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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 TREND_Car&Tech

유럽 VS. 미국 베스트셀러의 대결

유럽 대표 중형세단과 미국 중형세단 시장의 베스트셀러가 한국에서 만났다. 영영 마주칠 일 없었을지 모를 두 차가 <모터 트렌드>의 주관 아래 펼친 피 튀기는 혈투

2018.06.22

 

4000만원대 수입 중형세단 시장의 개척자 둘이 맞붙었다. 주인공은 폭스바겐 파사트 GT와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다. 파사트 GT는 폭스바겐이 최근 국내 시장에 투입하기 시작한 유럽형 파사트다. 2015년 등장한 8세대로 데뷔와 함께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한 전형적인 유럽 중형세단이다. 이전까지 판매되던 미국형 파사트(NMS)나 캠리에 비해 차체는 조금 작지만 빈틈없는 구성과 화려한 편의장비 등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유럽형이니만큼 독일차 특유의 탄탄한 주행 성능을 제공하리라는 기대심리도 자극한다.  


현행 캠리는 2017년 데뷔한 8세대다. 독일 경쟁자를 의식해 주행 품질을 대폭 개선한 토요타의 최신형 플랫폼 TNGA를 밑바탕에 깔았지만 미국 중형세단 시장의 베스트셀러답게 안락하고 넉넉한 감각을 앞세우고 있다. 동급 국산 세단의 트렌드도 미국식 구성에 유럽식 주행 성능의 조합이니 좋은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참고로 두 차의 파워트레인은 태생만큼이나 딴판이다. 파사트 GT는 2.0리터 디젤 터보 엔진과 듀얼클러치 6단 자동변속기를(시승차는 앞바퀴굴림 모델이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2.5리터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를 엮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CVT와 맞물려서 얹는다. 유럽과 미국, 각 대륙을 대표하는 중형세단이 머나먼 한국 땅에서 펼친 대결.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주행 품질 및 핸들링 
지금까지 폭스바겐은 다른 부분은 몰라도 ‘달리고 돌고 멈추는’ 기본기만큼은 최고 수준을 유지해왔다. 반면 토요타는 ‘80점 주의(어느 한 부분을 완벽하게 하기보단 모든 부분을 고르게 만들자는 주의)’에 맞춰 대중의 관점에서 봤을 때 무난한 정도의 달리기 성능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폭스바겐에 비해 결코 실력이 떨어지지 않는데도 86과 같은 일부 모델에만 신경을 썼다. 


그랬던 두 브랜드가 방향을 바꾸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은 ‘전략 2025’를 통해 산하 브랜드들 간의 간격을 벌려 시장에서의 마찰을 줄이겠다고 했고 그 결과 폭스바겐 브랜드는 좀 더 프리미엄을 지향하게 됐다. 국내에서 시장 복귀 첫 모델로 가장 프리미엄 모델에 가까운 유럽형 파사트(파사트 GT)를 선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토요타는 TNGA 플랫폼을 도입하며 캠리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늘어난 휠베이스를 실내 공간을 넓히는 데 사용하는 대신 조종 성능 향상에 활용했다는 게 좋은 예다. 다른 회사였다면 뒷좌석 무릎공간을 늘렸겠지만 토요타는 운전석을 휠베이스의 중앙에 가깝게 뒤쪽으로 밀고 노면에 최대한 가깝게 낮추는 등 진지한 태도로 전체적인 움직임을 다듬었다. 따라서 이번 시승을 앞두고 두 브랜드의 변화가 각 모델들의 성격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가 매우 궁금했다. 


“핸들링 질감은 파사트 GT가 약간 더 또렷한 거 같아요. 특히 코너에서 좀 더 정교한 느낌이에요. 움직임이 전반적으로 캠리보다 스포티하죠. 그런데 기분뿐인지 실제로도 그런지는 잘 가늠이 안 되네요.” 폭스바겐의 오너이기도 한 이진우 기자의 말은 파사트 GT의 주행 성격을 단적으로 표현한다.  


파사트 GT는 캠리 하이브리드에 비해 훨씬 탄탄한 느낌이다. 하지만 과거 국내에 수입됐던 유럽형 파사트(B6)나 CC보다 확연히 부드럽다. 사실 폭스바겐의 주행 감각이 부드러워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골프 역시 7세대에 접어들면서 같은 변화를 보였기 때문이다. 7세대 골프는 승차감이 부드러워지는 동시에 조종 성능도 향상됐다. 따라서 난 MQB 플랫폼의 잠재력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굳이 서스펜션을 조이지 않았다고 이해했다. 


하지만 파사트의 경우는 다르다. 이진우 기자의 마지막 한마디, 그 찜찜한 한마디가 그냥 느낌만은 아니었다. 스포티하고 예리한 감각은 그냥 감각에 그쳤다. 골프와는 달리 파사트 GT의 조종 성능은 기대 이하였다. 원인은 타이어를 노면으로 눌러 붙이지 못하는 섀시, 즉 낮은 접지력에 있었다. 긴 코너를 고속으로 달릴 땐 바깥쪽 타이어가 노면을 움켜쥐지 못해 언더스티어가 점진적으로 늘어났다. 슬라럼이나 급차선 변경에선 뒷바퀴가 운전자의 의도에 적당하게 반응하는 앞바퀴를 따라오지 못해 코너 바깥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몹시 당황스러웠던 나는 다른 기자들에게 느낌을 물었다. 김선관 기자의 의견도 내가 느낀 것과 비슷했으며 서인수 기자는 차가 지면에서 살짝 떠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류민 기자는 조종 성능도 문제지만 달리는 내내 피곤했다고 말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감각은 두루뭉술하면서 자잘한 충격은 모두 전달되기 때문이다. 사실 더 심각한 것은 주행 안정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상황에서도 차체 자세만큼은 멀쩡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운전자라면 안정적인 자세를 믿고 달리다가 시선으로 느낄 만큼 궤적이 흐트러진 뒤에야 문제를 알아차릴 수도 있다. 참고로 예전에 시승했던 네바퀴굴림(4모션) 모델에 비해 이번에 시승한 전륜구동 모델이 더 불안했다. 이는 차의 조종 성능이 타이어와 섀시의 접지력보다 구동계의 구동력에 의존하는 부분이 더 크다는 뜻이다. 노면 상태가 악화되면 주행 안정성도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불안하다. 
다른 건 몰라도 기본기 하나만큼은 양보하지 않았던 폭스바겐에 이런 평가를 내리게 되다니. 원고를 쓰는 지금도 적잖이 당황스럽다. 물론 이진우 기자가 “일반적인 상황에서 그렇게 운전할 일이 얼마나 된다고요?”라고 말했듯이 내 테스트 방법이 극단적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도로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돌발 상황이며 그때도 목숨을 지켜줄 수 있어야 믿을 수 있는 차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불편하지만 파사트 GT의 주행 안정성이 기대 이하라는 건 변치 않는 사실이다.  


반면 캠리 하이브리드는 굉장히 편안했다. 승차감이 부드럽기도 하지만 노면과 밀착된 안심감이 높아서 심리적으로도 편안했다. 이전 세대와 가장 큰 차이는 과속방지턱을 통과한 다음의 자세였다. 예전엔 출렁임으로 인한 여진이 많았다면 지금은 방지턱을 통과한 뒤에도 차분함을 잃지 않는다. 또한 하이브리드의 특징인 정숙성이 확연하게 돋보였다. 아무리 조용한 디젤이라고 해도 가솔린, 하이브리드보단 소음과 진동이 심할 수밖에 없다. 캠리가 확실히 더 편하다는 데에는 <모터 트렌드> 편집부 모두 동의했다. 


가장 놀랐던 건 조종 성능이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고속 롱 코너에서도 명료한 접지 감각으로 믿음을 주었고 약한 언더스티어 경향을 보이다가도 가속페달에서 힘을 빼면 다시 접지력이 높아지며 코너 안쪽으로 차분하지만 확실하게 궤적을 좁혀갔다. 슬라럼이나 급차선 변경 테스트에서도 네 바퀴 모두 안정적인 접지력을 바탕으로 별다른 ‘드라마’를 연출하지 않고 상황을 해쳐나갔다. 부드러운 서스펜션 때문에 차체 롤링은 작지 않았지만 그래도 접지력은 아주 뛰어났다. 자세는 좋지만 접지력이 떨어졌던 파사트와 비교하니 더욱 돋보였다.  


물론 캠리에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바로 ABS·ESC 모듈의 진동 소음이다. 급제동 시험으로 ABS가 작동할 때, 그리고 급차선 변경으로 ESC가 작동할 때 유압펌프의 작동 소리와 진동이 매우 크게 느껴진다. 사전 지식이 없는 일반적인 운전자라면 차 바닥에 무엇이 부딪히는 줄 알고 깜짝 놀랄 수준의 커다란 소리와 진동이다. 부분변경 때 꼭 개선되면 좋겠다.  

 

 

캠리의 실내는 전반적으로 투박하다. 옵션도 그리 화려한 편이 아니다. 하지만 조작 편의성이 뛰어나고 시트가 굉장히 푸근하다. 

 

 

 

 

주행 성능과 테스트 결과 
발진 가속 테스트에서 두 모델은 거의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시속 100킬로미터 도달 시간만 비슷했던 것이 아니라 시속 10킬로미터부터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모든 구간에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막상막하의 실력을 보였다. 파사트 GT는 풍부한 토크의 디젤 엔진과 민첩하고 효율 높은 DSG 변속기로 무장했다. 반면 캠리 하이브리드는 효율은 좋지만 응답성이 떨어지는 무단변속기를 즉답적인 토크의 전기모터와 비교적 회전을 높게 쓰는 가솔린 엔진으로 채근한다. 이처럼 성격이 판이한 둘이 거의 쌍벽을 이룬 것이 흥미로웠다. 참고로 시속 100킬로미터 이후부터는 시스템 출력이 높은 캠리 하이브리드가 조금씩 간격을 벌려나갔다. 


제동 테스트에서도 두 모델은 모두 안정적인 성능을 보였다. 반복되는 시험에도 페이드 현상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보편적 중형세단으로서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시속 80킬로미터에서의 제동거리는 파사트 GT(평균 25.8미터)가 약 1.2미터 짧았지만 캠리 하이브리드가 사계절 타이어를 끼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차이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파사트 GT의 실내는 짜임새가 높다. 조립 품질이 뛰어나고 상위 트림은 편의장비도 넉넉하다.

 

운전석과 실내 공간 
“폭스바겐 차를 안 탄 지 오래되긴 했나 봐요. 실내가 이렇게 근사할 줄 몰랐어요.” 파사트 GT 운전석에 앉은 김선관 기자가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나 역시 세련된 파사트의 실내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2년 사이에 폭스바겐이 이렇게 달라질 줄이야…. “캠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실내야. 프리미엄 모델이라고 해도 될 만큼 품질이 훌륭해. 소프트 우레탄으로 감싼 대시보드와 무늬목 인서트 등 소재도 최고야. 특히 무릎이 닿는 센터페시아 옆면이 통째로 소프트 우레탄인 것에 놀랐어. 고급차라고 자부하는 모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부분인데….” 나윤석 칼럼니스트도 파사트의 실내를 칭찬했다.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전보다 더 깔끔해졌는데 터치도 잘돼요. 계기반도 근사하고요.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라고 불리는 12.3인치짜리 디스플레이가 운전과 관련된 정보를 보여줘 센터페시아를 힐끔거릴 필요가 없어요.” 김선관 기자가 <쇼미더머니>에 출연한 래퍼처럼 마음에 드는 부분을 술술 풀어놨다.  


파사트는 대시보드 아래와 센터페시아 버튼 주변은 물론 기어레버 옆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두께로 크롬을 둘렀다. 계기반을 둘러싼 모서리에 각을 세우고 센터페시아 위쪽 라인도 살짝 도려냈다.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는 선과 면에서 공들여 디자인한 티가 물씬 난다. 이에 비하면 캠리는 멋을 내기 위해 애를 썼지만 오히려 복잡하고 정신없게만 보인다. “선과 면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어 통일감이 없어요. 안팎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디자인이네요.” 캠리의 실내를 휙 한 번 둘러본 류민 기자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토요타는 새 차도 헌 차처럼 보이게 하는 특별한 재주를 지닌 것 같아. 캠리는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완전 신형인데 왜 오래된 차처럼 보이는 거지? 그만큼 익숙해서인가?” 내 말에 김선관 기자가 맞장구를 쳤다. “실내가 전체적으로 투박해 보여서 그런 것 같아요. 센터페시아 모니터와 주변에 놓인 버튼은 세련됐지만 그 아래 기어레버와 컵홀더, 열선시트 버튼은 디자인이 구식이잖아요. 스티어링휠에 있는 버튼도 그렇고요.”  


“그래도 시트는 정말 푸근해. 몸을 완벽히 감싸주기도 하고. 시트 포지션이 낮아진 건 확실한 변화야. 이것만으로도 차와의 일체감이 훨씬 좋아졌어. 이전 캠리는 시트에 두툼한 방석을 깔고 운전하는 초보 운전자의 자세가 나왔다니까.”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캠리의 낮고 푹신한 시트를 칭찬했다. 나 역시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캠리는 S 클래스 부럽지 않은 시트를 챙겼다. 하지만 이것 말고 앞자리에서 파사트보다 나은 부분을 찾기 어렵다. 오늘 부른 파사트는 가장 윗급의 앞바퀴굴림 프레스티지 모델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모두 전동과 메모리 기능을 갖춘 열선·통풍 시트를 챙겼다. 하지만 캠리 하이브리드는 조수석에 전동기능이 없다. 앞자리에 열선을 품었지만 통풍 기능은 챙기지 못했다. 파사트에는 있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어라운드뷰 모니터도 없다. 참, 크게 시원하진 않지만 파사트 운전석엔 마사지 기능도 있다. 


파사트가 편의장비만 풍성한 건 아니다. 레인 어시스트는 차선을 잘 유지하며 차선을 넘었을 땐 꽤 적극적으로 스티어링휠을 돌린다. 운전대를 부여잡지 않아도 15초 남짓 동안 스스로 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캠리는 레인 어시스트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차선을 그냥 넘어가기 일쑤다. 캠리 하이브리드 운전석에서 마음에 드는 게 하나 있다면 엔진이 배터리를 채우는 거나 배터리가 바퀴를 돌리는 것을 계기반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하지만 파사트 역시 모니터에 ‘싱크 블루 트레이너’가 있다. 기름을 얼마나 아끼며 운전하고 있는지를 점수로 보여준다. 


뒷자리에서도 캠리는 파사트를 이기지 못했다. 무릎공간은 둘 다 넉넉하지만 파사트 뒷자리엔 열선시트가 달렸다(캠리엔 이마저도 없다). 파사트는 어깨 부분에 있는 레버로 뒷시트를 접을 수 있지만 캠리는 트렁크에 있는 레버를 당겨야만 접을 수 있다. 아, 파사트 뒷자리엔 스키스루도 있다. 딱 하나 뒷자리에서 캠리가 파사트보다 나은 게 있다면 공조장치 아래에 USB 포트가 두 개 있다는 거다(파사트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파사트를 이길 순 없었다. 우린 모두 실내에서 파사트의 손을 들었다.
서인수 

 

 

 

연비 
파사트 GT는 4기통 2.0리터 디젤 터보 엔진을, 캠리는 4기통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한다. 복합연비는 각각 리터당 15.1, 16.7킬로미터다. “복합연비는 캠리 하이브리드가 파사트 GT보다 좋네요? 아무리 하이브리드라고는 해도 배기량이 더 큰 캠리 하이브리드가 불리할 줄 알았거든요.” 제원표를 보던 구본진 기자가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류민 기자가 입을 열었다. “복합연비만 보면 그렇지만 이번 승부에선 시내와 고속도로 공인연비도 꼼꼼히 살펴야 할 것 같아.” 파사트 GT의 시내 연비는 캠리 하이브리드보다 리터당 3.4킬로미터 낮은 13.7킬로미터였지만 고속도로 연비는 리터당 1.0킬로미터 높은 17.2킬로미터였다. 류민 기자가 말을 이어갔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도심에서 연비가 더 잘 나오잖아?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 전기모터와 회생제동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지.” 나윤석 칼럼니스트도 류민 기자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며 의견을 보탰다. “반대로 고속으로 달릴 땐 전기모터를 활용할 틈이 적어 효율이 떨어지지.” 


대화를 듣던 서인수 기자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럼 측정 환경에 따라 차이가 큰 거 아니야? 우리가 연비를 측정하는 코스는 시내 30퍼센트, 고속도로 70퍼센트 정도의 비율이니 아무리 복합연비가 좋은 캠리 하이브리드라도 고속도로가 많은 조건에선 애 좀 먹겠는데?” 이진우 기자도 같은 의견이었다. “도심 주행이 많으면 캠리, 고속도로 주행이 많으면 파사트 GT. 결과는 뻔하지 뭐.” 결과는 우리 예상대로였다. 각 차에 성인 세 명이 타고 약 100킬로미터를 달렸을 때 파사트 GT는 리터당 14.5킬로미터, 캠리 하이브리드는 13.5킬로미터의 연비를 기록했다(트립컴퓨터 기준). 고속도로 비중이 더 많은 까닭에 캠리 하이브리드보다 파사트 GT의 연비가 더 좋았던 것이다.  


파사트 GT는 고속으로 달리면 달릴수록 연비가 더 좋아졌다.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릴 때의 엔진 회전수는 1750rpm. 가속페달을 다독이면 공인 고속도로 연비를 웃돌기도 했다. 리터당 20킬로미터를 달성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반면 캠리 하이브리드는 시내에서 강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해도 연료 게이지의 바늘이 꿈쩍도 하질 않았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배터리에 에너지가 저장되는 과정은 계기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보기만 해도 돈을 버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구본진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연비의 승자는 운전자가 직접 정해야 할 거 같아요. 평소 고속도로 주행을 많이 하면 파사트 GT를, 시내 주행을 많이 하면 캠리 하이브리드를 골라야겠네요.” 그렇다. 이번 연비 대결의 승자는 어떤 환경에서 주로 차를 쓰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즉, 당신에게 달렸다.
김선관 
 

 

구매와 소유 비용 
이번 대결에서 아마 가장 관심이 높은 건 구매와 소유 비용일 것이다. 패밀리 세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가장 꼼꼼하게 따져보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파사트 GT와 캠리 하이브리드 모두 할인 혜택이 있으니 구매 계획이 있는 사람은 유심히 살펴보길 바란다.  


파사트 GT는 네 가지 트림으로 나뉘며 값은 4320만원부터 5290만원까지 다양하다. 우리가 시승한 파사트 GT는 앞바퀴굴림의 프레스티지 트림으로 신차 가격은 4990만원이다. 현재 딜러 프로모션은 따로 없으며,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봄바람 스페셜’이라는 할인을 진행 중이다. 혜택은 4가지다. 현금 구매 시 10퍼센트 할인, 기존 차량 반납 시 400만원 할인(차종 관계없이 7년, 주행거리 14만 킬로미터 이내), 100만원 상당의 케어프리 바우처, 파워트레인 보증 연장이다. 총 1000만원 정도의 가치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1000만원 이상 할인하면 파사트 GT가 오히려 캠리보다 싸네. 이건 정상이 아니야. 하지만 구매자 입장에서는 솔깃할 수밖에 없지. 그런데 오래 탈 계획이라면 잔고장 적고 유지비가 저렴한 캠리가 나을지도 몰라.” 이야기를 듣던 서인수 기자는 이렇게 물었다. “파사트는 1000만원이나 깎아주는데 캠리는 할인이 없어?”  
캠리 하이브리드를 살펴보자. 신차 가격은 4250만원이다. 파사트 GT에 비해 배기량이 높은데 신차 가격은 낮다. 하이브리드 혜택인 개별소비세, 교육세, 취득세, 공채 할인을 받으면 추가로 최대 310만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여기에 도심혼잡 통행료 100퍼센트 감면(서울 지역), 공영 주차장 이용료 50퍼센트 할인(수도권 지역, 인천공항, 김포공항, 김해공항)은 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배기량이 2000cc를 넘어 대형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정부에서 지급하는 하이브리드 구매 보조금은 받지 못한다. 월 할부금, 보험료, 소모품 비용은 구매에 영향을 미칠 만큼 차이가 크지 않다. 할인을 최대로 받을 경우 결국 두 차 모두 실제 구매가는 5000만원대다. 물론 파사트 GT는 몇 가지 할인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두 차를 시승하는 동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폭스바겐이 1000만원이나 할인한다니 기분은 좋은데, 신차를 이렇게 헐값에 내놔도 되는 걸까? 토요타는 왜 요즘 수입차 트렌드(?)인 할인을 하지 않을까?’
구본진

 

 

 

 

 

 

최종 결론
이번 대결은 무승부로 끝났다. 예상과 다른 결과에 우린 적잖이 당황했다. 그간 ‘헤드투헤드’를 유심히 봐온 독자라면 <모터 트렌드> 편집부의 성향을 대충 눈치챘을 것이다. 그렇다. 연비, 구매·소유 비용도 중요하지만 우린 운전이 적당히 즐겁고 구성에 빈틈이 없으며 장비 역시 웬만큼 화려한 차를 선호한다. 그리고 가끔은 디자인과 같이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하기도 한다. 이런 걸 종합해서 봤을 때(예상했을 때) 이번 대결의 승자는 당연히 파사트 GT여야 마땅했다. 


하지만 핸들링 테스트 이후 분위기가 싸늘해졌고 이탈자가 생겼다. 파사트 GT의 주행 안정성이 기대 이하였던 것이다.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 불거질 정도는 아니지만 돌발 상황에선 문제가 될 수준이었다. 그립을 잃은 파사트 GT는 스스로 궤적을 되찾지 못했다. 반면 캠리의 움직임은 동급 경쟁자의 평균 수준을 웃돌았다. 속도를 높여도 안정감을 유지했으며 소음과 진동 부분에서도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폭스바겐은 안팎 상황 변화와 생산·개발 과정의 진보를 맞아 ‘프리미엄의 민주화’를 공언했고, 이에 따라 각 모델의 구성을 한층 더 화려하게 다듬기 시작했다. 반면 토요타는 수장이 바뀌며 ‘주행 품질, 주행 안정성’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언급하는 빈도가 잦아졌다. 이런 두 브랜드의 방향 변화는 오늘 모인 이 두 차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회사라는 조직은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고 그 변화에 따라 결과물의 성향도 달라진다. 이번엔 의외의 무승부가 나왔지만 다음에는 의외의 승자가 나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이야기다.   
류민

 

 

VOLKSWAGEN PASSAT GT
이진우_1000만원 깎아주면 말 다한 거다. 파사트 GT가 진리다. 할인이 없다고 해도 이번 캠리는 디자인이 싫다. 특히 그릴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최면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다.
구본진_캠리를 타면 렌터카를 빌려 탄 기분이 든다. 파격적인 할인이 없더라도 캠리가 파사트를 이길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김선관_주행 품질은 캠리 하이브리드가 앞서지만 이를 뺀 나머지는 파사트 GT가 우세하다. 

 

TOYOTA CAMRY HYBRID
나윤석_전반적인 상품성에서는 파사트가 앞선다. 하지만 기본기는 캠리가 더 좋다. 캠리의 주행 질감과 주행 안정성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사실 기본기는 폭스바겐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당황스러울 정도로 완성도가 떨어진다. 아무리 멋진 차라고 해도 난 안전하지 않은 차는 타지 않는다. 
서인수_디자인이나 편의장비, 실내 구성에선 단연 파사트의 압승이다. 하지만 파사트는 기본기에서 캠리 하이브리드에 밀렸다. 내가 직접 운전할 거라면 못생겨도, 편의장비가 부족해도 진중하고 부드러운 캠리를 고르겠다.
류민_사실 두 차 중 개인적 취향은 파사트 GT다. 하지만 내가 중형세단을 산다면 아마 아내(나아가 아이)가 생겨서일 거다. 혼자만 탄다면 몰라도,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불안정한 차에 태우기 싫다.

 

 

 

 

 

 

모터트렌드, 폭스바겐, 토요타

CREDIT

EDITOR / 류민 / PHOTO / 김형영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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