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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 TREND_Car&Tech

취향 강요

남에게 맞출 생각이 없는 고집스러운 두 브랜드가 만났다. 그런데 그들이 제시하는 세계가 싫지 않다. 참 희한하다

2018.05.31

 

애스턴마틴과 다임러가 기술제휴를 맺었다는 건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마틴의 입장에선 매우 합리적인 결정이다. 모든 걸 직접 개발하겠다고 나섰다간 돈만 쓰고 문을 닫을지도 모를 만큼 변화가 빠른 시대이니 말이다. 아울러 두 회사 모두 보수적인 편이라 기술 공유가 차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을 것이다. 애스턴마틴에 담긴 고유 매력이 이런 걸로 훼손될 정도로 얄팍하지도 않고.


애스턴마틴의 이런 변화가 가장 잘 담겨 있는 모델은 DB11 V8이다. DB11 V8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V8 엔진을 사용한다. 그런데 희한하게 오디오는 뱅앤올룹슨이다. 벤츠가 쓰는 부메스터도 이미지나 사운드 품질 부분에서 딱히 흠 잡을 곳이 없을 텐데 말이다. 굳이 개발비를 들여 벤츠와 뱅앤올룹슨의 시스템을 조합할 필요가 있었을까? 운전석에 앉아보니 바로 그 이유를 알겠다. 애스턴마틴은 폼에 죽고 사는 영국 신사를 위한 스포츠카 브랜드. 누구보다도 ‘에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급스러운 가죽과 어우러진 알루미늄제 전동 트위터와 서브우퍼 커버(뒷시트 가운데에 장식품처럼 자리하고 있다)를 보면 누구라도 납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애스턴마틴과 뱅앤올룹슨은 오랫동안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왔다.


뱅앤올룹슨은 1925년 설립된 덴마크의 전자기기 제조사다. 라디오로 시작해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으로 명성을 쌓았다. 늘씬한 디자인으로 유명하지만 음질 역시 뛰어나다. 청량한 중고음을 강조하는 편이며 원음보단 자연스러운 청취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뱅앤올룹슨은 디자인을 몹시 중요하게 생각한다. 오직 디자인만을 위해 초박형 앰프를 새로 개발했다는 일화는 아직도 유명하다.


애스턴마틴이 뱅앤올룹슨을 생각하는 것만큼, 뱅앤올룹슨에게도 애스턴마틴은 중요하다. DB11 맞춤형 시스템을 디자인까지 고려해 개발하고(베오사운드 DB11이라고 부른다) 사운드 튜닝에만 400시간을 투자할 정도니 말이다. DB11의 시스템은 2개의 센터스피커를 포함한 13개의 스피커와 13채널 1000와트 앰프로 구성된다. 스피커 하나당 채널 하나를 배정한 멀티시스템인 덕분에 원하는 지점에 정위감을 만드는 사운드 필드 기능도 구현할 수 있었다.


나는 DB11에서 들어볼 영국 아티스트의 앨범 두 개를 준비했다. 먼저 들은 건 1990년대 브리티시 모던 록의 부흥을 이끌었던 ‘오아시스(Oasis)’의 <Morning Glory?>다. 영국 대중음악, 그러니까 ‘브릿팝’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앨범이기도 하지만(맞다. 나 옛날 사람이다) 내가 기억하는 뱅앤올룹슨의 특성에도 잘 어울릴 거 같아서 골랐다. 예상대로 뱅앤올룹슨은 깔끔했다. 중고음을 강조한 세팅은 단순한 편곡으로 큰 울림을 만드는 오아시스의 특성과 잘 어울렸다. 이 앨범의 메가 히트곡인 ‘Wonderwall’을 듣고 있자니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눈앞에 펼쳐진 DB11의 호화스러운 실내, 그러니까 그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을 풍경이 정신 차리라며 과거 여행을 방해하긴 했지만 말이다. 


다음은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와 두아 리파(Dua Lipa)가 얼마 전 선보인 싱글곡 ‘One Kiss’다. 둘 모두 영국 태생이고 현재 3주 연속 영국(UK) 차트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사실 둘은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다. 따라서 편곡이 영국보단 미국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난 DB11의 뱅앤올룹슨이 오아시스 앨범보단 이 ‘One Kiss’를 어떻게 재생할 지 더 궁금했다. 과거 다른 차에서 경험했던 뱅앤올룹슨은 저음이 두드러지는 곡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DB11의 시스템은 훨씬 안정적인 소리를 냈다. 특히 탄탄해진 저음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볼륨을 높였을 때 서브우퍼 커버가 떨면서 내는 잡소리는 해결해야 할 듯하다. 


사실 초저역을 조금만 더 강조하면 보다 대중적인 취향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러면 왠지 애스턴마틴 고유의 매력이 옅어질 듯한 느낌도 들었다. 왜 그랬을까. 아마 애스턴마틴이 대중의 취향에 한 번도 자신을 맞춘 적이 없는 콧대 높은 브랜드라서 그랬을 것이다. 그들이 뱅앤올룹슨을 고집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서브우퍼는 뒷좌석 가운데에 장식품처럼 자리한다. 뱅앤올룹슨이 깎은 알루미늄 케이스는 떼어가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카오디오

CREDIT

EDITOR / 류민 / PHOTO / MOTORTREND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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