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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 TREND_Car&Tech

젊은 롤스로이스의 상징

봄의 끝자락에서 상쾌한 바람을 가장 값지고 우아하게 맛보기로 했다. 얼마 전 출시된 롤스로이스 던 블랙 배지와 함께

2018.06.29

#motortrendkr과 #neighbormag가 함께합니다.
자동차, 궁금하지만 어렵나요? 자동차 매거진 1위의 <모터 트렌드>, 최고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더 네이버>와 함께 보다 쉽고 재밌는 드라이빙을 즐겨보세요. 자동차 전문 기자의 깐깐한 견해에 럭셔리 매거진 여기자의 감수성 풍부한 설명을 더했습니다. 기술과 디자인, 남녀의 각기 다른 시선으로 펼쳐지는 이색 드라이빙이 매월 연재됩니다. 

 

 

거부할 수 없는 블랙
늦은 봄, 바람에 섞인 상쾌함이 끈끈함으로 바뀌기 전, 컨버터블이 주는 특별한 낭만을 경험하고 싶었다. 브랜드의 상징적인 존재인 컨버터블. 그중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건 어떤 모델일까. 일부러 수소문할 필요도 없었다. 롤스로이스 던(Dawn)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까. 2년 전 ‘여명’이라는 오라 넘치는 이름으로 등장한 던은 4인승 초호화 컨버터블이다. 사실 이 차는 속도를 위해 태어난 차가 아니다. 그저 자부심을 나타내고 스타일을 표현하는 차에 가깝다. 그 어떤 질문 앞에서도 시크하게 답할 것이다. 이건 롤스로이스 니까. 


최근 던을 뛰어넘는 던 블랙 배지가 출시됐다. 가격은 5억1900만원부터. 맞춤 프로그램인 비스포크를 도입하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블랙 배지는 대체 어떤 차일까. 일단 이름처럼 모두 블랙이다. 압도적인 외관도, 견고한 실내도, 롤스로이스의 상징인 더블 R 엠블럼과 환희의 여신상도. 블랙이 뭐가 그리 특별하냐고? 블랙 배지의 블랙은 그냥 블랙이 아니다. 화폭에 색을 덧칠하듯, 페인트와 래커를 겹겹이 쌓은 후 손으로 직접 광을 냈다. 더욱 깊고 신비로운 블랙이 탄생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사실 조금 걱정했던 건 실내다. 기존 던의 상큼하고 세련된 만다린 컬러에 열광했던 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하지만 롤스로이스가 누군가. 깊은 블랙 위에 흐르는 만다린 포인트 컬러는 절제된 세련미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이 차가 그저 비싸기만 한 게 아니라는 건, 코치 도어를 여는 순간 깨닫는다. 가죽은 작은 터치에도 스크래치가 날까 걱정될 정도로 부드럽다. 상처 하나 없는 완벽한 가죽을 얻기 위해 스트레스 없이 방목된 수소만을 고른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주요 버튼만을 노출시킨 실내는 깔끔 그 자체. 플루트를 연상시키듯 모든 버튼은 살짝 파인 형태다. 누르는 순간 언제라도 아름다운 음악이 흐를 것만 같다. 롤스로이스의 고객이자 세계에서 가장 빠른 드라이버 중 한 명인 말콤 캠벨 경을 기리듯, 무한대 로고가 뒷좌석과 아날로그 시계에 새겨져 있어 숭고함마저 흐른다. 컨버터블의 핵심인 루프는? 6겹으로 제작한 소프트톱에 천 솔기를 뒤집어 기워 이음매를 숨기는 프렌치 심 기법을 적용해 고속에서 발생하는 바람 소리를 최소화했다. 지붕을 열거나 닫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초며 루프의 움직임마저 부드럽다. 


솔직히 나는 컨버터블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잠깐의 분위기보다 안락함을 더 중시하는 부류다. 바람에 엉킨 머리카락을 수습할 자신도 없다. 이 비싼 던 블랙 배지에서도 머리카락은 엉키더라. 그런데 던 블랙 배지는 엉킨 마음을 후루룩 풀어내는 마법을 지녔다. 이 맛에 이런 초호화 컨버터블을 타나 싶었다. 가장 럭셔리한 컨버터블. 클래식, 재즈보다는 힙합이 더 어울리는 차. 넘치는 스웨그와 세련미, 고혹적인 블랙의 오라에 휘둘리지 않고 뛰어넘을 수 있는 자만이 이 차에 오를 자격이 있다.
설미현(<The Neighbor> 피처 디렉터)

 

“롤스로이스 던 블랙 배지. 이 차는 경쟁자가 없다. 애초 다른 차와 경쟁하기 위해 태어난 차가 아니다. 스웨그 넘치는 육중한 차체와 곳곳을 타고 흐르는 세련된 럭셔리. 그 존재감에 말문이 막히는 건 당연하다.”

 

 

롤스로이스가 말하는 진짜 럭셔리
BMW의 롤스로이스 인수는 결과적으로 롤스로이스에게 유리한 거래였다. 희소성을 목숨처럼 여기며 소량 수제 생산을 이어가던 초호화 브랜드에 기술을 제공할 구세주가 나타난 셈이니 말이다. 게다가 BMW가 어떤 집단인가. 회사 이름을 ‘바이에른의 엔진 공장’의 줄임말로 지을 만큼 기술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이들이 아닌가. 


두 회사가 한집안 식구가 된 지 어느새 15년이 흘렀다. 이제 롤스로이스의 모든 라인업에 BMW 기술이 녹아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오픈톱 모델 중 하나인 던과 보다 젊은 롤스로이스를 표방하는 던 블랙 배지도 예외는 아니다. 두 차는 모두 BMW 엔진 라인업의 꼭짓점인 V12 6.6리터 트윈 터보 엔진을 얹고 550마력이 넘는 출력을 자랑하고 있다(던 563마력, 던 블랙 배지 593마력).


물론 고집 센 롤스로이스가 남이 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리 없다. 그들에게 기술이란 우아함을 표현하기 위한 한 부분에 불과하다. 아울러 그들이 의미를 두는 건 BMW의 높은 성능이나 수치보단 신뢰성일 것이다. 시속 260킬로미터까지만 표시된 단출한 속도계와 엔진 회전계 자리를 꿰찬 파워리저브(남은 출력만 숫자로 표시한다) 미터가 이를 증명한다. 그들에게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느냐, 기술적인 완성도가 얼마나 높으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세상 둘도 없는 풍요로운 감각을 얼마나 더 오랜 기간 유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어쩌면 BMW에게도 롤스로이스는 색다른 도전이었을지 모른다. ‘스포츠’라는 주제에 몰두하다 롤스로이스의 정숙성을 대변하는 ‘매직 카펫 라이드’를 구현해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견해는 개인적인 우려에 불과하다. 방향이 다르다고 한들 기술력이 어디 가겠는가? BMW의 첨단 섀시 기술은 롤스로이스에서도 빛을 발한다. 길이 5.2미터, 무게 2.6톤이 넘는 던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도로를 유영한다. 루프를 활짝 열고 달려도 비현실적인 승차감 덕분에 외부 세계와 분리된 느낌이다. 


루프를 닫으면 이런 느낌은 더 강해진다. 6겹으로 엮은 소프트톱은 외부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동시에 실내의 작은 소리 하나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다. 참고로 롤스로이스는 루프를 닫았을 때 던의 정숙성은 쿠페인 레이스와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왜 이렇게까지 밀폐감에 집착했을까. 소프트톱을 씌운 우아한 컨버터블에 허용되는 관용이라는 게 있을 텐데 말이다. 롤스로이스는 아마 탑승자 간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의 품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브랜드가 바로 롤스로이스이기 때문이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던 블랙 배지는 마치 대포알처럼 튀어나간다. 덩치를 압도하는 가속 성능도 놀랍지만 살짝 주저앉은 뒤 차축에 응집돼 있는 듯한 엄청난 힘이 더 인상적이다. 거대한 호화 요트가 이륙하면 이런 느낌이려나? 하지만 던은 이 상태에서도 절대로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이게 바로 진짜 럭셔리라고 말하려는 것처럼. 
류민

 

“엔진은 BMW의 모든 기술이 투입된 V12 6.6리터 트윈 터보다. 593마력의 힘으로 길이 5.2미터, 무게 2.6톤이 넘는 차체를 마치 대포알처럼 밀어내지만 그보다는 뒤 차축에 응집돼 있는 듯한 엄청난 힘이 더 인상적이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롤스로이스

 

CREDIT

EDITOR / 류민 / PHOTO /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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