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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생각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애스턴마틴

유럽 대륙 출신 쿠페에게 도전하는 진짜배기 영국 스포츠카

2018.06.25

 

포르투갈은 몇 달 동안 건조했다. 농부들은 계절 작물을 위협하는 가뭄을 불평했다. 하느님도 그 불평을 들었는지 최근 몇 주 동안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포르티망의 붉은 흙이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한껏 머금는 동안 우리는 애스턴마틴의 최신 고성능 쿠페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국제 자동차 경주장인 알가르베 국제경주장을 방문했다. 코너에는 맹렬하게 내린 빗물이 고여 있었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생명력을 얻은 엔진이 으르렁거리며 운전자를 반긴다. 터보차저가 V자로 벌어진 엔진 사이에 놓여 있다. 510마력을 발휘하는 4.0리터 엔진은 AMG가 공급했지만 소리만 들어서는 그 사실을 절대 알아챌 수 없다. 애스턴마틴의 보닛 아래에 들어앉은 엔진은 AMG처럼 공격적인 분노를 표현하기보다 격렬함을 억제하며 소리를 낸다.


코너를 빠져나갈 때 가속페달을 일찍 밟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 미끄럽고 까다로운 트랙에서 69.8kg·m의 토크로 뒷바퀴를 굴리는 일은 절망적이다. 하지만 비는 테스트 트랙과 운전 실력 모두에게 아주 공평하게 영향을 준다. 모두의 페이스를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애스턴마틴이 새로 설계한 밴티지의 타고난 소통 능력을 더 정확히 알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차량 엔지니어링 관리자인 크레이그 제이미슨은 AMG 엔진을 칭찬하면서도 애스턴마틴이 엔진을 습식 강제윤활 방식으로 바꾸고 다른 흡기 및 배기 시스템을 단 것은 물론, 보정 과정에서 모든 프로그램을 바꾸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력을 노면으로 전달하는 것은 토크컨버터 방식의 ZF 8단 자동변속기다. 고속 코너에서 높은 기어를 유지해야 할 때 ZF 변속기는 아주 자연스럽다. 직선 구간으로 이어지는 포르티망 서킷의 고속 역구배 코너에서 엔진 회전한계를 유지하는 동안 변속이 이루어질지 궁금했는데 변속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라치아노제 전자식 리어 디퍼렌셜과 연결된 주행 안정성 제어장치는 빨라진 심장박동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을 준다.


밴티지는 이런 차다. 텔레파시와 정말 비슷하게, 생각한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 많은 사람이 스포츠카를 사면 느릿느릿 몰고 다니며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차를 구경 온 친구들이 좀 거칠게 몰아보라고 부추기면 능력 이상으로 몰아붙이고, 이내 사고를 내기도 한다. 애스턴마틴의 주행모드와 구동제어 기능은 항상 켜 있지만 과도하게 개입하는 일은 없다. 이런 든든함은 손끝, 발, 엉덩이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차의 움직임이 불안해지기 시작하면 다리가 후들거리면서 순간적인 공황 상태에 빠진다. 하지만 밴티지에서는 그런 기분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앞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표현은 ‘전혀’다. 운전하는 동안 자주 밴티지의 저회전 토크가 얼마나 큰지 잊어버렸다. 구형 밴티지를 제대로 운전하려면 엔진 회전수를 높은 영역에 묶어둬야 했다. 하지만 이 차는 여전히 짐승 같지만 성격이 다르다. 다만 토크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젖은 노면에선 엔진 회전영역에 관계없이 움직임이 흐트러질 수 있다. 


그 점은 실망스럽다. 차가 더 열심히 달리라고 부추긴다는 것도, 차에게 더 잘 달릴 능력이 있다는 점도 안다. 연습 주행을 위해 두 바퀴를 돈 뒤 코너 출구에서 조금 일찍 가속페달을 밟았더니 차체 뒤쪽이 미끄러졌다. 미끄러지는 것이 재미있거나 요란스럽지는 않았지만 과정은 상당히 깔끔했다. 주행안정성 제어 설정을 보수적으로 했더니 마치 차가 내 멱살을 잡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듯 반응했다. “너무 빨리 달리지 마. 앞으로 더 달려야 할 코너가 남아 있다고.” 주행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나 트랙으로 바꾸면 잔소리는 조금 사그라지지만 여의치 않은 노면 상태를 생각해 한계를 높여 테스트하지 않기로 했다. 코너들을 빠져나갈 때는 기어를 한 단 위로 변속하는 게 바람직하다. 엔진 회전수가 낮을 때에도 터보가 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터보 지체 현상 대신 넉넉한 가속이 이루어진다. 


배기음은 머플러 배기구가 두 개인 것과 네 개인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배기구가 네 개인 것은 그저 두 개가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머플러 자체는 물론 파이프 구성과 내부에 있는 천공 부분도 다르다. 오디오 스피커를 통해 가짜 엔진음이 실내로 쏟아져 들어온다. 하지만 제이미슨에 따르면 엔진 회전속도가 빨라지면 특정한 소리도 증폭된다고 한다. 


브렘보 브레이크는 차분하다. 특히 흥건히 물이 고인 긴 직선 구간 끝에 다다랐을 때 더욱 그렇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제동할 때에 이르러 브레이크 페달을 힘껏 밟으면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는 차체 뒤쪽이 살짝 흔들리는 느낌만 준 채 믿음직스럽게 작동한다. 속도가 낮을 때는 세라믹 브레이크의 소음이 조금 나는데 엔지니어들은 좀 더 미세한 튜닝을 해야 하겠다. 


그러면 이제 모양새를 살펴보자. 우선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고전적인 데이비드 브라운 시대의 디자인을 이어받은 거대한 공기흡입구가 있다. LED 헤드램프도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작고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애스턴마틴 디자인 책임자인 마렉 라이히만은 은근히 방어적 태도를 취하며 엔지니어들이 바퀴를 차 구석으로 더 밀어내려면 그런 식으로 구성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저속 충돌 때 수리가 쉬워진다는 부수 효과도 있다). 엔지니어들이 형태가 기능을 따르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다행히도 밴티지의 나머지 모습들은 정말 끝내준다. 보닛 끝에서 시작해 차체 길이 방향으로 흐르다가 힘차게 튀어나온 뒷부분에서 끝나는 차체 어깨 부분 주름이 눈길을 끈다. 앞쪽 휠아치를 덮는 보닛을 거대한 조개껍데기 모양으로 만든 덕분에 가능했다. 그리고 측면 공기배출구가 앞쪽 휠아치로부터 공기 압력을 빼낸다. 뒤쪽을 보면 덕테일(Ducktail) 트렁크 리드가 앞쪽의 뜨는 힘을 억제한다. 차체 아래에서는 벤투리, 격벽, 스플리터, 디퓨저가 공기 흐름을 유도하고 공기 소용돌이를 줄인다. 


구조 단계까지 파고들어가 보면 밴티지의 화이트 보디는 최고 수준이다. 욕조 형태로 된 구조는 모두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고 외부 패널은 복합 소재와 알루미늄, 탄소섬유가 섞여 있다. 강판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이전 모델의 VH 알루미늄 플랫폼은 압출 방식으로 만든 요소를 주로 썼다. 이번엔 디퍼 드로잉 프레스 방식(미리 블랭킹 가공된 판재를 안팎이 같은 단면으로 만든 형틀에 압축해 밀어 넣어 결과물을 만드는 가공법)으로 만든 부분들이 있다. 뒤쪽 서브프레임은 견고하게 고정됐다. 제이미슨은 “세련미와 NVH(N은 소음, V는 진동, H는 불쾌감)를 희생하는 대신 반응 특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페인트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전통적으로 점잖은 색들을 유지하던 애스턴마틴이 젊은 소비자를 겨냥해 과격한 색 몇 가지를 옵션으로 준비했다. 화려한 연녹빛이 찬란한 ‘라임 에센스’라는 이름의 색이 대표적이다. 
실내 구성은 스크롤 휠과 터치스크린이 가득한 요즘 기준으로 보면 다소 복고적이다. 많은 버튼이 센터콘솔에 두서없이 놓여 있지만, SOS 버튼이 구동 제어 기능 해제 버튼 바로 위에 있는 걸 보면 영국인 특유의 냉소적인 유머 감각은 어디 가지 않는다. 옆자리에 앉은 동승자가 변속기 주차 모드 버튼을 누르려다 본의 아니게 후진 모드 버튼을 눌러버렸다. 인체공학 관점에서 볼 때 멍청한 실수라고만 할 수 없다. 


시승차의 시트는 알칸타라로 덮였고 승객을 단단히 지지하는 모습이다. 머리 공간은 키가 185센티미터인 운전자가 앉기에도 충분하다. 창문턱이 높은 만큼 왼쪽 팔꿈치를 올려놓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백조 날개처럼 열리는 문 덕분에 부담스럽게 튀어나온 연석도 걸리적거리지 않아 차에서 내리기가 식은 죽 먹기다.
얕은 옆 유리, 기울어진 앞 유리, 두꺼운 A필러가 어우러진 탓에 왼쪽 코너를 바라보는 시야가 상당히 가린다. 와이퍼는 엔진룸 구성 때문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이지 않고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움직인다. 

 

 

버튼이 무더기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가져오기는 했지만 밴티지의 기능 중 상당수는 버튼으로 조절된다.

 

스포일러가 정말 필요해? 위로 솟구친 트렁크 리드와 디퓨저가 확실하게 다운포스를 만든다.

 

근육질 몸매 한 덩어리로 이뤄진 거대한 보닛 덕분에 차체 어깨 부분을 강조하는 선이 헤드램프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 

 

지식 위원회 애스턴마틴의 앤디 파머 CEO와 마렉 라이히만 디자인 책임자가 유서 깊은 영국 브랜드의 미래에 대한 자신들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다. 

 

애스턴마틴은 밴티지를 ‘슈퍼카가 아닌 스포츠카’라고 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97킬로미터 가속시간이 3.5초, 최고속도는 시속 314킬로미터를 생각하면 그런 선긋기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밴티지는 여러 개의 USB 포트부터 메르세데스 벤츠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이르는 모든 면에서 실용성이 돋보인다. 도어 핸들, 변속패들, 스크롤 휠, 다이얼 링은 반광택 처리한 알루미늄으로, 시동 및 기어 선택 버튼은 유리로 되어 있다. 트렁크에는 골프백이 두 개나 들어간다. 다만 글러브 박스가 없고 공기배출구는 플라스틱처럼 느껴진다. 


포르티망 서킷 밖 일반도로에서 시승하기 위해 마련된 밴티지에는 젖은 노면에서 안심할 수 있고 부드럽게 다룰 수 있는 주철 브레이크가 달려 있었다. 흥미롭게도 시승차에는 피렐리 P제로 코르사 타이어가 아닌 앞 255/40 R20, 뒤 295/35 R20의 일반 P제로가 끼워져 있었다. 길 밖으로 완전히 벗어날 걱정 없이 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애스턴마틴의 배려가 고마웠다. 


서스펜션은 무척 단단하다. 앞 서스펜션은 위쪽에 A자형 암, 아래쪽에 캐스터 제어 기능과 부싱이 달린 L자형 컨트롤암을 썼고, 뒤 서스펜션은 멀티링크 방식이다. 트랙에서는 훌륭하지만 일반도로 주행에 알맞게 설정해도 수직 방향의 충격은 다소 거칠게 실내로 전달된다. 페라리 488처럼 마법의 양탄자 역할을 하는 ‘거친 도로용’ 버튼도 없다. 수동 모드에서 아래 기어로 갑작스럽게 변속할 때도 거칠기는 마찬가지다. 역시 서킷에선 믿음직하지만 한결 여유로운 속도로 달릴 때는 달갑지 않다. 편안하게 운전하기를 바란다면 그냥 D 모드로 달리는 게 더 쉽다. 


밴티지의 가격은 15만 달러가 약간 넘는다. 12만1750달러부터 시작하고 뒷자리까지 있는 포르쉐 911 GTS보다 좀 더 높은 값이다. 14만5995달러인 메르세데스 AMG GT C 쿠페(밴티지와 같은 엔진을 사용한다)의 값을 반올림한 듯한 금액이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과연 밴티지가 AMG보다 나은 차인가? 일상생활에서 운전할 스포츠카를 사려고 포르쉐를 찾는 사람을 가로막을 수 있을까? 아니면 최소한 경쟁 상대로 놓을 수는 있을까? 앞으로 치를 ‘베스트 드라이버스 카’ 비교 결과를 기대하기 바란다. 


이 차급에 애스턴마틴이 내디뎠던 첫 발은 시기가 그 발목을 잡았다. 첫 세대 V8 밴티지 판매량이 상승 곡선을 탄 지 2년이 지난 뒤인 2009년에 경기 침체가 세계를 휩쓸었다. 포드(밴티지로 성장의 열망을 실현하려던 애스턴마틴의 당시 소유주)에게 경제 상황은 등에 꽂힌 비수와도 같았다. 어느새 시간은 흘러 세계가 호황기에 접어든 2018년이 됐다. 이젠 독립 회사가 된 애스턴마틴은 다시금 성장의 길을 모색 중이다. 이번에는 밴티지가 유서 깊은 영국 브랜드에 위대한 변화를 제대로 안겨줄 때다.   
글_Mark Rechtin

 

 

 

 

 

 

모터트렌드, 자동차, 애스턴마틴

CREDIT

EDITOR / 김선관 / PHOTO /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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