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기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DAILY PICK_Car&Tech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미니 컨버터블에선 음악도 바람이 된다

2018.07.02

 

‘몇 바퀴째더라?’ 5월 말 어느 늦은 밤 남산 소월길. 난 미니 컨버터블과 함께 남대문과 한남 테니스장 앞 삼거리를 잇는 순환도로를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쉬지 않고 돌았다. 새벽의 적막한 기운이 깨질세라 아주 조심조심. 머리 위로는 따스하고 건조한 바람이 스쳤고 귓가에는 바람의 노래를 형상화한 고운 멜로디가 흘렀다.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에는 하만카돈 오디오가 들어간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하만카돈은 삼성그룹 인수로 우리에게 더 친숙해진 하만 인터내셔널의 오디오 사업부를 이끄는 핵심 브랜드다. 1953년 미국에서 설립돼 가정용 오디오로 기술력을 알렸으며, 지금은 이어폰부터 공연 전문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각종 고급 음향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아울러 보스(Bose), JBL 등과 함께 OEM 카오디오 시장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JBL도 하만 인터내셔널 소속이다). 
 
미니의 하만카돈은 시트 아래의 서브우퍼와 도어 트림의 4인치 스피커, A필러의 트위터를 조합한 3웨이 시스템에 트위터와 미드레인지가 엮인 센터 스피커를 더한 구성이다. 공간 제약이 많은 소형 컨버터블치고는 꽤 알찬 편이다. 그런데 난 사실 미니 컨버터블에 아주 고급스럽거나 웅장한 사운드를 바라지 않았다. 그저 맑고 뚜렷한 고음만 내주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오픈톱 모델 특성상 소리가 밖으로 퍼져나갈 게 뻔했기 때문이다. 미니 컨버터블이 가진 낭만에 쿵쿵대는 사운드가 어울리지 않을 거 같기도 했고.  
 
물론 그렇다고 선이 얇은 곡만 들어볼 수는 없다. 난 파격으로 점철된 ‘This is America’로 최근 유튜브 1억 뷰와 빌보드 ‘핫 100’ 1위를 찍은 차일디시 감비노(Childish Gambino)의 3집 타이틀곡 ‘Redbone’을 틀었다. 힙합·랩 아티스트인 차일디시 감비노가 네오소울·R&B로 깜짝 전향해 화제를 모았던 곡으로, 분당 박자수가 100이 채 안 되는 느긋한 흐름과 소울풀한 보이스가 새벽 산길의 고요한 분위기를 망치지 않을 것 같았다. 미니 컨버터블의 하만카돈은 화려한 구성만큼이나 아주 풍성한 소리를 냈다. 특히 전자 기타의 고음 리프와 탄력 있는 베이스의 저음을 깔끔하게 구분하는 능력이 인상적이었다. 이 정도면 눈부신 해안도로를 달리며 개러지 록이나 힙합도 신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미니 컨버터블을 타기로 결정하고 가장 먼저 떠올린 곡은 일본 어쿠스틱 기타리스트 오시오 코타로(Kotaro Oshio)의 2집 3번 트랙 ‘Wind Song(風の詩)’이었다. 핑거스타일(기타 주법)의 대가인 오시오 코타로의 화려한 넘버들을 두고 차분한 곡을 고른 건 ‘바람’이 주제라는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정직한 멜로디와 고른 호흡이 주는 서정미가 미니 컨버터블 고유의 낭만과 아주 잘 맞아떨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미니 컨버터블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이 곡의 묘미를 더 잘 살렸다. 루프를 열고 유유자적 달릴 때도 어쿠스틱 기타 고유의 잔향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신기해서 구성을 살펴보다 A필러의 트위터를 완전히 옆(안쪽)으로 돌려두고 오목하게 휜 윈드실드를 울림통(또는 반사판)으로 쓴다는 걸 발견했다(센터 스피커에 미드레인지를 넣은 것도 이 때문이다). 어쩜 소형 컨버터블의 특성을 이렇게 잘 이해하고 있을까? 역시 프리미엄 소형차에 도가 튼 미니답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이런 설계 덕분일까. 곡을 이끄는 아름다운 멜로디들은 바람과 외부 소음에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아주 천천히 가슴을 관통하고 빠져나갔다. 그래, 내가 나도 모르게 남산 소월길을 돌고 또 돌았던 건 그 길이나 그 곡에 애틋한 감정이 있어서만은 아니었을 거다. 주위를 감싼 바람들에 문득 마음이 지독하게 시렸던 늦은 봄과 초여름의 경계 어딘가였다.    
 
 

안쪽을 향한 트위터와 센터 스피커에서 나온 음악들은 오목한 윈드실드에 반사돼 탑승자를 마음을 천천히 파고 든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미니, 카오디오

CREDIT

EDITOR / 류민 / PHOTO / 김형영 / MOTOR TREND

Twitter facebook kakao Talk LINE
  • · (주)가야미디어  
  • · 등록번호:인터넷뉴스사업자 서울, 자00454  
  • · 등록일: 2014년 3월 10일  
  • · 제호: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 · 발행인: 김영철  
  • · 편집인: 백재은  
  • · 주소: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81길 6 06195  
  • · 연락처: 02-317-4800  
  • · 발행일: 2013년 8월 1일  
  •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재은  
  • · 사업자등록번호120-81-28164  
  • · 부가통신사업 신고 제 2-01-14-0017 호 통신판매신고 제 2009-서울강남-01075호  

Copyright kayamedia Corp.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