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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SUPERIOR GENE

볼보는 60과 90 시리즈의 우월한 유전자를 골라 XC40에 이식했다. 그렇게 처음이지만 이미 여러 번 만든 것처럼 소형 SUV를 만들었다

2018.07.11

 

 

요즘 출시하는 차마다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잘나가는 볼보의 SUV 라인업이 완성됐다. 2015년 가장 맏형인 XC90가 나오고 작년에 둘째인 XC60가, 그리고 이번에 나온 XC40가 막내다. 이름만으로 보면 그동안 볼보가 쓰던 이름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앞쪽에는 보디 형태를, 뒤에는 차 크기를 나타내는 방식으로 과거부터 있었던 숫자들이라 익숙한 듯싶지만, 실제로 XC40는 작년에 90년을 맞은 볼보 역사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차다. 이 차는 세계적으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프리미엄 콤팩트 SUV 세그먼트에 속한다. 


이 시장의 세계적 지배자는 BMW X1과 벤츠 GLA 그리고 아우디 Q3다. 가장 먼저 시장이 열린 유럽 기준으로도 프리미엄 콤팩트 SUV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물론 X1이 2009년부터 팔리고 있었지만 2011년 아우디 Q3와 레인지로버 이보크, 2014년에 GLA가 합류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5년 유럽 판매대수는 Q3가 약 8만2000대, GLA가 6만4000대, 이보크가 5만1000대이고 모델 체인지를 앞두었던 X1이 4만대를 살짝 넘겨 약 24만대가 조금 안 되는 시장이었다. 그런데 불과 1년이 지난 2016년에는 유럽 전체에 팔리는 규모가 무려 36만여 대로 50퍼센트 이상 늘어났고, 2017년에 45만5000대가 되면서 25퍼센트 이상 훌쩍 성장하는 시장이 되었다. 이는 위에 언급한 4개 차종 외에 아우디 Q2와 미니 컨트리맨 등이 더해지면서 전체 판이 커진 결과다.  

 

그런데 솔직하게 따지자면 이런 해외의 열풍과 달리 국내는 아직까지 조용하다. 국산차라면 치열하게 순위 다툼을 하는 현대 코나나 쌍용 티볼리가 대번에 떠오를 것이지만, 차값 4000만~5000만원 중반에 위치한 수입 프리미엄 콤팩트 SUV는 판매량이 신통치 않다. 국내에는 유럽에 없는 렉서스 NX나 6000만원 초반의 가격대로 함께 경쟁한다고 말할 수 있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까지를 포함해도 5월까지 판매대수가 약 5300대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작년까지는 BMW X1이 있었지만 올해 들어 새 엔진 인증 문제로 판매가 중단되면서 전체 수입차 SUV 판매 중에서도 프리미엄 콤팩트 SUV의 비율이 줄어들었다. 벤츠 GLA와 미니 컨트리맨이 5월까지 각각 1000대를 넘기며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마땅한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이 분야에 앞으로 새 차 소식도 요원하다. 내년이나 돼야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아우디 Q2나 Q3는 물론이고, BMW가 부산모터쇼에서 공개한 X2도 아직 정확한 판매 시기가 잡히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이제 데뷔한 지 좀 지나 힘이 빠진 레인지로버 이보크까지 제외하고 나면 역시 새로 시장에 진입한 재규어 E 페이스 정도가 남을 뿐이다. 


실제 차는 어떨까? 이미 작년 9월 밀라노 패션위크를 시작으로 해외 매체에도 여러 번 소개되어 모르지도 않고, XC90나 XC60 등 형님 SUV들이 있어 낯설지는 않지만 실물로 봤을 때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짧고 오뚝했던 사진 속의 모습보다는 훨씬 길고 균형이 잘 잡혔다. 길이×너비×높이가 4425×1863×1658밀리미터로 GLA의 4440×1805×1540밀리미터나 X1의 4439×1821×1598밀리미터와 비교하면 더 짧고, 넓고, 높다. 특히 너비와 높이의 차이는 실내 공간에도 그대로 반영돼 여유 있는 머리 공간은 물론, 어깨 부분이 넉넉해 실내에 앉았을 때 한 등급 위의 차를 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차체는 짧지만, 동급에서 가장 긴 2702밀리미터의 휠베이스 때문에 뒷바퀴 뒤쪽 공간인 리어 오버행도 매우 짧아졌다. 사실 차체 길이에 비하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긴 휠베이스 때문에 균형이 깨진 것은 아닐까 생각했지만 도어 아래쪽에 두툼한 캐릭터 라인을 넣어 시선을 나누었다. 더욱이 2열 창문 아래를 위로 올라가며 삼각형의 C 필러까지 연결한 디자인은, 시승차로 만난 R 디자인의 블랙 루프와 함께 XC40만의 독특한 개성을 부여한다. 풍성하게 넓어져 뒷바퀴를 감싸고 있는 넓은 펜더는 위아래로 길게 내려오는 테일램프에서 이어지며 볼보 특유의 뒷모습을 만든다. 비슷한 듯하지만 XC60나 XC90에 비하면 날렵한 앞모습보다는 좀 더 패밀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중도 디자인 XC40의 디자인은 압도적으로 스포티한 것도, 흐드러지게 화려한 것도, 지나치게 단순하지도 않다. 

 

북유럽 사람들은 따뜻함을 좋아해 X40의 인테리어는 60과 90의 영향을 받아 아늑하고 따스하다. 도어 트림 안쪽, 실내 바닥, 센터터널 주변 등을 휘감은 오렌지색 펠트로 이러한 분위기는 한층 배가된다.

 

문을 여는 순간 실내 곳곳의 넓은 면적에 뿌려진 강렬한 오렌지색 펠트가 눈에 들어온다. 도어 트림 안쪽, 실내 바닥과 센터터널 주변 등 살짝만 고개를 낮추면 모두가 그렇다. 손으로 슬쩍 훑어보면 플라스틱이나 가죽의 차가움이 아니라 따뜻함이 묻어 나오는데 수평선 위에서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이 저절로 떠오른다. 도어의 위쪽 창틀이나 대시보드 위의 깊숙한 곳 등 평소에 잘 만지지 않는 부분을 제외하면 가죽과 우레탄을 적절히 섞어 부드럽다. 재질이 실제로는 단단하더라도 매끈하고 촉촉하게 보여 어떤 화장술을 쓰면 저렇게 만들 수 있는지, 내 얼굴도 저렇게 바꿀 수 없는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대시보드는 그간 새로 나오는 볼보에서 자주 보던 모습이라 익숙한데, XC40가 볼보 안에서 막내라는 것을 돌이켜보면 대단한 일이다. 센터페시아를 따라 길게 내려온 9인치 스크린은 여전히 시원스럽고 보기에 편하다. 메인 화면에서 큼직하게 만들어진 각각의 항목들도 운전하면서조차 고르기 쉽고 터치나 화면 전환이 자연스럽다. 기어레버 앞쪽에는 요즘 일반적이 돼가는 Qi 규격의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가 있다. 옆으로는 스마트키를 던져둘 공간이 있고 그 뒤로 전자식 기어레버와 컵홀더가, 다시 그 뒤로 휴지통과 센터콘솔이 달렸다. 잘못된 설명이 아니다. 살짝 누르면 밑으로 열리는 뚜껑이 달린 휴지통이다. 생각해보면 차 안에서 생기는 자잘한 것들, 그러니까 손을 닦은 화장지나 주유소에서 받은 잡다한 쿠폰 등을 도어 트림이나 컵홀더에 넣는 경우를 떠올리면 얼마나 쓸모 있는 공간인지 알게 될 것이다.


운전석 왼쪽 도어 트림의 수납공간은 말 그대로 광활하다. 오렌지색 펠트를 바닥까지 꼼꼼하게 덮어 노트북이나 금속으로 된 커피캔을 넣어도 잡소리가 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넓어진 것은 저음을 재생하는 스피커를 도어에서 없앤 설계 덕분이다. 일반적으로 고음을 내는 트위터는 A 필러나 도어 위쪽에 들어갈 수 있는 작은 크기여서 실내 공간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하지만 직경 5인치, 그러니까 125밀리미터 이상의 미드레인지 우퍼가 도어 트림에 들어가면 수납공간이 확 줄어든다. XC40는 에어 우퍼 테크놀로지(Air Woofer Technology)라는 독특한 기술을 사용해 엔진룸과 대시보드 안쪽으로 서브우퍼를 옮겼다. 덕분에 실내 공간을 넓힌 것은 물론, 소리의 방향이 가늠되는 중역대 저음도 앞쪽에서 들려 음장감이 좋아지는 효과도 얻었다. 물론 최상위 모델인 인스크립션에 들어가는 13개 하만카돈 오디오라면 어떨까 생각이 들지만, 잘 억제된 소음과 함께 충분한 음량과 음질을 발휘한다. 연결이 쉬운 블루투스를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데 부족함을 느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공간의 여유는 뒷자리와 트렁크도 마찬가지다. 긴 휠베이스와 넓은 차폭이 그대로 장점이 된다. 2열 시트의 엉덩이 부분이 살짝 낮고 등받이가 서 있다는 느낌은 있지만 워낙 무릎공간의 여유가 있기에 자세를 잡기가 불편하지는 않다. 전동으로 작동하는 커다란 트렁크 해치도어를 열면 턱이 없이 바로 짐공간으로 연결된다. 앞쪽의 레버로 바닥을 들어 올리면 10센티미터 정도 깊이의 분리된 공간이 나와 세차 도구 등을 보관할 수 있고, 큰 짐을 싣기 위해 걸리적거릴 수 있는 트렁크 커버를 떼어내 넣을 수도 있다. 게다가 접어 올린 바닥을 세워 고정하면 쇼핑백을 걸 수 있는 고리까지 있다. 실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꼼꼼하게 고민한 결과라 반갑다.   

 
현재 국내에 들어오는 모델은 XC40 T4다. 볼보가 차세대 동력계통으로 선보이고 있는 드라이브 E 파워트레인의 하나로 최고출력 190마력과 최대토크 30.6kg·m를 낸다. 2.0리터 4기통이라는 점은 XC60 등에 쓰인 T5와 같지만, 압축비를 10.8:1에서 11.3:1로 높이고 터빈의 과급압을 낮춰 출력을 조절했다. T5가 245마력을 내 표면상의 출력은 55마력이 낮지만 XC40에 쓴 T4 엔진은 최고출력이 나오는 회전수도 5500rpm에서 4700rpm으로 내려가 회전수를 높이지 않아도 된다. 최대토크가 나오는 회전수도 1400~4000rpm으로 상당히 낮아 마치 디젤 엔진처럼 움직인다. 소음과 진동은 없는 상태로. 

 

비밀 공간 트렁크 바닥 밑에 10센티미터 정도의 분리된 공간이 있어 트렁크 커버를 넣기 안성맞춤이다.

 

이 엔진의 또 다른 장점은 보닛을 열면 보인다. 잘 정돈되기도 했지만 서스펜션 마운트와 비교할 때도 꽤 낮게, 그리고 뒤로 기울어져 자리 잡은 엔진 때문이다. 당연히 무게중심을 낮추고 가운데로 모으는 효과가 있다. 엔진 커버 사이로 살짝 보이는 골뱅이 모양의 기계는 400W의 모터로 작동하는 워터펌프. 그릴 안쪽에 달린 액티브 셔터와 함께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드라이브 E 파워트레인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런 엔진을 품은 섀시는 XC40부터 새로 쓰인 플랫폼으로, 볼보가 모그룹인 지리자동차와 함께 쓰기 위해 만든 소형 전용의 CMA(Compact Modular Architecture)라고 불린다. XC60나 XC90의 SPA는 앞 서스펜션이 더블 위시본이지만 CMA는 맥퍼슨 스트럿을 사용한다. 구조에 따른 영향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스트럿 방식의 서스펜션으로도 뛰어난 핸들링 성능을 발휘하는 차들이 많아진 현실을 생각하면 딱히 아쉽지는 않다.    


이는 실제 주행하면서 더 쉽게 느낄 수 있다. 사실 1740킬로그램이라는, 동급에서 가장 무거운 차체를 190마력의 힘으로 끌고 가는 것이 넉넉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콤팩트 SUV에서는 보기 드문, 경쾌함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가벼움보다는 묵직한 움직임이다. 강성 좋은 섀시와 스트로크가 짧은 서스펜션으로 중대형 세단을 타는 듯한 감각이다. 동급 최고 수준의 너비 덕분인 넉넉한 실내가 주는 이미지까지 더해지면 솔직히 동급에서는 찾기 어려운 승차감인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고회전보다 중간 영역에서 힘을 더 발휘하는 엔진 때문에도 더 두툼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때문에 일반 도로에서 긴장하며 속도를 높이기보다, 볼보가 자랑하는 반자율주행 기술인 파일럿 어시스트를 느끼며 느긋하게 달리는 것이 어울린다. 시속 15킬로미터 이상에서 스티어링휠 왼쪽 스위치를 누르면 작동하는데, 시속 140킬로미터까지는 입력한 속도나 앞차에 맞춰 달리는 것은 비슷하지만 단순히 차선을 넘어가는 것을 막는 것뿐 아니라 꽤 정확하게 도로의 가운데에서 차가 달리도록 유지한다. 처음에는 운전대를 통해 전해지는 힘이 생각보다 세서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확실한 조향 보조 기능이 더 믿음직스러웠다. 딱 한 번, 반대 차선 접근 차 충돌 회피 기능이 작동한 적이 있었다. 완만하게 오른쪽으로 굽은 도로였는데 반대편에 좌회전하려는 차가 서 있는 상황에서 살짝 중앙선을 넘자 즉시 경고를 보내며 운전대가 오른쪽으로 더 돌아가 피할 수 있었다. 아마도 내 생각보다 회전반경이 커지는 상황을 차가 감지하고 도움을 준 경우였다. 여기에 도로 이탈 완화 기능과 자전거나 교차로 추동 방지 기능이 더해진 시티 세이프티까지 포함하는 인텔리 세이프라는, 볼보의 지능형 안전 시스템이 트림에 상관없이 모든 모델에 기본으로 달리는 것은 가격을 생각할 때 선물이나 다름없다.


사실 경쟁 모델들의 사정만으로도 볼보 XC40의 성공은 예정된 것이다. 게다가 긴 휠베이스와 넓은 차폭이 주는 넉넉한 실내는 운전자의 팔이 뻗는 범위 안에 지저분한 것들은 감춘 채 많은 것을 보관할 수 있다. 새로운 섀시는 먼저 나온 볼보의 새 차들이 그러했듯 든든하고, 경쟁 모델들이 갖지 못한 묵직한 안정감도 있다. 결국 이런 장점들은 차를 보고 타는 사람들이 더 빨리 알아차릴 것이다. XC40가 마지막으로 론칭하는 볼보의 엔트리 SUV라는 것은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 차를 통해 볼보라는 브랜드를 접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다음 모델도 볼보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막내지만 형님들의 장점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XC40 덕에 볼보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모터트렌드, 자동차, 볼보

 

 

CREDIT

EDITOR / 김선관 / PHOTO / 최민석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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