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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왼쪽? 오른쪽? 엉뚱한 지정차로제

새로운 지정차로제가 시행에 들어갔지만 아직도 불합리한 부분이 많다. 중요한 것은 차의 크기가 아니라 주행 속도다

2018.07.04

 

6월 19일, 새로운 지정차로제가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의 개요는 이렇다. 같은 방향으로 복수 차로 형태로 건설한 도로라면 전체 차로를 반으로 나누어 왼쪽 차로와 오른쪽 차로로 달릴 수 있는 차종을 구분한다는 게 취지다. 승용차와 중형 승합차까지 왼쪽 차로 주행이 가능하고 그보다 큰 차와 이륜차는 오른쪽 차로로만 주행을 제한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륜차는 사용할 수 있는 차로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시야를 가로막는 느린 대형차 뒤를 따라야 한다. 그리고 기존엔 길이 막힐 때도 1차로가 추월차로이기 때문에 비워둬야 했지만, 이제는 시속 80킬로미터 이하 정체 구간에서 1차로를 사용하라고 한다. 


그런데 개정안이 진짜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얼마 전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부산을 다녀왔다. 서울부터 부산까지 구간에 따라 편도 차로 개수는 2개부터 7개까지 다양하다. 차로가 많은 곳의 문제점은 이렇다. 왼쪽 차로와 오른쪽 차로를 구분하려면 매번 모든 차로의 개수를 운전하며 헤아려야 한다. 도로에 차가 가득 찬 상황이라면 쉬운 일이 아니다. 버스전용차선이 운영 중이거나 갓길 쪽 가변차로가 시행 중이면 또 새롭게 셈을 해야 한다. 차로마다 별도 표식이나 숫자가 쓰여 있지도 않으므로 시간이 흐른 후에 기억이 나지 않으면 다시 계산해야 한다. 


차로가 적은 구간은 어떨까? 편도 2차로는 규칙이 아주 단순하고 이상적이다. 모든 차가 오른쪽 차로로 주행하고 추월 시에만 왼쪽 차로를 쓰면 된다. 트럭이나 버스 등도 자기보다 느린 앞차를 추월할 수 있다. 하지만 편도 3차로가 되면 역설적 상황이 생긴다. 개정안에 따르면 1차로는 추월차로(왼쪽 차로 지정 차량만 이용)이고 가운데 차로가 왼쪽 차로, 3차로가 오른쪽 차로가 된다. 즉, 3차로를 달리는 차는 앞에 저속 차를 만나더라도 추월할 수가 없다. 결국 3차로 위에 있는 가장 느린 차의 페이스에 따라 그 뒤로 정체 행렬이 생기고 만다. 차로 개수가 하나가 아님에도 도로의 효율이 막히는 셈이다. 


지체와 정체 유발도 문제지만 이 때문에 1, 2차로(왼쪽 차로)를 달리는 차와 오른쪽 차로 대형 차 사이의 상대 속도 격차가 커지는 부분도 안전에 위협적이다. 격차가 커진 만큼 두 행렬 사이에서 추돌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도 커진다. 꽉 막힌 정체 구간에 갇혀 있는데 버스전용차선 위로 질주하는 광역버스들이 운전석 사이드미러를 스쳐 지나갈 때마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유다. 한편 왼쪽 차로 상의 느린 차를 오른쪽 차로의 빠른 차가 만나는 순간은 또 어떤가? 오른쪽 차로 사용 차종은 왼쪽으로 나갈 수가 없으므로 우측 추월을 허용하는 법이 돼버린다.   

 
새로운 지정차로제가 놓치고 있는 핵심이 무엇일까? 차로 사용권을 차종 크기로 접근하는 점이다. 중요한 건 각 차의 순간 주행 속도다. 각기 다른 속도의 차들이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 대형차이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달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차의 주행 속도가 느리다면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물론 승용차도 느리게 달린다면 오른쪽 차로로 가야 한다. 이륜차도 빠르다면 추월을 위해 왼쪽 차로로 갈 수 있어야 한다. 차종에 관계없이 상대적으로 느린 자가 오른쪽으로, 상대적으로 빠른 자는 왼쪽으로 추월을 하도록 해주면 된다. 이렇게 하면 차종을 굳이 규정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평균속도가 낮은 대형차가 우측 차로 점유율을 높이는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차종의 크기를 따지거나 차로가 몇 개인지 셀 필요가 없다.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차로 주행 속도가 점점 높아지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오늘의 경부선은 정확히 반대다), 다중차로제의 안전하고도 효율적인 사용의 핵심이다. 정체 상황이 아니라면 1차로의 버스전용차로 추월 차로로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과도한 실선 차선 구간도 차로제의 숨통을 막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주 간단한 규칙이다. 속도와 관계없이 가능한 가장 오른쪽 차로로 달리되 앞차가 내게 가까워지면 왼쪽 차로로 추월한 후 다시 오른쪽 차로로 들어오면 된다. 지구상 수많은 국가에서 너무나 당연한 이 원칙이 유독 한국에서는 지켜지질 않는다. 우리 아이가 운전대를 잡기 전까지 제대로 된 개정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자동차칼럼, 지정차로제

CREDIT

EDITOR / 강병휘 / PHOTO / 정대웅(일러스트레이션)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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