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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용감한 첨병이 승리를 부른다

현대차는 첨병 벨로스터와 N 브랜드, 그리고 제네시스에 도전의 기회를 계속 제공해야 한다

2018.05.17

 

얼마 전 자동차 관련 행사장에서 후배를 만났다. 현대차에 근무하는 연구원이고, 신형 벨로스터의 섀시 개발을 주도했던 인물 가운데 하나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대화 주제는 벨로스터로 옮겨갔다. 그리고 귀를 의심할 만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국내 브랜드 관계자에게 이런 소식을 듣다니, 정말 까무러칠 일이다. 그것도 좋은 방향으로. 


대화는 지난해 말 인제 스피디움에서 열린 벨로스터 미디어 프리뷰 행사에서 양산 전의 벨로스터를 타본 소감으로 시작됐다. 난 벨로스터가 2+1도어 해치백이라는 현대차의 오리지널 장르이고, i30가 유럽 시장용이라면 벨로스터는 미국 시장의 스포츠 해치백이라는 점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하게 갖기를 바라왔다. i30가 유럽 취향에 맞게 정교한 주행 안정성을 추구한다면 벨로스터는 반대로 화끈한 주행 감각으로 감성적 만족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벨로스터는 미국 시장에서 손가락 안에 꼽는 스포츠 모델 가운데 하나다. 시승해본 벨로스터는 기대를 만족시켰다. 활기 넘치는 파워트레인도 마음에 들었지만 가장 좋았던 건 미니의 ‘고 카트 필링’을 연상케 하는 역동적인 주행 감각이었다.


“형님, 그럼 양산된 시승차는 타보셨나요?” “아니, 아직.” “놀라운 소식을 알려드릴까요? 양산차는 그때 타보셨던 차보다 더 화끈하게 세팅됐습니다.” 이런 경우는 없었다. 대부분은 양산 전 차에 가장 극단적인 세팅을 적용해본 뒤 양산 모델은 다소 보편적인 방향으로 정하기 마련이다. 안전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벨로스터는 국내 브랜드에서는, 내가 아는 한 최초로(그리고 해외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른바 ‘양산 스펙의 극단화’라는 ‘똘기(?)’를 부린 것이다.


정말 놀랐다. 그런 벨로스터가 놀라웠고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달라진 현대차의 내부 조직이 놀라웠다. 후배는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이 현대차로 온 다음부터 일어난 연구개발 부서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바로 ‘두 잇(Do it)’이다. 이전에는 가능성 있는 프로젝트도 부정적인 이유를 들어 개발자들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었다면, 이제는 반대로 개발자들에게 동기가 부여되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 자동차산업은 너도나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로 달려가고 있다. 이에 따른 급격한 개발비 증가와 전기차의 낮은 수익률 때문에 자동차 회사는 불요불급한 연구개발을 막는 등 원가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다양한 시도에서만 건질 수 있는,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발견할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현대차를 포함한 자동차 회사들이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는 별로 남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태생적으로 튀지 않으면 안 되는 성격의 벨로스터가 시쳇말로 ‘똘기’를 부릴 수 있는 최후의 모델일 수도 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지금 현대차 라인업 가운데 끝까지 개성을 추구할 수 있는 마지막 모델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연장선에 N 브랜드가 있는 것이고, 방향은 다르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는 제네시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벨로스터와 N 브랜드, 그리고 제네시스는 모두 현대차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첨병들이다. 첨병은 전쟁에서 가장 손실이 많은 포지션이다. 그 대신 보급은 가장 넉넉하게 제공한다. 본진의 희생을 막고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임무를 갖기 때문이다. 첨병이 겁을 먹고 제자리에서 머리를 숙이고 있다면 그 부대는 절대 승리할 수 없다. 현대차는 첨병 벨로스터와 N 브랜드, 그리고 제네시스에 도전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첨병은 승률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자동차칼럼

CREDIT

EDITOR / 나윤석 / PHOTO / <MotorTrend>Photo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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