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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컨버터블의 지존, ROLLS-ROYCE Dawn Black Badge

봄의 끝자락에서 상쾌한 바람을, 그것도 가장 값지고 우아하게 맛볼 계획을 세웠다. 지붕이 열리는 차 중에서도 최고급 차는 뭘까? 의외로 답은 빨리 도출됐다. 롤스로이스 던 블랙 배지가 얼마 전 출시됐다. 가격은 무서울 정도다. EDITOR SEOL MI HYUN, RYU MIN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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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가 제시하는 럭셔리 피처 에디터 류민

“던 블랙 배지의 엔진은 BMW의 모든 기술이 투입된 V12 6.6L 트윈 터보다. 593마력의 힘으로 길이 5.2m, 무게 2.6톤이 넘는 차체를 마치 대포알처럼 밀어내지만 그보다는 뒤 차축에 응집된 듯한 엄청난 힘이 더 인상적이다.” 


BMW의 롤스로이스 인수는 결과적으로 롤스로이스에게 유리한 거래였다. 희소성을 목숨처럼 여기며 소량 수제 생산을 이어가던 초호화 브랜드에게 기술을 제공할 구세주가 나타난 셈이니 말이다. 게다가 BMW가 어떤 집단인가. 회사 이름을 ‘바이에른 엔진 공장’의 줄임말로 지을 정도로 기술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회사가 아닌가. 두 회사가 한집안 식구가 된 지 어느새 15년이 흘렀다. 이제 롤스로이스의 모든 라인업에 BMW 기술이 녹아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오픈톱 모델 중 하나인 던과 보다 젊은 롤스로이스를 표방하는 던 블랙 배지도 예외는 아니다. 두 차 모두 BMW 엔진 라인업의 꼭짓점인 V12 6.6L 트윈 터보 엔진을 얹고 550마력이 넘는 출력을 자랑한다(던 563마력, 던 블랙 배지 593마력). 물론 고집 센 롤스로이스가 남의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리 없다. 그들에게 기술이란 우아함을 표현하기 위한 한 부분에 불과하다. 아울러 그들이 의미를 두는 건 BMW의 높은 성능이나 수치보다 신뢰성일 터. 시속 260km까지만 표시된 단출한 속도계와 엔진 회전계 자리를 꿰찬 파워리저브 미터가 이를 증명한다. 그들에게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느냐, 기술적 완성도가 얼마나 높으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세상 둘도 없는 풍요로운 감각을 얼마나 더 오랜 기간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
어쩌면 BMW에게도 롤스로이스는 색다른 도전이었을지 모른다. ‘스포츠’라는 주제를 전공하다 롤스로이스의 정숙성을 대변하는 ‘매직 카펫 라이드’를 구현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는 개인적인 우려에 불과하다. 방향이 다르다고 한들 기술력이 어디 가겠는가? BMW의 첨단 섀시 기술은 롤스로이스에서도 빛을 발한다. 길이 5.2m, 무게 2.6톤이 넘는 던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도로를 유영한다. 루프를 활짝 열고 달려도 비현실적인 승차감 덕분에 외부 세계와 분리된 느낌이다. 6겹으로 엮은 소프트톱은 외부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동시에 실내의 작은 소리마저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다. 왜 이렇게까지 밀폐감에 집착했을까. 소프트톱을 씌운 우아한 컨버터블에 허용되는 관용이라는 게 있을 텐데 말이다. 롤스로이스는 아마 탑승자 간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의 품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브랜드가 바로 롤스로이스이니까. 가속 페달을 힘껏 밟으면 던 블랙 배지는 마치 대포알처럼 튀어나간다. 덩치를 압도하는 가속 성능도 놀랍지만 그보다는 살짝 주저앉은 뒤 차축에 응집된 듯한 엄청난 힘이 더 인상적이다. 만약 거대한 호화 요트가 이륙하면 이런 느낌이려나? 하지만 던은 이 상태에서도 절대로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이게 바로 진짜 럭셔리라고 말하려는 듯.

 

 

 

거부할 수 없는 블랙 피처 디렉터 설미현

“애초에 비교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롤스로이스 던 블랙 배지. 다른 차와 비교를 위해 태어난 차가 아니다. 스웨그 넘치는 육중한 차체와 곳곳을 타고 흐르는 세련된 럭셔리. 그 존재감에 말문이 막히는 건 드문 일이었다.” 


봄바람의 상쾌함이 끈끈함으로 바뀌기 전, 컨버터블만의 낭만을 경험하자 싶었다. 브랜드의 상징적인 존재인 컨버터블, 그중에서도 최고는 뭘까. 롤스로이스 던(Dawn)이라는 답이 쉽게 돌아왔다. 2년 전 ‘여명’이라는 오라 넘치는 이름으로 등장한 던은 4인승의 고성능 컨버터블. 사실 이 차는 속도를 위해 태어난 차가 아니다. 자부심, 스타일에 가깝다. 그 어떤 질문에도 시크하게 답할 것이다. “우린 롤스로이스니까!” 최근 던의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던 블랙 배지가 출시됐다. 가격은 5억1900만원부터. 비스포크를 이용하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어떤 차기에? 일단 이름처럼 모두 블랙이다. 압도적인 외관도, 실내도, 더블 R 엠블럼도, 시그너처인 환희의 여신상까지도. 블랙이 뭐 그리 특별하냐고? 블랙 배지의 블랙은 그냥 블랙이 아니다. 화폭에 색을 덧칠하듯, 페인트와 래커 층을 겹겹이 쌓은 후 손으로 직접 광을 냈다. 더욱 깊고 신비로운 블랙이 탄생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사실 조금 걱정했던 건 실내다. 기존 던의 상큼하고 세련된 만다린 컬러에 열광한 이라면 더욱 그러할 터. 한데 롤스로이스가 누군가. 깊은 블랙 위에 흐르는 만다린 포인트 컬러는 절제된 세련됨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준다. 그저 비싼 차가 아니라는 걸, 코치 도어를 열고 탑승한 순간 깨닫는다. 부드러운 가죽은 스크래치가 걱정될 정도. 스트레스 없이 방목된 수소의 가죽, 상처 하나 없는 가죽을 까다롭게 고른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주요 버튼만 노출시킨 실내는 깔끔함 그 자체. 플루트를 연상시키듯 모든 버튼은 살짝 파인 형태로, 누르는 순간 언제라도 아름다운 음악이 흐를 것만 같다. 롤스로이스의 고객이자 전설적인 드라이버 맬컴 캠벨 경을 기리듯 무한대 로고가 뒷좌석과 아날로그 시계에 새겨져 있어, 숭고함마저 흐른다. 컨버터블의 핵심인 지붕은? 6겹으로 제작된 소프트톱과 천 솔기를 뒤집어 기워 자국을 숨기는 프렌치 심 기법을 적용해 고속 주행 시 발생하는 풍절음을 최소화했다. 지붕을 여닫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초로, 움직임마저 부드럽다. 솔직히 나는 컨버터블을 즐기지 않는다. 잠깐의 분위기보다 안락함을 더 중시하는 부류다. 엉키는 머리카락을 수습할 자신도 없다. 이 비싼 블랙 배지도 바람에 머리카락은 엉켰다. 한데 엉킨 마음을 후루룩 풀어내는 마법도 지녔다. 이 맛에 컨버터블을 타나 싶었다. 가장 럭셔리한 컨버터블, 클래식, 재즈보다는 힙합이 더 어울리는 차. 넘치는 스웨그와 세련미, 그리고 고혹적인 블랙의 오라에 휘둘리지 않고 뛰어넘을 수 있는 자만이 이 차에 오를 자격이 있다. 나는 당분간, 다른 차에 오를 자신이 없다.  

 

 

 

 

더네이버, 모터트렌드, 자동차

CREDIT

EDITOR / 설미현, 류민 / PHOTO / 롤스로이스 /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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