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기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DAILY PICK_Car&Tech

사람과 문화가 먼저다

교통 생태계엔 범세계적 기준이 있다. 하지만 그보다 우선하는 건 모두가 동일하게 따르는 그 나라만의 건강한 문화다

2018.05.10

 

뉘르부르크링 내구 레이스 출전을 위해 독일에 도착했다. 그러다 문득 24시간 내구 레이스로 유명한 또 하나의 장소, 르망에 가보고 싶어졌다. 뭔가 좋은 기운을 얻어갈 수 있으리란 기대도 있었고 내구 레이스에 왜 그리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들이 열정을 바쳤는지도 궁금했다. 


르망은 프랑스 서부에 있고 프랑크푸르트에서 출발하면 파리를 거쳐 총 800킬로미터 가까운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대부분의 구간은 고속도로를 사용했다. 한국과 다른 점은 고속도로에 ‘굴곡’이 많다는 점이다. 고속도로에 오르막과 내리막, 커브가 많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다리를 놓고 터널도 뚫어 최단 거리로 달릴 수 있는 직선적인 형태가 최근 고속도로 건설 방식이다. 반면 산등성이를 타고 넘는 프랑스 고속도로는 뱀처럼 구불거린다. 끊임없이 운전대를 돌리거나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페달을 조작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교하게 설계된 기울기를 바탕으로 가시거리가 안전하게 확보되는 점도 독특하다. 언덕 하나를 넘어설 때마다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도 이런 굴곡이 주는 혜택이다. 운전하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다음 언덕, 다음 커브 뒤에는 어떤 모습이 나올지 괜한 기대감마저 갖게 된다. 내가 점점 한국에서 국도를 선호하는 이유를 비로소 프랑스에 와서 깨달았다. 


그럼에도 제한속도는 우리의 고속도로보다 높은 시속 130킬로미터다. 실제 고속도로를 달리는 대다수는 제한속도보다 약간 높은 속도로 달린다. 이곳을 달리는 차량의 성능이 한국의 도로를 달리는 차들보다 우수할까? 배기량도 작고 크기도 더 작은 차가 주류다. 다만, 독일과 마찬가지로 1차로는 추월 때만 사용하고 바로 빠져주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킨다. 하드웨어보다 ‘휴먼웨어(human-ware)’의 차이라고 봐야 한다. 


언덕이 많아서 가파른 오르막에는 저속차로가 하나 더 생기는 구간이 있다. 이때도 차이점이 있다. 추가 차로는 가장 오른쪽 갓길 쪽에서 시작된다. 오르막 끝에서 차로 개수가 줄어들 때는 1차로가 없어지면서 2차로로 통합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오른쪽 차로가 사라진다. 추월차로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한다면 가장 왼쪽 차로가 사라지는 게 안전하고 당연하다. 어차피 1차로는 잠깐 쓰고 2차로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른쪽 차로를 없애버리면 문제가 복잡하다. 더 느린 차량이 더 빠른 페이스로 오는 왼쪽 차로의 흐름을 방해하며 합류하기 때문이다. 이러면 누군가는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고 흐름의 속도가 줄어든다. 


르망의 라 사르트 서킷을 직접 달려보고 많은 용기를 얻은 후 복귀하는 길에 파리를 잠시 거쳤다. 유럽에는 많은 회전교차로가 있지만 파리 개선문을 둘러싸며 도는 회전교차로는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12개의 거리가 교차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거대한 시계 같다. 1시부터 12시 위치마다 드나드는 거리가 이 회전교차로 하나에서 만난다. 일반적인 회전교차로에서는 회전교차로 위에서 회전하고 있는 차량에게 통행 우선권이 있다. 즉, 들어가려는 차보다 나오는 차에 우선권이 있다. 들어가는 차에 우선권이 있으면 교차로 안에 차들이 가득 차 회전이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개선문 교차로에는 독특한 규칙이 있는데 진입하는 차량에 통행 우선권이 주어진다. 


처음 들었을 땐 회전교차로 내부가 아수라장이 될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직접 그 교차로에 차를 몰고 들어가봤다. 샹젤리제 거리에서 들어가 마흐소 거리로 나가보기도 하고, 빅토르 위고 거리에서 진입해 카르노 거리로 나가보기도 했다. 아예 회전교차로 위에서 다섯 바퀴쯤 빙빙 돌아보기도 했다.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무작정 밀고 들어오는 차량들이 위협적이지도 않았고, 회전교차로를 빠져나갈 때 시야 확보도 쉬웠다. 중간중간 진입하는 차에게 양보를 해야 하니 교차로 통과 속도가 다소 느려지긴 했지만 12개 거리를 신호등으로 기다리는 것보단 훨씬 시간을 아꼈다. 모두 동일한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알기 때문에 믿고 운전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일반적인 회전교차로의 규칙대로 움직인다면, 개선문을 향한 열두 방향의 모든 거리에 끔찍한 정체가 생겼을 것이다. 


여기에서도 같은 깨달음을 얻어간다. 중요한 건 하드웨어보단 사용자의 문화라는 사실이다. 일정한 규칙이 문화가 되고, 모두 그 규칙을 따른다면 안전한 교통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큰 예산을 들여 도로를 새로 만드는 일보다 중요한 건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문화를 심어주고 길러주는 것 아닐까? 

 

 

 

 

모터트렌드, 자동차, 자동차칼럼

CREDIT

EDITOR / 강병휘 / PHOTO / 최신엽(일러스트레이션) / MOTOR TREND

Twitter facebook kakao Talk LINE
  • · (주)가야미디어  
  • · 등록번호:인터넷뉴스사업자 서울, 자00454  
  • · 등록일: 2014년 3월 10일  
  • · 제호: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 · 발행인: 김영철  
  • · 편집인: 백재은  
  • · 주소: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81길 6 06195  
  • · 연락처: 02-317-4800  
  • · 발행일: 2013년 8월 1일  
  •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재은  
  • · 사업자등록번호120-81-28164  
  • · 부가통신사업 신고 제 2-01-14-0017 호 통신판매신고 제 2009-서울강남-01075호  

Copyright kayamedia Corp.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