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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흐릿한 경계

어떤 차가 더 합당한 가족용 럭셔리 세단일까?

2018.06.12

 

럭셔리는 정의하기 어렵다. 외설과 예술을 구분하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자동차에선 통계나 수치로 표현되지 않는다. 그저 전체적인 느낌에 관한 것이다. 탁월한 주행 성능은 분명 럭셔리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디자인, 완성도, 인테리어 소재 등도 중요하다. IT 기술(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운전보조장치)의 중요성 역시 점차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럭셔리카 시장에서 감지되는 뚜렷한 흐름이 있다. 대중차 브랜드들이 더 많은 이윤과 비용 분산을 위해 볼륨 모델에 고급 트림을 추가하고 있다는 것과 럭셔리 브랜드가 점유율 확대를 위해 대중차 영역으로 손을 뻗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건 4만 달러 근처의 가족용 세단 시장이다.

 

 

첫인상 어코드와 A4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운전자를 환영한다. 혼다(왼쪽)는 탁 트인 느낌을 주며 아우디는 전형적인 독일의 견고함을 전달한다.

 

세단 구매자들에게 혼다 어코드는 실용적인 가족용 차이자 출퇴근용 차로 매우 친숙할 것이다. 어코드는 지난 몇 년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켜왔고 10세대로 거듭나며 한층 더 인상적인 중형세단이 됐다. 2018년형 어코드의 최상위 트림인 2.0T 투어링은 가죽, 진짜 같은 모조 우드 트림, 운전자 보조 기능, 고출력 엔진 등 럭셔리카 구매자가 기대하는 모든 것을 담았다. 가격도 3만6690달러로 합리적이다.

아우디는 럭셔리 세단 시장의 매출이 급락하고 연비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연비를 내는 A4 울트라를 적당한 값에 출시했다. 기본형의 가격은 3만6975달러로 럭셔리 브랜드의 패밀리 세단 중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 A4 울트라는 LED 조명, 선루프, 가죽시트 등 럭셔리카의 덕목을 모두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하지만 대리점에는 대부분 우리의 시승차처럼 옵션을 추가한 모델이 전시돼 있다. 우리가 탄 차는 575달러 상당의 회색 도장(검은색이나 흰색만 추가 비용이 없다), 스마트키와 컬러 계기판 등이 포함된 컨비니언스 패키지(약 1000달러), 자잘한 장비 등이 추가된 3만9110달러짜리였다. 참고로 두 차의 월 납입금 차이는 40달러 이내다.


두 차는 기계적으로 상당히 비슷하다. 휠베이스 차이는 약 10밀리미터, 공차중량 차이는 15킬로그램가량에 불과하다. 엔진 구성과 구동방식은 같다. 둘 다 직렬 4기통 2.0리터 터보 엔진을 얹고 앞바퀴를 굴린다. 
가격과 연비 때문일까? 울트라는 다른 A4보다 출력이 낮다(2.0T 콰트로의 최고출력은 252마력, 최대토크는 37.7kg·m지만 울트라는 190마력, 32.6kg·m를 낸다). 변속기는 7단 듀얼클러치며 네바퀴굴림 시스템인 콰트로는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공인연비(EPA)를 보면 이런 구성을 납득할 수 있다. A4 울트라는 리터당 11.5, 15.7, 13.2킬로미터의 인상적인 연비를 자랑한다(시내, 고속도로, 복합). 


혼다는 럭셔리카의 전통적인 접근방식을 선택했다. 넉넉한 출력을 확보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다. 어코드 투어링 2.0T의 엔진은 시빅 타입 R의 직렬 4기통 2.0리터 터보를 다듬은 것으로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토크 37.7kg·m를 내며 10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된다. 연비는 리터당 9.4, 13.6, 15.3킬로미터다(시내, 고속도로, 복합/일반 휘발유). 


럭셔리카를 구입할 때, 특히 낮은 트림을 살 때 ‘저렴한 물건’이라는 이미지가 드러나는 건 좋지 않다. 일부 럭셔리 세단의 기본 트림은 이런 느낌이 뚜렷하다. A4 울트라 역시 작은 휠과 공산주의 국가의 아파트와 비슷한 회색 컬러 때문에 이런 느낌이 난다. 하지만 LED 헤드램프, 날카로운 선으로 무장한 옆모습, 가변식 LED 테일램프 등이 이런 분위기를 상쇄한다.


A4의 실내는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다. “스마트폰에 바퀴가 달린 느낌이에요.” 에디터 마크 렉틴의 말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진짜 가죽으로 씌운 시트(다만 거칠고 얇은 편이다)와 대시보드의 깔끔한 메탈릭 트림, 그리고 아우디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MI를 마주하게 된다. 플라스틱 스위치마저 부드러운 촉감을 자랑하며, 금속을 일부 사용한 공조장치 제어부와 MMI 노브는 조작감이 뛰어나고 보기에도 고급스럽다. 버튼을 누르거나 노브를 돌릴 때 찰칵 소리를 나직하게 낸다. 아주 만족스럽다. 


“디자인이 아주 멋져요.” 에디터 스콧 에번스의 말이다. “아주 모던하고 고급스러워 보여요. 무늬를 새긴 은색 플라스틱은 모조 우드 트림과 아주 잘 어울리죠.”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원가절감을 위해 몇몇 부분을 덜어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급 트림에선 볼 수 있는 디지털 계기판(버추얼 콕핏)과 모든 운전자 보조 기능이 생략되며(어코드는 모든 트림에서 운전자 보조 기능이 기본이다) 내비게이션 역시 빠져 있다(버튼을 누르면 추가금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만 알게 될 뿐이다). 그나마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일부 소재는 촉감이 실망스럽다. 도어트림 팔걸이와 대시보드 상부는 가죽이 아니라 고무 재질이다. 아울러 벨트라인 아래는 딱딱한 플라스틱 패널로 도배돼 있다.

물론 가격을 감안하면 소재 정도는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뒷좌석은 심각한 문제를 앉고 있다. 레그룸이 빠듯한 까닭에 무릎이 단단한 플라스틱에 눌리게 되는 것이다. 뒷좌석에 컵홀더가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작은 페트병을 꼽을 수 있는 도어 포켓과 뒷좌석 공조장치가 약간의 점수를 간신히 만회한다.

 

 

교묘한 솜씨 아우디는 시야가 머무는 곳엔 비싼 소재를 사용하고 대시보드 아래 부분처럼 눈에 띄지 않는 곳엔 저렴한 소재를 사용했다. 하지만 뒷좌석에선 이런 눈속임이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어코드와 같이 대중 브랜드의 모델이 럭셔리카 시장에 도전할 경우, 적당한 가격만으로는 소비자를 납득시킬 수 없다. 혼다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진지하게 준비한 듯하다. 어코드 투어링은 메르세데스 벤츠 CLS처럼 늘씬한 차체와 매력적인 19인치 휠 등 제대로 된 스타일링을 뽐낸다. 


“실내 분위기는 혼다답게 친숙해요. 하지만 미래적이죠.” 렉틴의 말이다. 실내는 고급스러운 가죽과 우드·메탈릭 패널, 편안한 시트, 디지털 디스플레이 등으로 꾸몄다. 디테일도 뛰어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스크린이 A4보다 크며 인터페이스도 더 직관적이다. 공조장치 역시 조작감이 훌륭하다. 특히 측면에 돌기가 있는 금속제 노브가 만족스럽다. 설정 온도에 따라 켜지는 파란색 또는 붉은색 백라이트 역시 매력적이다. “버튼을 비롯한 모든 조작부가 부드러워요. 약간 우아한 느낌도 주죠. 혼다가 제대로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 듯해요.” 렉틴의 말이다. 앞뒤 열선 시트, 푹신한 뒷좌석, 곳곳에 마련된 USB 단자 등 편의장비도 충분하다. 물론 카플레이도 지원한다.


디테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소소한 단점도 있다. 가령 우드 트림은 진짜 나무 같은 느낌이 나지 않는다. 에번스는 가죽의 색과 재질을 단점으로 꼽았다. “가죽이 연한 회색이라 일부 플라스틱 부품이 더 도드라져요. 특히 대시보드와 도어가 만나는 경계면이 눈에 띄어요. 맞닿는 두 패널의 색상과 광택이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하지만 이런 사소한 문제는 도로에 올라서면 쉽게 잊을 수 있다. 어코드는 운전이 즐거운 차다. “파워트레인이 아주 훌륭해요.” 에번스의 말이다. 혼다의 2.0리터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는 궁합이 뛰어나다. 엔진은 항상 파워밴드를 유지하고 변속기는 주저 없이 기어를 바꾼다. 기분 좋은 사운드와 함께 부드럽게 달리다가 운전자가 원할 땐 언제든 날렵하게 차체를 밀어낸다. 렉틴은 변속 감각을 칭찬했다. “기어를 속삭이듯 부드럽게 바꿔요. 다운시프트마저 덜컥거림 없이 처리하죠.”


핸들링은 우아하다. 어코드의 서스펜션은 동급 경쟁자 중 가장 정교하다. “중형 패밀리 세단치고는 코너를 정말 훌륭하게 돌아요. 롤이 크지 않고 스티어링은 정확하고 날카롭죠.” 에번스의 말이다. 어코드는 거친 노면 위에서도 차분하게 달린다. 너무 심한 요철만 아니라면 충격이 실내로 잘 전달되지 않는다. 하지만 엔진 사운드를 부각했기 때문에 급가속 소음은 조금 있는 편이다. 우리의 측정 결과는 38.7손(Sone)이었다. 물론 정속 주행을 할 때는 정숙하다. 시속 105킬로미터에서 16.9손을 기록했다. 


각종 계측 결과 역시 우리가 도로에서 느낀 것과 다르지 않았다. 어코드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97킬로미터까지 단 5.8초 만에 도달한다. 시속 72→105킬로미터 가속시간이 2.8초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반응이 빠른 변속기 덕분에 터보 지체 현상을 거의 느낄 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A4 울트라는 어코드만큼의 품격이 부족하다. 아우디가 앞바퀴굴림 버전에는 별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느낌이다. 4WD 모델인 A4 콰트로(5만2325달러)를 오랫동안 시승했기에 울트라의 단점이 더 뚜렷하게 느껴졌다. 울트라는 스로틀 반응이 다소 민감하다. 덕분에 가속 성능(0→시속 97킬로미터 가속시간 7초)이 실제보다 더 빠르게 느껴지긴 하지만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다소 거친 느낌을 낸다. 


정속 주행을 할 땐 별문제 없다. 토크를 적당히 활용하며 안정적으로 달린다. 하지만 변속기가 종종 머뭇거린다. 승객을 태우고 짐을 실으면 시속 72→ 105킬로미터 가속시간(3.7초)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본형 타이어 때문에 스티어링 감각이 다소 밋밋하긴 하지만 움직임은 깔끔하다. 상태가 나쁜 노면에서도 충격을 잘 흡수한다. 실내도 아주 조용하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소음 측정치는 19.6손에 불과하다. 어코드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시속 105킬로미터에서 수치는 14.6손이다.


비용은 자동차를 구입할 때 가장 우선으로 고려하는 사항이다. 놀랍게도 A4 울트라가 넉넉한 할인 덕분에 어코드 2.0T 투어링보다 더 저렴할 수 있다. 하지만 60개월을 유지할 때의 비용까지 검토하면 A4가 불리하다. 럭셔리 브랜드의 엠블럼은 높은 유지비를 의미한다. A4는 모든 분야에서 더 많은 비용이 들며 특히 수리비가 비싸다.

럭셔리 브랜드의 모델은 항상 가치 측면에서 대중 브랜드의 모델과 힘든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확실히 같은 돈으로 아우디보다 혼다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난 이런 의문이 들었다. 아우디가 2420달러 더 비싸다는 것과 어코드만 갖춘 몇몇 장비를 제외하면 과연 혼다가 더 나은 럭셔리카일까?

  평결    차이는 근소했다. 하지만 4만 달러라는 가격을 기준으로 봤을 때 더 확신을 주는 럭셔리카는 어코드 투어링이었다. “아우디는 A4를 훌륭하게 꾸몄어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가절감의 흔적을 찾을 수 있죠.” 에번스의 말이다. 이런 단점은 불완전한 주행감각과 함께 아우디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반면 혼다는 럭셔리한 경험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완전하지는 않다. 하지만 아우디에 비해 모든 부분이 조금씩 낫다. 더 잘 달리고, 더 정교하다. 따라서 차에서 보내는 시간도 더 보람차다. 그럼 어코드를 럭셔리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경우는 대중적인 럭셔리다.   
글 Christian Seabaugh

 

 

물량 투입 혼다는 어코드의 실내를 근사하게 다듬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계기판, HUD 등 세 개의 고해상도 화면이 이런 분위기를 주도한다.

 

 

 

더 자세히 알아보자
4만 달러 비교 테스트의 승자는 마쓰다로 결정났지만, 소비자들의 차 선택 시 우선 사항과 취향은 제각각이다. 이 기사를 읽어본 후에도 망설이는 분들을 위해 세세한 특징을 나열했다. 
 
혼다를 구입해야 하는 이유
1 꼭 5인승이어야 한다.
2 기능이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원한다.
3 생생한 운동 성능을 원한다.
4 운전보조장치가 필요하다.
5 유지비를 중요하게 여긴다.
 
아우디를 구입해야 하는 이유
1 정교한 디자인을 좋아한다.
2 조용한 실내를 원한다.
3 장거리 출퇴근자라 차값이 다소 비싸도 높은 연비가 더 중요하다.
4 뒷좌석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모터트렌드, 아우디, 혼다

CREDIT

EDITOR / 류민 / PHOTO / Robin Trajano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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