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은 중요하다. ‘럭셔리카’라면 더욱 그렇다. 포드 피에스타도 가죽 내장재를 사용하는 요즘, 럭셔리 시장에서 경쟁하는 차는 성공을 위해 아주 사소한 부분마저 세심하게 다듬어야 한다. 볼보와 폭스바겐 모두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미국 소비자들에게 ‘뻔한’ 선택의 대안으로 여겨졌던 볼보와 폭스바겐. 최근 그들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노력 중이다. 폭스바겐은 고급 장비를 탑재한 콤팩트 크로스오버를 적당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고 볼보는 북유럽 럭셔리의 이상적인 모습을 담은 신형 CUV로 시장을 공략 중이다. 2018년형 폭스바겐 티구안 SEL TSI 4모션과 2018년형 볼보 XC60 T5 AWD는 이런 변화를 대표한다. 사실 폭스바겐은 토요타, 볼보는 아우디의 점유율을 빼앗기 위해 애쓰지만 이들은 ‘4만 달러대 럭셔리의 가치’라는 주제에 아주 걸맞은 도전자다.

흥미로운 실내 티구안의 앞좌석은 훌륭하다. 특히 핼러윈 느낌의 배색이 매력적이다.

깔끔한 클래식 볼보의 인테리어 디자인 테마는 이번 XC60에서 한결 명확해졌다.

럭셔리한 콤팩트 크로스오버를 찾는 사람에게 신형 티구안은 아주 매력적인 차다. 폭스바겐은 대중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의 경계를 이미 넘었고(페이톤 또는 W8 엔진의 파사트를 기억하나?), 최상위 트림인 티구안 SEL로 드디어 이상적인 위치를 찾은 것처럼 보인다. 티구안은 매력적인 디자인과 아우디에서 볼 수 있던 디지털 계기판과 운전자 보조 기능 등 수많은 장비를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특히 열선 스티어링휠, 열선 시트, 펜더 오디오 시스템, 풀사이즈 파노라마 선루프 등을 뽐내는 앞좌석이 고급스럽다. 흰색과 검은색, 오렌지색이 어우러져 매력이 넘치는 티구안 SEL 시승차의 가격은 3만8950달러이며 추가된 옵션은 5160달러짜리 프리미엄 패키지와 500달러짜리 3열 시트가 전부다.

볼보는 ‘럭셔리’라는 확고한 패러다임에 도전해 성공을 거둔 회사다. 2010년 중국 자동차 제조사인 지리에 인수돼 현금이 풍족해진 볼보는 신형 플랫폼과 신형 엔진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했고, 벤틀리와 같은 회사에서 디자이너도 영입해 라인업을 화려하게 꾸렸다. 이번 비교에 나선 2018년형 볼보 XC60 T4 AWD 모멘텀도 그중 하나다. 

가격은 우리의 기대에 못 미친다. XC60의 가격은 가죽 시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능동형 안전장비 등을 갖추고 4만2495달러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4만 달러 미만으로 기능을 제대로 갖춘 준중형 럭셔리 크로스오버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린 딜러가 옵션을 넣지 않은 XC60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사람들이 주로 찾는 구성의 XC60을 보내달라고 볼보에 요청했다.

옵션이 적당히 추가된 시승차는 메탈릭 블루 도장(흰색만 추가 비용이 없다), 비전 패키지(능동형 안전장비를 운전자 보조 장치로 바꿔주는), 옵션 인테리어 트림 등을 포함하고 있다. 가격은 4만4690달러로 60개월의 할부기간 동안 티구안보다 매달 약 95달러를 더 부담해야 한다. 누군가에겐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겐 고려해볼 만한 차이일 것이다. 이런 가격 차이 때문에 폭스바겐은 가치 평가 부분에서 볼보보다 5740달러만큼 앞서나간다.

두 차는 길이와 무게, 파워트레인 구성 등이 비슷하다. 하지만 힘은 폭스바겐이 더 약하다. 폭스바겐의 2.0리터 터보 엔진은 184마력의 최고출력과 31kg·m의 최대토크를 내고 이를 8단 변속기를 통해 AWD 시스템으로 전달한다. 떨어지는 출력 때문인지 티구안은 트랙에서 인상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97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데 8.9초가 걸렸고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인 시속 72→105킬로미터 추월 테스트에서는 4.7초를 기록했다. 메이저 제조사의 모델답게 핸들링 성능은 뛰어났다. 8자 코스에서 0.59g의 평균 횡가속도와 28.1초의 기록을 세웠다. 연비 역시 훌륭한 편. 공인 연비(EPA)는 리터당 8.9, 11.5, 9.8킬로미터이며 우리가 측정한 실제 연비는 리터당 8.0, 13.6, 9.8킬로미터였다(시내, 고속도로, 복합).

XC60은 티구안보다 힘이 강하다. 2.0리터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은 250마력, 36kg·m의 힘을 내며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AWD 시스템에 동력을 전달한다. 무게는 티구안과 비슷하지만 출력 차이 때문에 트랙에서 더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97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데는 6.2초가 걸리며 시속 72→105킬로미터 추월 테스트에서 3.4초를 기록했다. 8자 코스 역시 평균 횡가속도 0.64g, 랩타임 26.6초로 더 빨랐다. 출력은 높지만 연비도 그리 떨어지지 않는다. 공인 연비는 리터당 9.4, 11.9, 10.2킬로미터이며 실제 연비는 리터당 7.9, 13.2, 9.6킬로미터다(시내, 고속도로, 복합).

실제 도로와 트랙에서의 성능이 다른 차도 있다. 하지만 티구안과는 별로 관련이 없는 이야기다. “티구안의 파워트레인에 실망했어요.” 에디터 스콧 에번스의 말이다. “가속페달 반응이 너무 민감해요. 롤러코스터가 경사를 올라갈 때와 비슷해요. 처음엔 힘찬 느낌이지만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오랫동안 느리게 올라가죠.” 8단 자동변속기는 연비 부담을 줄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엔진의 힘 부족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8단 기어를 조급하게 넣는 경우가 많고, 이는 엔진의 힘 부족 현상을 더 악화시킨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조금 낫지만 놀라울 정도는 아니다. 테스트 트랙에선 쓸 만하다고 생각했던 핸들링 역시 실제 도로에선 그리 훌륭하지 않다. 대부분의 폭스바겐 세단과 해치백이 그렇듯이 말이다. 주행감은 괜찮지만 급격한 코너에선 차체가 크게 기울어진다. 

XC60은 티구안보다 스포티하다. 엔진의 힘도, 반응도 훌륭하다. 터보 지체 현상도 훌륭하게 억제했다. 가속페달의 초기 반응은 폭스바겐처럼 민감하지만 8단 자동변속기의 부드럽고 신속한 변속이 이를 보완한다. 코너 역시 생생한 스티어링 감각을 자랑하며 멋지게 통과한다. 하지만 승차감도 다소 스포티하다. “승차감이 약간 묵직해요. 스프링이 다소 단단한 것 같아요.” 에번스의 말이다. “XC60은 확실히 스포츠 럭셔리예요. 마술 양탄자에 더 가까운 럭셔리를 기대했는데 말이에요.” 

고품질 볼보의 뒷좌석은 앞좌석만큼이나 만족스럽다. B필러에 송풍구도 설치돼 있다.

비용 절감 티구안의 앞좌석과 뒷좌석을 비교해보자. 폭스바겐은 도어 트림의 오렌지색 가죽과 몇몇 메탈릭 부품을 생략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실내에서 점수를 조금 회복한다. 프리미엄 패키지가 적용된 티구안 SEL은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다. 검은색과 오렌지색을 조합한 가죽 시트, 시트에 맞게 구성한 앞좌석 도어 트림, 커다란 디지털 계기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금속 패널을 덧댄 펜더 스피커, 거대한 파노라마 선루프 등이 아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이런 좋은 인상은 얼마 못 가 깨진다. 럭셔리한 인테리어에선 디테일이 중요하다. 폭스바겐은 이를 세심하게 다듬지 못했다. 가령 앞좌석은 고급 아파트 같지만 뒷좌석은 저렴한 임대주택 같다. 편의장비가 부족하고 입구도 좁다. 대시보드에서 앞좌석 도어 트림으로 연결된 검은색과 오렌지색의 조화 역시 뒷좌석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뒷좌석의 승객은 아무 기능도 없는 딱딱한 검은색 플라스틱 패널이 달린 싸구려 시트에 몸을 실어야 한다.

언뜻 훌륭해 보였던 앞쪽에도 단점이 있다. 대시보드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회색 패턴의 플라스틱 부품 두 개로 장식되며, 팔걸이도 대시보드와 동일한 고무 소재로 덮여 있다. 오렌지 스티치로 마감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대중 브랜드를 찾는 고객이라면 이 정도로 만족하겠지만 럭셔리 브랜드를 고려했던 고객이라면 실망할 게 분명하다. 

인체공학적 문제도 있다. “앞 시트 포지션이 이상해요.” 신장 173센티미터인 에번스의 말이다. “페달에 발을 편안하게 얹으려면 대시보드가 위로 더 올라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키가 큰 운전자에겐 이 문제가 더 도드라진다. 뒤 시트 역시 그리 편안하지 않다. 공간은 넉넉하지만 시트가 너무 좁고 평평하다. 3열 시트도 쓸모없다.

500달러를 아끼는 게 좋겠다. 덩치가 작은 아이에게나 어울리는 공간이며 들어서기도 어렵다. 게다가 귀중한 짐 공간도 잡아먹는다(AWD 모델에선 5인승이 기본, 7인승이 옵션이며 앞바퀴굴림 모델에선 7인승이 기본이다).

볼보를 타면 보잉 747 비즈니스 클래스에 들어선 기분이 든다. 그만큼 특별하다. 흰색 가죽 시트, 시선을 잡아끄는 피아노 블랙 패널과 메탈릭 패널, 근사한 우드 트림 등이 탑승자를 반긴다. “옵션을 뺀 기본 모델을 마주하면 보통 실망하기 마련이죠. 하지만 이 녀석은 환상적이에요.” 에번스의 말이다. “모든 소재가 격조가 넘쳐요. 균형도 뛰어나고요.” XC60은 손 닿는 모든 부분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심지어 플라스틱의 질감조차 훌륭하다. 도어 수납공간 안쪽에 푹신한 폼을 붙이고 센터콘솔 안쪽에 카펫을 깐 것을 보면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XC60의 인테리어 테마는 ‘미니멀리즘’이다. “버튼이나 다이얼이 몇 개 없어요. 하지만 조작감이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을 줘요.” 에번스의 말이다. 대부분의 기능은 아이패드 크기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작동된다. 빠르고 직관적이며 작동감도 훌륭하다. 폭스바겐과 마찬가지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도 기본이다. 시트는 앞뒤 모두 든든하고 편안하다. 커다란 창문과 파노라마 선루프는 탁 트인 느낌을 준다. 뒷좌석 공간 역시 넉넉하며 짐 공간 바닥도 낮은 편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디지털 계기반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만큼 직관적이지 않다. 앞 시트의 뒤판도 딱딱하다. 멋진 실내에서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원가절감의 증거다.

실내는 두 차 모두 조용하다.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티구안이 약간 더 시끄럽다. 하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다. 힘껏 가속할 때 23손(Sone)이었으며 XC60은 21.3손이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의 격차는 더 줄어든다. 시속 105킬로미터에서 티구안은 평균 16.9손을, 볼보는 16.1손을 기록했다.

유지비는 모델 결정에 아주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우리는 인텔리초이스와 함께 오너가 5년에 걸쳐 부담하는 비용을 산출해봤다. 차값은 폭스바겐이 약간 싸다. 하지만 5년 보유비용은 비슷하다. 티구안은 4만5109달러, XC60은 4만5329달러다. 티구안의 장점은 6년·7만2000마일의 일반 무상 보증이다. 이는 인텔리초이스의 평균치보다 1년 길다.

우린 두 차의 가격 대비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이번 비교를 시작했다. 폭스바겐 티구안의 고급 트림인 SEL은 볼보보다 약 6000달러 저렴하다. 티구안은 화려한 편의 장비, 매력적인 디자인, 멋진 인테리어 등으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원가절감의 흔적이 실망을 남겼다.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기능을 담아냈지만 럭셔리 자동차에 걸맞은 안락한 주행감각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반면 볼보는 디테일을 세심하게 다듬어 럭셔리한 감각을 선사했다. XC60 모멘텀의 럭셔리는 분명히 돈 쓸 가치가 충분하다.   
글_Christian Seabau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