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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정극을 넘어서

단순한 서사를 어떻게 풍부하게, 극적으로 이끌 것인가. 이 작품은 흔히 성공한 발레 작품이 쓰는 주된 흥행 전술을 쓰지 않는다. 그럼에도 <안나 카레니나>가 성공한 이유.

2018.05.29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문장. 세기의 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여는 첫 문장이다. 이 한 문장은 소설의 모든 것을 함축한다. 그러나 이 말이 곧, 소설의 무대화 작업이 녹록하다는 말로 치환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지면을 다 할애한다 해도, 이 대작의 줄거리 소개는 불가능하다. 이 만만치 않은 작업에 도전한 이는 스위스 취리히 발레단 예술감독인 크리스티안 슈푹이다. 그가 2014년 초연한, 그리고 우리 국립발레단이 지난해 국내 초연한 <안나 카레니나>가 돌아왔다.
사실 그가 처음은 아니다, <안나 카레니나>에 도전한 안무가가. 1972년 마야 플리세츠카야는 볼쇼이 발레단에서 이 작품을 3막 발레로 초연했다. 2005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발레단을 이끌고 있는 안무가 보리스 에이프만이 명작의 발레화를 꾀했고, 그 외에도 알렉세이 라트만스키(2004, 2010), 테렌스 콜러(2007) 등이 도전했다. 그리고 2017년에는 존 노이마이어가 자신만의 해석을 덧댄 <안나 카레니나>를 내놓았다. 앞선 작품들에 대해 혈기방장한 슈푹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본 이 작품의 발레 버전은 한 여성과 두 남성 사이의 질투 가득한 드라마를 따라가는 데 온 힘을 쏟는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원작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이 담겨 있다.” 그런데 입 대신 몸으로 표현해야 하는 발레에서 그 ‘훨씬 많은 것들’의 표현이 가능할까? 슈푹도 그 점을 인정한다. 더해 원작의 서사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당초의 목적도 아니라며 선을 긋는다. 그가 관심을 갖는 건, 인물들의 다면적 측면을 보이는 것이다. 더 정교하게 설명하자면 인물들의 모순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 일례로 안나의 경우, 단순히 정념에 온몸을 던지는 사랑과 질투의 화신으로 표현하기엔 부족함이 있다는 것이다. 명문 귀족은 아니었지만 넉넉한 가문에서 자라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하던 그는 왜 가족과 심지어 자식마저 희생하며 사랑을 선택한 것일까? 이 불합리한 선택을 하는 그의 감정을 드러내보이는 게 슈푹의 목적이다. 바로 그 막중한 임무 혹은 사명을 안고 이번 무대에 오르는 안나는 국립발레단 수석 발레리나 김리회, 박슬기와 솔리스트 한나래다. 모두 지난해 같은 배역으로 무대에 선 발레리나들이다. 세 사람을 두고 슈푹은 “기술 이외에 내면에 있는 감정을 끄집어내 이야기할 줄 안다는 점, 세 사람이 서로 분위기가 달라 삼인삼색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같은 기사에서 강수진 단장은 “슈푹이 리허설을 하면서 이제까지 본 군무 중 가장 뛰어나다고 했다”며 군무도 주목해줄 것을 당부했다. 발레 작품에서 안무가의 역량과 무용수의 기량은 완성도의 반 이상을 차지할 테지만, 음악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러시아 작가의 작품이니만큼 차이콥스키가 연상되기 십상이나, 슈푹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선택했다. 그리고 폴란드 작곡가 비톨트 루토스와프스키의 음악을 함께 사용해 음악적 대비 효과를 가져왔다. 

 

작년 국내 초연 당시 무용 평론가 박성혜는 “성공적인 발레 작품은 단순한 서사를 어떻게 풍부하게 처리해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느냐를 주된 흥행 전술로 사용해왔다. 그런 차원에서 <안나 카레니나>는 그 대척점에 있는 발레 작품으로 성공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조건을 지녔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로 <안나 카레니나>에 합격점을 주고 싶다”고 평한 바 있다. 나아가 그는 “지금까지 안무된 발레 <안나 카레니나> 가운데 상당히 성공적인 작품이 아닌가 싶다”는 찬사까지 보냈다. 올해 공연이 과연 작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확인은 6월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작년 국내 초연 당시 무용 평론가 박성혜는 “성공적인 발레 작품은 단순한 서사를 어떻게 풍부하게 처리해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느냐를 주된 흥행 전술로 사용해왔다. 그런 차원에서 <안나 카레니나>는 그 대척점에 있는 발레 작품으로 성공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조건을 지녔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로 <안나 카레니나>에 합격점을 주고 싶다”고 평한 바 있다. 나아가 그는 “지금까지 안무된 발레 <안나 카레니나> 가운데 상당히 성공적인 작품이 아닌가 싶다”는 찬사까지 보냈다. 올해 공연이 과연 작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확인은 6월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 이 글을 쓴 김일송은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더네이버, 발레, 안나 카레니나

 

CREDIT

EDITOR / 설미현 / PHOTO / 국립발레단 /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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