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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 TREND_Car&Tech

PEUGEOT 3008

3008은 일단 예쁘다. 겉모습도 예쁘지만 실내는 더 근사하다.

2018.06.19

 

내 이상형은 유지태였다. 큰 키와 가느다란 팔다리, 작고 하얀 얼굴, 선해 보이는 처진 눈, 낮고 차분한 목소리. 영화 <동감>에 등장한 그의 모습을 보며 나중에 꼭 저런 남자랑 연애해야지 굳게 다짐하기도 했다. 성격이야 사귀어보기는커녕 만나보지도 못했으니 알 리 없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 내가 꿈꾸는 남자와 완벽히 들어맞았다. 하지만 지금 나와 함께 사는 남자는 성별과 키를 제외하곤 그와 같은 게 하나도 없다. 오히려 모든 것이 정반대다. 그래도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잘 살고 있으니 이상형은 그저 마음속에 고이 간직해야 하는, 말 그대로 희망 사항인 걸까? 


국내에서 팔리는 3000만~4000만원대 자동차를 놓고 이상형에 가까운 차를 골라보라는 미션이 떨어졌다. 여덟 대의 후보 중 그랜저와 3008이 남았다. 전혀 다른 성격의 두 대를 결승에 올리고 고민했다. 그랜저와 3008 가운데 ‘나의 이상형’이란 수식어에 어울리는 차가 뭘까? 역시 그랜저는 이상형이라기보다 그냥 현실적인 차에 가깝다. 흔하기도 너무 흔하다. 나의 이상형이 모두의 차가 되는 건 싫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3008이다.


3008은 일단 예쁘다. 겉모습도 예쁘지만 실내는 더 근사하다. 운전석에 앉으면 미래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계기반이 눈에 들어온다. 작은 스티어링휠이 더해져 미래에서 온 차를 모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누르는 순간 미사일이 발사될 것 같은 변속레버는 또 어떻고? 피아노 건반처럼 생긴 센터페시아 버튼은 3008의 근사한 실내에 방점을 찍는다. 가끔 스티어링휠 위쪽 림에 계기반이 가려지는 것쯤은 그냥 넘어갈 수 있다. 실내가 근사하니까. 물론 그랜저보다 편의장비가 부족하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은 쓸모 있는 차를 고르는 게 아니라 이상형을 고르는 자리다. 고무장갑 하나도 예뻐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이상형에 가까운 차는 예쁜 차다.


그렇다고 3008의 실력이 형편없는 것도 아니다. 코너에서 유연하게 움직이는 맛이 좋다. 속도를 높여 코너를 돌아 나가도 좌우로 심하게 출렁이지 않고 자세를 잘 다잡는다. 푸조 특유의 쫀쫀함도 살아 있다. 6단 자동변속기는 엔진과 호흡이 잘 맞는다. 허둥대지 않고 적절한 기어 단수를 재빨리 찾아낸다. 시승차로 온 2.0 GT 모델은 180마력을 내는 2.0리터 디젤 엔진을 얹어 몸값이 4990만원으로 조금 비싸다. 하지만 3008에는 120마력을 내는 1.6리터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도 있다. 1.6 블루 모델의 몸값은 3890만~4250만원이다. 120마력밖에 되지 않는 3008이 언덕이나 제대로 올라가겠냐고? 이전에 시승한 기억을 떠올리면 실제 달리기 실력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끌고 나가는 맛이 좋았다. 


물론 아쉬운 게 없는 건 아니다. 3008은 운전석에만 전동시트와 메모리 시트를 품었다. 조수석은 허리를 숙여 손으로 조절해야 한다. 앞자리에 열선시트가 달렸기는 하지만 통풍시트는 없다. 뒷자리엔 열선과 통풍 시트가 모두 없다. 열선 스티어링휠이 없다는 것도 아쉽다. 한겨울 얼음장처럼 차가운 스티어링휠을 쥐는 게 얼마나 고역인지는 지하 주차장이 없는 집에 사는 사람들만 이해할 거다. 하지만 3000만~4000만원대 수입 SUV 가운데 이만큼 예쁘고, 기본기가 탄탄하며 넉넉한 SUV는 없다. 참, 3008에는 뒷자리까지 넉넉하게 하늘을 보여주는 파노라마 선루프도 달렸다. 참고로 4990만원짜리 2.0 GT 모델에는 알칸타라를 휘감은 마사지 시트와 포칼 오디오, 전방카메라가 추가된다.


어떤 사람은 이 글을 읽고 “누가 그랜저와 3008을 놓고 고민하겠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랜저와 3008을 놓고 진지하게 고민할 수도 있다. 내 선택이 3008이라고 여러분에게 이 차를 강요할 생각은 없다. 이상형은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이것만은 말하고 싶다. 다들 주변 의견이나 시선 따위 생각 말고 원하는 차를 고르시라고.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접근하면 고민도 훨씬 줄어들 거다. 
서인수

 

 

시선 집중 작은 스티어링휠과 미래지향적인 인테리어는 3008의 트레이드마크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푸조

CREDIT

EDITOR / 김선관 / PHOTO / 박남규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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