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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 TREND_Car&Tech

유럽 자전거, 우리 자전거

유럽은 한국과 자전거 브레이크 위치가 반대다. 도로에서 차와 어울려 달리기 위한 고려다. 도로는 자동차의 전유물이 아니다

2018.06.05

 

자동차를 알기 전 소년이었던 나는 이미 자전거로 극한의 속도에 도전하고 있었다. 동네 친구들과 코스를 정해 매일같이 레이스를 했고 주체 못할 속도로 코너에 뛰어들다가 가시덤불에 처박힌 적도 몇 번 있었다. 팔이 다 까져서 일주일쯤 붕대를 감고 며칠간 학교를 결석한 기억도 난다. 아직 딸아이는 나처럼 자전거나 속도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거의 20년 전, 친구와 둘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간 적 있다. 스위스 융프라우에 도착해 주변 산악지대를 여행하기 위해 자전거를 빌렸다. 힘차게 페달을 밟고 출발한 지 딱 3초 만에 난 허공을 날고 있었다. 자전거는 차도로 가야 할까? 인도로 가야 할까? 고민하는 순간 하늘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 원인은 바로 브레이크 레버였다. 한국이 아닌 타국에서 자전거를 타본 적이 없었던 나는 당연히 한국과 같은 위치일 거라 생각하고 왼손으로 브레이크를 강하게 걸고 말았다. 하지만 스위스 자전거는 왼손이 앞바퀴, 오른손이 뒷바퀴 브레이크와 연결돼 있었다. 자전거를 자동차 관점에서 보자면 휠베이스는 좁고 무게중심은 아주 높다. 중량은 가볍고 브레이크 제동력은 강하다. 앞바퀴에 강한 제동력이 집중되는 순간, 뒷바퀴가 허공으로 들리면서 앞으로 한 바퀴 굴러버리는 게 당연했다. 자전거를 타고 따라오며 깔깔 웃던 내 친구도 몇 초 후에 나처럼 나뒹굴었다.


왜 유럽의 자전거는 한국과 브레이크 레버 위치가 반대로 달려 있을까? 유럽에서 자전거는 이륜차로 분류되어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차도를 달리게끔 돼 있다. 즉, 인도가 아니라 차로를 자동차와 함께 달린다는 뜻이다(사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무쇠 다리를 가졌어도 자동차의 최고 속도를 따라갈 수 없으므로 통상 자전거는 가장 느린 차로, 즉 맨 오른쪽 차로를 사용해 달린다. 가장 우측 차로에 있으므로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는 경우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좌회전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중앙선 쪽의 가장 왼쪽 차로로 진입해 좌회전 차로에서 대기해야 한다. 차로를 가로질러 좌측 끝 차선까지 간다는 건 우리나라에선 자전거 운전자의 목숨을 건 모험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스위스나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는 이런 광경을 흔히 마주한다. 자동차는 차선을 변경할 때 방향지시등을 켜면 된다. 하지만 자전거에는 이러한 등화 장치가 법제화돼 있지 않고 실제 달려 있는 경우도 드물다. 이때 유럽인들은 왼팔을 좌측으로 뻗어 수신호를 행한다. 뒤따르는 자동차들에게 자전거가 도로를 가로질러 중앙선 쪽으로 이동하고자 함을 명확하게 표현한다. 뒤따르는 차량 운전자는 자전거의 수신호를 보고 자리를 양보해준다. 이렇게 왼손을 쓸 일이 잦은 자전거 운전자가 왼손으로 브레이크를 잡을 필요가 없도록 안전하게 오른쪽 레버와 뒷바퀴 브레이크를 연결해둔 것이다. 일부 자전거 모델은 페달을 반대로 돌려 뒷바퀴 제동을 걸기도 한다. 우리나라 방식이었다면 좌회전 수신호를 주면서 제동을 하다가 또 공중제비를 돌았을지도 모른다. 통행 방향이 반대인 일본이라면 우리나라 방식을 그대로 쓸 수 있다.  


많은 국가의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전거를 이륜‘차’로 대한다. 앞에서 느리게 달리고 있다고 짜증을 내지도 않는다. 우리처럼 도로 밖으로 나가라고 경적으로 위협하지도 않는다. 도리어 안전에 취약한 그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존중하면서 동일한 교통의 구성원으로 생각한다. 독일은 자동차가 자전거를 추월할 때에는 최소한 자전거로부터 1미터 이상 간격을 두고 공간을 만들어준다. 에티켓이면서 동시에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사항이다. 종종 그러다가 중앙선을 넘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도 적극적으로 자전거 사용자를 배려한다.  


추돌 안전성 면에서 자전거는 자동차와 전혀 비교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안전 약자인 자전거가 자동차로부터 안전의 위협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전거의 상황이 이러하니 모터사이클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는 어째서 이륜차 운전자를 보호하는 데 인색할까? 자전거 위에 자동차가 있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도로는 자동차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들이 먼저 시작할 운전은 자동차가 아니라 자전거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자동차칼럼

 

CREDIT

EDITOR / 강병휘 / PHOTO / 최신엽(일러스트레이션)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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