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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혼다 시빅 타입 R의 고향을 찾아서

Honda Civic Type R

2018.06.26

 

녹색과 갈색이 뒤섞인 풀밭 위에 제멋대로 흐트러진 회색 리본처럼, 도로는 굽이치는 언덕들을 이리저리 휘어지고 오르내린다. 상쾌한 바람 속에 풀 뜯는 양들은 고개를 숙인다. 신은 이따금 음울하게 하늘을 덮은 구름 사이로 햇빛을 흘려보낸다. 비가 쏟아질 모양이다. 우리는 핫해치의 나라 깊숙이 들어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핫해치 중 하나인 2018년형 혼다 시빅 타입 R을 타고.


우리는 이 차에 애정을 갖고 있다. 혼다가 마침내 이 차를 미국에 팔기로 한 덕분에 더욱 각별하다. 4기통 2.0리터 터보 엔진은 310마력의 최고출력과 40.8kg·m의 최대토크를 쏟아낸다. 시속 97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5초를 조금 넘길 뿐이고, 최고속도는 시속 274킬로미터에 이른다.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랩타임은 구형 포르쉐 911을 느려 보이게 만든다.


모서리를 바짝 세운 차체와 스포일러, 공기배출구 등 건담을 연상케 하는 이 핫해치는 아마 오리지널 NSX 이후 혼다가 내놓은 가장 인상적이고 가장 균형이 잘 잡힌 고성능 모델일 것이다. 게다가 값은 장비를 넉넉히 추가한 어코드와 맞먹는 정도다.

 

 

매력 덩어리 혼다 시빅 타입 R은 웨일스를 누비며 강력한 엔진, 번개처럼 빠른 변속, 놀랄 만큼 차분한 섀시 등을 마음껏 뽐냈다.

 

용도변경 혼다의 스윈던 공장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스핏파이어 전투기를 만든 비커스 슈퍼머린 공장의 부지에 세워졌다.

 

우리는 시빅 타입 R이 만들어진 곳을 멀리 우회해서 가기로 했다. 작은 엔진의 강력한 성능, 칼같이 정확한 변속, 깔끔하고 감각적인 스티어링 등을 만끽하고, 접지력과 움직임이 뛰어난 섀시의 시빅 타입 R을 평범한 뼈대로 만든 소수의 고성능 차들과 비교할 생각이었다. 우리가 있는 곳은 영국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중 일부가 있는 웨일스 지방이며 당신 생각만큼 그리 먼 길을 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목적지는 일본이 아니라 이곳에서 동쪽으로 145킬로미터 떨어진 잉글랜드 경계 바로 너머의 스윈던이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에 팔리는 신형 시빅 타입 R은 모두 그곳에서 만든다.


영국 사람 또는 포스트 펑크 팝 밴드 XTC의 팬이 아니라면 스윈던이라는 동네를 모를 것이다. 런던 중심부에서 서쪽으로 13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스윈던의 기원은 지금부터 1000년도 더 이전인 앵글로색슨족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을은 1800년대 산업혁명으로 운하와 철도가 생기면서 크게 바뀌었다. 1841년 빅토리아 시대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엔지니어인 아이섬바드 킹덤 브루넬이 그레이트 웨스턴 철도의 증기기관차를 수리하고 관리하는 공장을 세우며 제조업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과거 스윈던은 기차, 비행기, 자동차를 모두 생산했다. 지금 남은 것은 자동차뿐이다. 영국에서 만들어진 마지막 증기기관차 ‘이브닝 스타’는 1960년 스윈던 웍스에서 출고됐고, 시가지 북동쪽 외곽에서 점점 세를 확장하고 있는 혼다 영국 공장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설적인 전투기 스핏파이어를 만든 비커스 슈퍼머린의 옛 공장 부지에 지어졌다.


20세기 후반은 스윈던에게 유난히 어려운 시기였다. 남아 있던 옛 시가지는 대형할인점과 전형적인 공업단지가 곳곳에 흩어져 있는 교외 지역에 둘러싸였다. 우리는 시가지를 지나면서 스윈던의 명소인 매직 라운더바웃(Magic Roundabout)을 어렵게 지나갔다. 매직 라운더바웃은 다섯 개의 작은 원형 교차로가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양방향 원형 교차로다. 원형 교차로에 익숙한 영국 사람에게조차 조금 당황스럽다. 로스앤젤레스에 이런 게 있다면 난장판이 됐을 게 뻔하다.


혼다는 1972년부터 영국에 시빅을 팔기 시작했다. 1980년에는 일본산 수입품에 대한 제한을 피하기 위해 브리티시 레일랜드와 합작회사를 만들었다. 1980년대 중반에 나온 로버 200과 800은 시빅과 레전드의 부품을 많이 썼다. 1993년에 출시된 로버 600은 기본적으로 겉모습을 바꾼 어코드나 다름없었다. 혼다가 스윈던에 직접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건 브리티시 레일랜드와의 관계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결과였다. 1955년부터 브리티시 레일랜드에 차체 패널을 공급해 온 공장이 스윈던에 있었기 때문이다(지금은 BMW 소유로, 미니 생산에 쓰이는 패널을 만든다).


영국에서 생산된 첫 혼다 차는 어코드로, 1992년 스윈던 생산 라인에서 출고됐다. 현재 공장은 1.5제곱킬로미터 규모로 커져 4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참고로 스윈던은 10세대 시빅 5도어 해치백 모델을 생산하는 혼다의 글로벌 생산 중심지다. 세계에서 팔리는 모든 5도어 시빅 해치백이 이곳에서 69초마다 한 대씩 만들어진다. 그리고 코드명 FK8인 현행 시빅 타입 R 역시 이곳에서 생산된다. 5도어 시빅 해치백을 밑바탕 삼기 때문이다. 


타입 R의 일생은 다른 모든 시빅 5도어처럼 어셈블리 프레임 라인에서 성형된 강판을 한데 모아 결합하며 시작한다. 타입 R용 차체는 강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용 접착제를 추가로 쓰는 것은 물론, 일반 시빅의 스폿 용접 간격이 40.6밀리미터인 것과 달리 20.3밀리미터다. 완성된 차체 구조는 도장 시설로 옮겨져 여섯 가지 색깔 중 하나로 분체도장을 한 다음, 약 400미터 길이의 120개 공정으로 구성된 최종 조립라인 위에 놓인다(미국형 타입 R 구매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색은 다섯 가지뿐이다. 아우디의 상징색인 나르도 그레이보다 약간 더 활기차 보이는 소닉 그레이 펄 색은 고를 수 없다. 멋진 색이라 아쉽다). 

 

 

책임자의 일상 스윈던 공장을 감독하는 필 헤이든은 타입 R을 몰고 퇴근해 자신의 S2000 옆에 세워둔다.

 

세계인의 손으로 전 세계에서 팔리는 모든 혼다 시빅 해치백은 스윈던에서 생산된다(모든 타입 R의 엔진은 오하이오에서 만든다). 차는 69초에 한 대씩 완성된다.

 

선적 대기 중 방금 새 타입 R을 인수했다면, 분명 미국으로 보내기 위해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차 중 하나일 것이다. 

 

자부심 혼다의 필 헤이든은 스윈던 공장의 모든 사람이 타입 R을 만들 기회가 있다고 설명한다

 


혼다 생산운영 책임자 필 헤이든은 타입 R이 75개 단위로 구성된 일반적 공정하에 다른 모든 시빅과 다를 바 없이 조립된다고 설명한다. 스윈던은 90개국에 수출하기 위해 운전석 방향과 파워트레인 구성 등 500여 개 버전의 5도어 해치백 모델을 만든다. 다양한 종류의 시빅을 모두 작은 단위로 생산하기 때문에 조립라인에 있는 모든 직원에게 타입 R을 만들 기회가 생긴다. 단순히 사기 진작을 위해서는 아니다. 


헤이든은 생산을 리듬이라고 설명한다. 근육이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듬이 익숙해지면 품질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그러나 혼다가 만드는 가장 강력한 시빅은 당연히 조금 더 세심하게 다뤄진다. “타입 R 생산 작업은 자부심을 가질 일이죠.” 헤이든의 말이다. 그는 매일 밤 그중 한 대를 몰고 집으로 가 자신의 S2000 옆에 주차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동차 마니아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차를 사랑하고 타입 R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타입 R 한 대를 조립하는 데에는 14시간이 걸린다. 용접 공정에서 2시간, 도장 공정에서 10시간, 최종 조립라인에서 2시간이 걸린다. 품질관리 부서의 최종 확인 과정에는 한때 스핏파이어 전투기의 강력한 롤스로이스 멀린 V12 엔진이 우렁찬 소리를 내던 옛 활주로에서 이뤄지는 짧은 시승이 포함돼 있다. 이후 타입 R은 야적장으로 옮겨져 배송을 준비한다. 스윈던에서는 지금까지 약 1만2000대의 FK8 타입 R이 생산됐고, 그중 3분의 1이 이미 신형 시빅의 세계 최대 단일 시장인 미국으로 선적됐다.


스윈던 타입 R 생산의 특별한 점은 일본 사람들이 공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과 모든 공정이 전혀 복잡하지 않다는 것이다. 브렘보 브레이크처럼 전문 업체가 만드는 소수의 부품을 제외하면, 차에 쓰이는 대다수 부품과 요소들은 원근 각지에 있는 혼다의 기존 부품공급업체가 공급한다. 가령 시트는    8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TS 테크라는 회사가 만든다. 그러면 멋진 엔진은 어디에서 만들까? 코드명 AP4T인 엔진은 바로 미국 오하이오주 애나에 있는 혼다 엔진 공장이 만들어 영국으로 보낸다. 그렇다. 일본에서 설계하고 영국에서 만든 혼다 시빅 타입 R의 심장에는 커다란 미국인의 자부심이 담겨 있다. 이 차의 고향은 지구촌인 셈이다.   
글_Angus MacKenzie

 

 

 

모터트렌드, 자동차, 혼다

 

CREDIT

EDITOR / 류민 / PHOTO / Matt Howell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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