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2000만원대 수입차는 있었다. 하지만 모두 같은 가격대의 국산차보다는 한두 단계 작은 모델이었다. 소형차인 푸조 208, 폭스바겐 폴로, 피아트 500 등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흥행에 실패했다. 덩달아 2000만원대 수입차의 존재감도 바닥에 떨어졌다. 국산 중형세단을 구입할 수 있는 가격으로 소형 해치백을 사라고 하니 그럴 수밖에. 국산차와 수입차 사이에는 엄연한 벽이 있다는 선입견만 심어준 셈이다. 

그런데 그 벽을 제대로 부순 모델이 있다. 바로 닛산의 알티마다. 알티마는 2016년 부분변경을 거치며 가격을 인하하고 옵션을 뺀 엔트리 트림 ‘SL 스마트’를 만들면서 과감하게 3000만원의 벽을 깼다. 수입차가 국산 동급 모델과 거의 비슷한 가격표를 달고 출시된 것이다. 놀라운 건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정책을 거의 그대로 도입했다는 점이다. 쏘나타와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출력으로 보면 알티마 2.5는 쏘나타 2.0 가솔린이 아닌 1.6 터보와 비교해야 한다. 쏘나타 1.6 터보의 미국 가격은 2만2050달러이며(현대차 미국 홈페이지 기준) 알티마 2.5의 가격은 2만3140달러다. 옵션이 비슷한 쏘나타 스마트 트림의 국내 가격은 2720만원, 알티마 2.5 SL 스마트 트림의 가격은 2990만원이다.

알티마는 국내에서 국산차와 유럽차 사이의 시장, 즉 3000만원대 시장을 소극적으로 지키던 일본 대중 브랜드의 중형세단이었다. 하지만 이젠 국산차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최근 알티마의 월 판매량은 300~400대 수준. 구성과 가격을 바꾼 후 판매가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제 한국닛산 전체 판매량의 약 60퍼센트를 차지하는 주력 모델로 떠올 랐다. 

수입차를 국산차 가격에, 그것도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산 중형차와 거의 비슷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된 건 중대한 사건이다. 신형이 발표되긴 했지만 쏘나타 역시 남은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큰 약점은 아니다. 오히려 옵션이나 소재 등이 조금 아쉬울 수는 있다. 그러나 닛산이 자랑하는 저중력 시트나 상당한 수준의 조종 성능 등 알티마에는 쏘나타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장점들이 있다. 

이제 ‘수입차라서 감수해야 할 점이 있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남는다. 등록비가 좀 높다는 것은 수입차의 단점으로 볼 순 없다. 배기량이 2.5리터라서 그런 거니까. 보험료는 의외로 쏘나타와 비슷하다(내 경우에는 알티마 2.5가 오히려 저렴하다). 연비도 쏘나타 1.6 터보와 거의 차이가 없다. 남은 문제는 정비 비용. 사고 수리비는 확실히 국산차보다 비싸겠지만 소모품 교체비의 차이는 터무니없는 수준은 아니다. 

요모조모 따져보면 알티마는 지금보다 더 잘 팔려야 한다. 그런데 왜 300~400대 수준일까? 이유는 수입차이기 때문이다. 수입차는 수입품이라는 프리미엄도 있지만 서비스 센터 등 유지관리와 관련된 실용성은 떨어진다. 한국닛산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만으로는 시장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국산차에 도전장을 던졌으면 서비스 네트워크도 확장해야 한다. 선순환의 고리를 제대로 잇지 못하면 판매량이 조금 늘어도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다.
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SPECS NISSAN ALTIMA 2.5 SMART
기본 가격 299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4기통 2.5ℓ DOHC, 180마력, 24.5kg·m 변속기 CVT 공차중량 1475kg 휠베이스 2775mm 길이×너비×높이 4875×1830×1470mm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10.9, 15.4, 12.5km/ℓ CO₂ 배출량 135g/km

● 류청희 못생긴 데다 존재감도 없다. 캠리나 어코드의 장점인 신뢰성도 부족하다.
● 서인수 차값이 2990만원부터다. 이건 3000만원이나 다름없다.
● 류민 유지비 걱정이 앞선다. 아무리 그래도 수입차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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