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고들 한다. 모든 물건은 매겨진 값에 걸맞은 가치를 갖는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성비’라는 표현은 사실 값싼 물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값이 어떻든, 그 값에 비해 가치가 높다면 가성비가 좋다고 할 수 있다. 쌍용 렉스턴 스포츠는 가장 싼 모델이 2320만원, 최고 트림에 풀 옵션을 갖추면 3880만원이 넘고, 실제로는 3000만원대가 되어야 괜찮은 모델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값 자체만 놓고 보면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가성비를 논할 수 있는 이유는 적지 않다. 

단순히 생각하면, 렉스턴 스포츠는 국내에서 3000만원 전후의 비용으로 손에 넣을 수 있는 가장 큰 차다. 짐칸이 차지하는 공간이 크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큰 덩치가 주는 위압감은 크기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만족도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나 단종된 지 오래인 허머를 선망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도 그와 비슷한 심리를 가졌을 것이다.  

G4 렉스턴과 별반 차이 없는 외모도 심리적 가성비를 높이는 요소다. 쌍용차 애호가들에게 렉스턴은 특별하다. 쌍용이 차별화 고민이 적지 않았던, 백지상태에서 새로 개발한 차에 렉스턴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쓴 것도 그 때문이다. 렉스턴 스포츠는 이런 G4 렉스턴의 후광 효과를 누리고 있다. 픽업트럭이 필요해서 사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SUV의 대안으로 선택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SUV만큼 확장성이 뛰어나진 않아도 다섯 명이 타고도 꽤 많은 양의 짐을 실을 수 있고 실내와 짐 공간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는 것도 상황에 따라서는 장점이 될 수 있다. 몇 가지 불편함만 감수하면 훨씬 더 싼 값에(물론 절묘한 가격 구성에서 비롯되는 착시효과다) G4 렉스턴을 타는 것과 같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사실 가성비 평가에는 상대적 비교에서 얻는 만족감도 큰 영향을 준다. 실질적 선대 모델인 코란도 스포츠와 비교했을 때 렉스턴 스포츠의 장점은 더 돋보인다. 코란도 스포츠는 비좁은 뒷좌석이 약점으로 꼽혔는데 렉스턴 스포츠는 공간이 더 커졌다. 아주 조금이지만 등받이 각도도 누웠고 쿠션도 개선됐다. 여전히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뒷좌석에 어른을 태워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다. 

가장 큰 장점은 직접적인 경쟁 상대가 없다는 점이다. 2016년 말까지 판매된 중국산 포톤 툰랜드의 값이 3320만원이었고 일부 병행수입 업체가 판매하고 있는 포드 F-150이 7000만원대라는 걸 고려하면 국내 픽업트럭 시장을 완전히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트럭이라 화물차로 분류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자영업자는 차를 샀을 때 부가세(10퍼센트) 환급이 가능하므로 매출 규모에 따라서는 부가세를 털어낼 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연간 자동차세가 2만8500원에 불과하다. 40만~60만원 정도의 승용차 세금에 비하면 부담이 적다. 3년을 탄다면 몇 달치 연료비는 건지는 셈이다. 

물론 렉스턴 스포츠는 어디까지나 픽업트럭이다. 따라서 거칠고 험한 승차감과 짐차 이미지(짐차니까 당연하긴 하다)는 감수해야 한다. 실내 조립 품질이나 거친 마무리 등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면들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값에 이만큼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차도 흔치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글_류청희(자동차 평론가)

SPECS SSANGYONG REXTON SPORTS
기본 가격 3058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4WD, 5인승, 4도어 픽업  엔진 4기통 2.2ℓ DOHC 터보 디젤, 181마력, 40.8kg·m 변속기 6단 자동 공차중량 2100kg 휠베이스 3100mm 길이×너비×높이 5095×1950×1840mm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9.0, 10.9, 9.8km/ℓ CO₂ 배출량 199g/km

● 나윤석 터프한 이미지로 ‘면피’하기엔 감수해야 할 점이 너무 많다.
● 서인수 묵직하고 진득한 맛이 없다. 큰 차 타는 매력으로 샀는데 이건 좀 아니잖아?
● 류민 큰 차의 매력보단 큰 덩치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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