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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 TREND_Car&Tech

무능한 경영자, 뛰어난 조정자

회사의 경영 악화는 노동자 때문이 아니라 경영자 때문이다

2018.06.07

 

지난 몇 달간 시끌시끌했던 한국지엠 사태가 일단락됐다. 한국지엠은 한국 정부로부터 8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는다. 또 기존 대출금 3조원을 올해 안에 출자전환하면서 매년 1500억원가량의 이자를 줄일 수 있게 됐다. 한국지엠은 경영 정상화를 약속했다. 향후 5년간 한국지엠 지분을 매각할 수 없고 이후   5년도 지분 35퍼센트 이상을 보유한 1대 주주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 즉 앞으로 10년간 한국을 떠날 수 없다. 이로써 GM의 한국 철수는 향후 10년간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않게 됐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한국지엠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은 보장받게 됐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모든 상처가 아문 건 아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는 그대로 남았다. 군산공장에서 일하던 3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미 근로계약을 해지당했다. 2000여 명의 정규직 노동자들도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군산공장 주변 상권은 이미 상업지구로서의 생명력이 끝났다. 군산시를 비롯해 전라북도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많은 사람이 힘들어할 것이다. 아쉽고 안타깝다.  


한편으로는 화도 난다. 생각해보면 한국지엠의 경영 악화는 근로자 잘못이 아니다. 근로자들은 경영진의 계획과 판단에 따라 공장에서 열심히 차를 생산했을 뿐이다. 그 차가 팔리지 않고 수출되지 않은 건 계획과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경영자 잘못이다. 그런데 피해는 고스란히 공장 노동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GM과 한국지엠은 시장 흐름과 변화를 제대로 간파하고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했고 그렇게 적자가 누적됐다. 잘못은 경영진이 했다. 그러고는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 없이 군산공장 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내렸다. 또 한국 철수를 빌미로 노동자들을 볼모로 잡아 한국 정부로부터 지원금 8000억원을 따냈다.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를 비롯해 국민들까지 한국지엠 사태의 피해자가 된 셈이다.  


GM과 한국지엠이 회사를 제대로 경영했다면 이와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무능했다. 이처럼 경영자의 무능은 많은 이가 아파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런데 아직 끝난 게 아니다. 10년 후 그들은 또 부평공장 노동자를 볼모로 정부로부터 돈을 요구할지 모른다.  


GM과 한국지엠 경영진은 노동자와 국민 그리고 한국 정부에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줬다. 그 상처는 꽤 오래갈 것이다. 그런데 GM의 무능한 경영자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힘들고 지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GM 회장 메리 배라는 여전히 236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으며 건재하다. 어쩌면 한국지엠 구조조정을 잘 마무리한 성과를 인정받아 GM 이사회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더 많은 연봉을 받을지 모른다. 한국지엠 사장 카허 카젬도 공장 하나를 폐쇄해 고정 지출 비용을 대폭 줄였고, 한국 정부로부터 8000억원이나 하는 큰돈을 따냈다. 그의 구조조정 전문가 경력에 가장 큰 성과로 기록될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메리 배라와 카허 카젬은 경영자가 아닌 조정자일 뿐이었고, 그들은 조정자로서 출중한 능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렇게 뛰어난 조정자로 하여금 한국지엠 조정이 끝났다. 한국지엠은 “앞으로 5년간 15종의 신차와 상품 강화 모델을 국내에 출시할 것”이라 밝혔다. 새차를 비롯해 페이스리프트, 연식 변경 등을 1년에  3종 정도 출시한다는 말이다. 언제 어떤 모델을 국내에서 생산할지 아니면 수입할지, 그리고 그 모델을 얼마큼 판매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같은 게 없으니 특이하거나 특별한 발표가 아니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지속 발전이 가능한 경영 방안이 나와야 한다. 더불어 사회적 책임을 엄중히 지키고 기업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구체적인 방법론도 제시해야 한다.  


앞으로 10년은 자동차 시장이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되는 시기다. 전동화와 자율주행이라는 큰 변화의 파고를 잘 넘겨야 한다. 부디 한국지엠은 그 변화의 중심에서 시대와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인지하고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경영을 하기 바란다. 무능한 지휘관은 적군보다 무섭다. 무능한 경영자 때문에 우리 같은 노동자들이 고통받는 일이 더 이상 없길 바란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자동차칼럼

CREDIT

EDITOR / 이진우 / PHOTO /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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