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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Lifestyle

Beyond the Glass

누가 유리를 투명하다 했나. 유리는 결코 투명하지 않다. 그 속에는 꿈틀대는 생명력, 고요한 힘, 다채로운 빛의 오라가 뜨겁게 생동하고 있으니. 예술과 손잡은 유리의 무한 변신.

2018.05.04

© Chihuly Garden and Glass

 

생동하듯 춤추다 데일 치훌리

초록 식물과 춤추듯 생동하는 유리 조형물이 봄빛 정원에 가득하다. 유리 조형의 거장, 데일 치훌리(Dale Chihuly)의 솜씨다. 치훌리는 유리라는 인공 소재를 이용해 태양, 바다, 꽃 등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포착해왔다. 화려하고 유려한 곡선, 그 틈을 타고 흐르는 따뜻함과 찬란함. 그의 유리는 차가운 인공 세계를 가뿐히 넘어선다. 치훌리의 유리 조형은 특유의 생명력을 품은 채, 미지의 정원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다사다난했던 치훌리의 삶과 달리, 그의 유리 조형은 더없이 화려하게 빛난다. 사진은 2012년 시애틀에 문을 연 ‘치훌리 가든 앤 글라스’로, 전시홀, 글라스 하우스, 정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Michael Joo, Single Breath Transfer (Bikini), 2017, Mold-blown glass, 40×32×25cm, Courtesy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유리 안의 낯선 정체성 마이클 주

파격과 낯섦. 그의 작품 앞에 서면 누구라도 묘한 긴장감에 휩싸인다. 대체 이 작품은 뭐지? 한국계 미국인 작가 마이클 주. 그의 ‘Single Breath Transfer’ 연작 역시 얼핏 봐선 정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제목에서 단서를 유추하자면, 이 작품은 사람의 날숨을 종이 및 비닐봉투로 포착한 후 유리로 캐스팅해 제작한 것이다. 유리는 고체에서 액체로, 액체에서 다시 고체로 물질의 전이 상태를 완벽하게 반영하는 매체다. 무형의 숨을 고체화된 결정체로 탄생시킨 이 작업은 오랜 시간의 흔적을 담은 암석층, 원자운(原子雲)을 연상시킨다. 찰나에 흩어지는 인간의 숨을 고체화한 그것. 유리 속 그것은 여전히 같은 숨일까? 자연과 과학, 물질과 철학 등 그는 미묘한 경계에서, 정체성을 되묻는다.

 

 

황선태, 빛이 드는 공간, 2017, 51×68×4cm,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 전사, LED, 이미지 제공 아트사이트갤러리

 

빛과 시간의 그림 황선태

딱 봐도 평면의 회화다. 한데 대체 어디에 유리를 사용했단 말인가. 정답은 캔버스다. 황선태 작가의 ‘빛이 드는 공간’ 연작에서 그 비밀을 찾아보자. 그는 캔버스 대신 투명한 강화유리를 화면으로 사용한다. 샌딩가루를 고압 분사해 유리 표면을 깎아내면서 문양을 만드는 기법을 활용해, 선(그림)을 노출시킨다. 숨겨진 또 하나의 비밀은 바로 LED 조명. 그의 작품은 스위치를 켜면 은은한 빛을 발산한다. 이른 아침의 빛이 되거나 따뜻한 오후의 햇살, 저물 무렵의 빛이 되어 각기 다른 빛과 그림자를 만든다. 감정이 배제된 간결한 선과 빛,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공간. 일상의 공간은 그 순간 낯선 풍경으로 전이된다.

 

 

Olafur Eliasson, The Exploration of the Center of the Sun, Stainless steel, Color-effect filter glass(blue, green), LED system, Solar panel, Motor, 192cm in diameter, 2017, Courtesy of the Artist and PKM Gallery

 

찬란한 빛의 스펙트럼 올라퍼 엘리아슨

다양한 시각 실험을 펼치는 올라퍼 엘리아슨. 그는 어린 시절 아이슬란드에서 성장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을 대하는 과학적 태도와 직관적 반응을 자신의 예술 세계로 끌어들여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그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안긴 ‘날씨 프로젝트’는 물론 ‘태양의 중심 탐험’도 그 연장선이다. 이 작품은 태양광 패널을 갤러리 옥상정원에 설치하고, 그에 연결된 케이블을 통해 생산되는 전기가 그리는 광선과 그림자의 찬란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대형 유리 조각 작품이다. 비대칭 유리 다면체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퍼플, 그린, 옐로 등 우주 속 별의 배열을 암시하듯 끊임없이 유영하는 찬란한 빛의 세계를 완성한다. 

 

 

Lee Bul, Untitled (‘Infinity’suspended B01-1.1), Stainless steel, Aluminum, Elastic strings, Acrylic mirror, Two-way acrylic mirror, LED lights, Glass mirror, Acrylic beads, Pearl and Steel chain, 2015, 244(H)×80(D)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KM Gallery


거대한 미지의 블랙홀 이불

모빌 같기도 하고 초록빛 덩굴을 얹은 조명 같기도 한 설치 작품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 고개를 들어 내부를 보면 동그란 홀에 알 수 없는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다. 조각, 설치, 영상 등 여러 매체를 이용해 강렬하고 파격적인 작업을 선보여온 이불 작가. 외관상으론 모빌 같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람의 눈동자를 떠올리게 하는 이 작품은 이불의 ‘Infinity’ 시리즈다. LED 조명, 양면 유리 거울, 크리스털을 이용해 시각적 미감은 물론 내부 오브제의 형상을 무한히 반사시킴으로써 불멸에 대한 인간의 갈망을 드러낸다. 블랙홀의 눈, 그곳엔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디스토피아일 수도 있는, 알 수 없는 미래가 담겨 있다.

 

 

로니 혼 설치 전경, 사진 박준형,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고요하지만 강력한 로니 혼

철학적인 포스트 미니멀리스트. 문학과 시에 대한 사랑으로 잘 알려진 로니 혼의 작품은 고요하지만 강력한 사유를 이끈다. 각기 다른 은은한 색깔을 띠는 로니 혼의 유리 주조 조각. 이 색감은 대지, 물, 혹은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 공간을 압도하는 육중함과 그것을 포획하는 빛으로 인해 갑자기 움직임을 멈춘 듯한 평온한 세계가 완성된다. 공간에는 친밀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유리라는 소재가 그러하듯, 반복적이면서도 독자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조용하지만 강력한, 아름다운 시간적 명상. 5월 25일부터 
6월 30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로니 혼이 건네는 깊은 사유를 온전히 떠안아보길.

 

 

이미지 제공 갤러리 스클로

 

투명한 유리의 몸 박연희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몸’.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꿈꾸었을 그것. 박연희 작가는 자유로운 상태의 몸을 만들기 위해, 세 단계를 거친다. 방구석에 설치된 카메라로 알몸으로 생활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동영상으로 촬영된 몸을 몰드 블로잉 기법을 이용해 유리로 재현한다. 마지막으로 타인의 시선이 제거된 채 유리로 탄생한 몸을 사진으로 촬영한다. 유리 인체는 몰드에 뜨거운 유리를 한 국자씩 붓고 블로잉해 이어 붙인 형태. 입체적인 근육 덩어리와 투명한 유리의 물성이 만난 작가의 유리 인체는 낯선 신선함을 던진다. 타인의 시선이 제거된 자유로운 유리의 몸. 그런데 더욱 시선을 붙잡는 기묘한 아이러니를 남긴다.

 

 

(위) Jeff Zimmerman, Unique ‘Crystal Cluster’ Illuminated sculpture in blue and turquoise hand-blown glass. Designed and made by Jeff Zimmerman, USA, 2016, 68.6(H)×116.8(D)cm (아래) Jeff Zimmerman, Unique crumpled sculptural vessel in silver mirrorized translucent hand-blown glass with yellow-colored top and glass crystals. Designed and made by Jeff Zimmerman, USA, 2014, 27.9(H)×35.6(D)cm

 

© All photo Courtesy of Joe Kramm / R & Company

 

자연이 던진 찰나의 순간 제프 짐머만

유리 예술가 제프 짐머만. 작가의 작업은 기능과 예술의 경계에 서 있다. 천장으로 홀연히 날아가 샹들리에로, 유려한 촛대로, 바닥을 흥건히 흐르는 오브제로. 제프 짐머만의 유리는 이렇듯 자유자재로 변신한다. 그러나 그 모티프는 자연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얼음의 결정이 얼어붙는 순간을 포착한 샹들리에, 용암이 녹아내리는 찰나를 담은 오브제. 이 모든 게 ‘유리’라는 사실은 더욱 놀라움을 던진다. 짐머만의 작업은 화려하지만 부드럽고, 신비하지만 왠지 모를 편안함이 흐른다. 자연의 순간을 포착한 탓일 게다. 우연과 계획된 즉흥. 제프 짐머만은 그사이에서 낯선 아름다움을 던진다.
 

 

Wolfgang Buttress, Lucent, Chicago, 2015

 

거대한 별빛의 노래 볼프강 버트레스

16만9300개 알루미늄 부품으로 조립한 거대한 벌집 구조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조각가 볼프강 버트레스. ‘루슨트(Lucent)’ 역시 놀라움의 연속이다. 시카고의 상징인 존 핸콕 센터 로비에 영구 설치된 이 작품은 ‘별 지도’를 기반으로 한다. 직경 4m의 거대한 반구. 외형만 보면 산들바람에 떠 있는 거대한 민들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구 북반구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별 3115개를 담았다. 광섬유 케이블로 연결된 3115개에 달하는 빛나는 유리 구체는 바람에 흩어지는 꽃씨 같기도 하고, 빛이 퍼지는 모습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남반구는? 조각 아래에 설치된 유리 거울에는 반대편 남반구의 별이 아름답게 빛난다. 

 

 

 

 

더네이버, 유리, 작품

CREDIT

EDITOR / 설미현 / PHOTO / PR /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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