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새로운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국내에 출시됐다. 랜드로버는 이름 앞에 ‘뉴’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실제로는 얼굴과 실내를 조금 매만진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2세대 레인지로버는 2013년 세상에 공개됐다. 

“뭐가 달라진 거예요?” 후배 기자의 질문처럼 겉모습에선 달라진 부분을 단박에 알아채기 어렵다. 오히려 변화는 겉보다 속이 크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도 벨라의 매끈한 센터페시아를 물려받았다. 큼직한 버튼과 다이얼이 센터페시아에 달린 네모난 모니터로 사라졌다. 차의 모든 기능은 벨라처럼 이 모니터에서 조작할 수 있다. 참,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함께 출시된 레인지로버 페이스리프트 모델도 같은 센터페시아를 챙겼다. 이로써 이보크를 뺀 나머지 레인지로버 형제들은 모두 같은 센터페시아를 갖게 됐다. 센터페시아뿐 아니라 대시보드 디자인과 스티어링휠, 계기반도 서로 똑같다. 다른 게 있다면 벨라와 레인지로버는 쥐고 당기는 기어 레버 대신 둥근 드라이브 셀렉터를 달았다는 거다. 2013년 레인지로버 스포츠 출시 행사에서 랜드로버의 디자인 디렉터 제리 맥거번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달리기에 좀 더 초점을 맞춘 모델이라 당기는 맛이 있는 기어 레버를 달았습니다.” 

파워트레인은 이전과 똑같다. 최고출력 306마력을 내는 V6 터보 디젤 엔진과 최고출력 340마력을 내는 V6 슈퍼차저 그리고 최고출력 575마력을 내는 V8 슈퍼차저 엔진을 얹는데 모두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이 가운데 시승차는 306마력짜리 모델이다. 2톤이 넘는 무게를 컨트롤하기에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1500~1750rpm에서 뿜어 나오는 71.4kg·m에 달하는 최대토크가 초반부터 힘차게 차를 밀어주는 덕에 힘이 넘친다는 느낌도 든다. 출렁이듯 넘실대며 달리는 감각은 여전하다. 말캉한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대고 느긋하게 운전하면 세상 위로 한 단계 올라서서 달리는 기분마저 든다. 도로를 내려다보며 운전하는데 마음에 여유가 샘솟는다. 웬일인지 막히는 길도 덜 짜증스럽다. 사람들이 이래서 커다란 SUV를 타는 걸까?

새로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안전장비와 편의장비를 좀 더 챙겼다. 레인 어시스트는 차선을 밟거나 넘어가면 스티어링휠에 잔뜩 힘을 준다. 52개의 LED 유닛으로 무장한 헤드램프는 어두운 도로에서 멀리까지 꼼꼼히 불을 밝힌다. 큼직한 파노라마 루프는 손동작으로 여닫을 수 있는 재주도 품었다. 500밀리리터 페트병 네 개를 거뜬히 삼키는 센터콘솔은 냉장 기능도 발휘한다. 1억5530만원. 유니언잭 무늬를 새긴 시트를 품은 오토바이오그래피 모델의 몸값이다. 새롭게 챙긴 장비와 확 달라진 실내를 생각하면 이전 모델에 비해 몸값도 크게 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레인지로버 형제들이 점점 매끈하고 세련되어지는 게 조금은 아쉽다. 이래서야 거친 오프로드는커녕 흙길도 미안해서 데려갈 수 있을까?   

LAND ROVER
RANGE ROVER SPORT SDV6 AB DYNAMIC
기본 가격 1억553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4WD, 5인승, 5도어 왜건 엔진 V6 3.0ℓ DOHC 터보 디젤, 306마력, 71.4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 중량 2395kg 휠베이스 2923mm  길이×너비×높이 4879×1983×1803mm  0→시속 100km 가속시간  7.3초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9.6, 12.5, 10.7km/ℓ  CO₂ 배출량 181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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