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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 TREND_Car&Tech

KIA THE K9

기아 K9이 충분히 고급스럽고 훌륭한 차가 됐다. 이제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2018.07.04

 

 

‘양과 질’ 이것이 1세대와 2세대 K9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1세대 K9은 기아차가 사상 처음으로 선보이는 대형 기함이었다. 당연히 기아차는 K9에 온갖 정성을 다 쏟았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첨단 장비를 한가득 담은 ‘하이테크 개발용 모델’이었다. 그만큼 1세대 K9은 앞선 기능이 가득한 훌륭한 차였다. 그러나 이 보석들을 꿰어서 어떤 작품을 만들고자 했는지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차 자체는 기술적으로 손색이 없는데 그것들이 모여서 어떤 이미지나 캐릭터를 완성하지 못했다. 마치 최고급 슈트를 입었는데 빌려 입은 벼락부자처럼. 
하지만 2세대 K9은 달랐다. 우아하고 섬세하다. 실제로는 엄청나게 큰 차체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명품 맞춤 정장처럼 허술한 부분이 없어서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를 굳이 크게 만들지 않은 것도 이미 충분히 중후하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데커레이션을 적당한 수준에서 억제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조립 품질이 대단히 좋다. 차체가 마치 한 덩어리처럼 보이게 만드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악마가 디테일에 있다’는 말은 뒤집으면 ‘디테일에 천사가 있을 수도 있다’는 뜻. K9의 디자인은 보면 볼수록 기품이 느껴진다.

하지만 신형 K9을 제대로 느끼려면 역시 타봐야 한다. 운전석에서 K9은 마음 씀씀이가 깊은 친구라는 느낌이다. 좀처럼 자신을 내세우려 하지 않는다. 크고 무거운 대형차인데도 훨씬 작고 야무진 차 같다. 거친 노면이나 타이트한 코너를 만나도 서스펜션이 부드러운지 단단한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다. 속도제한 구역을 만나거나 굽은 길에서 드라이버가 자기가 한 것인 줄 착각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여준다.

이렇듯 모든 상황이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질 만큼 K9은 기능 하나하나의 완성도를 넘어선다. 이제는 그 기능들이 모여 어떤 느낌으로 승화되는가를 엮어낼 줄 아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서스펜션의 전자제어식 댐퍼는 무려 2의 10제곱인 1024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그 정교함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조절하면 차의 흔들림을 억제하면서도 대단히 매끄러운 승차감을 만들 수 있어 조종성과 승차감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반자율주행 기능도 마찬가지다. 마치 드라이버가 자기가 운전한 것처럼 전혀 위화감이 없다. 정말 사려 깊으며 매우 똑똑하다.

운전석에서의 K9은 경이로웠다. 정말 조용하고 매끄러운데 탄탄한 실력까지 뒷받침된다. 그런데 이런 대단함을 보여주고 싶어 안달하지도 않는다. K9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주인공은 제가 아니고 당신입니다.” K9은 훌륭한 오너 드라이빙 세단이면서 동시에 쇼퍼 드리븐 리무진이 되고자 한다. 사실 이게 쉽지는 않다. 기술적인 이유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정쩡했다가는 잊히기 십상이다. 사실 1세대 K9이 그랬다. 기능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현대 제네시스와 에쿠스 사이에서 포지션뿐만 아니라 이미지도 애매했다. 그런데 이번 2세대 K9도 포지셔닝이 엇비슷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작부터 5.0리터 V8 타우 엔진을 실을 정도로 마음가짐이 다르다. 사이에서 사라지느냐, 아니면 이번에는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넓은 포지션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운전석에서의 이미지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뒤 시트가 참 편하다. 무엇보다도 시트 감촉이 좋다. 편안하지만 탄탄함이 인상적이었던 앞 시트에 비해 뒤 시트는 매우 보들보들한 시트 표면 패딩이 인상적이었다. 시트에 앉는 순간 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아늑함이 얼마 전에 시승했던 벤츠 S 클래스와 거의 비슷하다. 아주 조금 더 탄탄한 그러나 거의 비슷한 감각이었다. 승차감도 좋았다. S 클래스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느낌이고 노면 요철의 날카로운 끝이 덜 전달돼 더 포근하다. 운전자가 5.0리터 타우 엔진의 힘을 더 사용하더라도 뒷좌석에서 내가 느끼는 안정감은 흔들리지 않았다. 부드럽지만 물렁거리지 않는 절제가 좋다.

물론 아쉬운 것도 있다. 이렇게 안락한 뒷좌석에 발을 받쳐주는 기능이 없다. 최소한 뒷좌석 바닥에 발 베개 하나라도 놓아주었으면 좋겠다. 또 하나, 뒷문의 수동식 선 블라인드다. 이 정도 체급에 이 정도 완성도를 갖춘 차라면 전동식 사이드 선 블라인드는 기본이어야 한다. 파노라마 선루프 대신 일반 선루프를 사용한 것은 의도된 것이었을까? 개인적으로는 뒷좌석 위의 지붕이 닫혀 있어서 차분한 일반 선루프가 뒷좌석을 편안한 휴식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정말 아쉬운 점은 이런 하드웨어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다. 그것은 자신감이다. “지금 저 어땠어요? 저 잘했죠? 마음에 드세요?”라고 자꾸 묻는 것 같다. “그래, 너 아주 잘했어. 그러니까 먼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제대로 된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는 이런 차인데 제가 마음에 드시나요? 그러면 우리 친구 해요.” 자기가 누구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만 이미지가 전부인 프리미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이미 하드웨어는 다 갖추어졌다. 이야기도 풀어낼 줄 안다. 그렇다면 이제는 자신을 갖고 이야기를 해야 할 때다. K9, 자신감을 가져라!   
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나무와 금속 질감을 잘 살리면서 넓고 아늑해 보이는 실내다. 실제로도 아주 편하다.

 

KIA THE K9 QUANTUM AWD
기본 가격 933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V8 5.0ℓ DOHC, 425마력, 53.0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2165kg 휠베이스 3105mm 길이×너비×높이 5120×1915×1490mm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6.4, 9.5, 7.5km/ℓ CO₂ 배출량 231g/km

 

 

 

 

모터트렌드, 자동차, 기아차

CREDIT

EDITOR / 나윤석 / PHOTO / 최민석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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