역시 재규어 기준에 맞게 개선했다. 뒤 서스펜션(인티그럴 링크)은 구조를 완전히 바꿨고, 앞 서브프레임은 보강을 거쳤다. 

아울러 보닛, 앞 펜더, 지붕, 테일게이트 등을 알루미늄으로 빚어 무게 배분도 다시 맞췄다. 댐퍼 마운트보다 한참 더 앞쪽에 엔진을 가로로 얹는 구형 플랫폼(포드 산하 시절 개발됐다)이기에 재규어 입맛에는 맞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E 페이스는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린 모델(P250)만 판매된다. 옵션에 따라 트림만 나뉠 뿐이다. 모두 최고출력 249마력, 최대토크 37.2kg·m를 내며 최고속도는 시속 230킬로미터,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시간은 7초다. 같은 엔진으로 무려 300마력을 내는 P300과 180마력 2.0리터 디젤 터보 엔진을 얹은 D180의 판매는 아직 미정이다.

시승차는 20인치 휠을 끼운 퍼스트 에디션(국내 판매 E 페이스는 19인치가 기본이다). 가속 감각은 예상보다 화끈하다. 

정지 상태에서 치고 나갈 땐 터보 지체 현상이 약간 느껴지긴 하지만(회전수를 띄운 후 클러치를 붙이는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쓰면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회전에 살을 붙이면 꽤나 과격하게 밀어붙인다. 그런데 핸들링은 이보다 더 뾰족하다. 

무게중심이 낮은 데다 서스펜션이 탄탄하고 스티어링의 반응 역시 빨라 좌우로 마음껏 휘두를 수 있다. 특히 과격한 조작으로 타이어가 접지를 잃어도 전자장비가 파워트레인 대신 좌우 바퀴 회전수를 제어해 궤적을 다잡는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대부분의 동급 SUV들은 이런 상황에서 안전을 위해 출력을 빼버린다.

자, 그럼 E 페이스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E 페이스의 크기는 BMW X1과 벤츠 GLC의 중간 정도 된다. 구성은 볼보 XC40 T5(아직 출시 전이다)와 비슷하다. 상급 트림의 스타일링이나 운전재미를 보면 포르쉐 마칸 2.0의 영역도 어느 정도 침범한다. 너무 포괄적인 거 아니냐고? 그렇다. 재규어 E 페이스의 경쟁력은 바로 이런 다양성이다. 지금껏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 소형 SUV들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면 E 페이스를 한번 들여다보자.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니.   
류민

“249마력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E 페이스를 화끈하게 밀어낸다. 가장 빠르진 않지만 운전재미만큼은 여느 경쟁자보다 짜릿하다. 작은 SUV라도 스포츠 성향 가득한 차만 만들던 재규어의 성깔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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