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레미마틴을 기본으로 한 버터플라이 티와 열을 가해 오렌지 향을 극대화한 코인트로를 이용한 ‘온 스테이지’ 칵테일. 2, 3 프랑스 프리미엄 오렌지 리큐어 코인트로와 코냑 레미마틴.

칵테일과 바텐더. 최근 몇 년간 주류 시장에서 이 단어를 제압할 적수는 없다. 그 인기만큼 세계적인 바텐더 대회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특별한 바텐더 대회가 지난 3월 프랑스 코냑 지방에서 열렸다. 2018 레미마틴 글로벌 바텐딩 컴피티션이 그것. 레미마틴 글로벌 바텐딩 컴피티션은 프랑스 프리미엄 오렌지 리큐어인 ‘코인트로’와 코냑인 ‘레미마틴’을 이용해 펼치는 세계 최고의 바텐더 대회다. 올해 역시 불가리아, 두바이, 러시아 등 세계 각국의 우승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최후의 우승자는 다름 아닌 알로프트 서울 명동의 바텐더 오정연. 한국인으로는 20년 만의 우승이다. “작년 8월에 한국 예선이 시작됐고, 바텐더 100여 명이 참가했어요. 그중 20명을, 다시 10명을 추렸고, 10월 아시아 파이널 대회를 거쳐 프랑스까지 가게 된 거죠.” 보통의 칵테일 대회 하면 맛, 테크닉, 독창성 등이 심사 포인트. 하나 레미마틴 컴피티션은 그 심사 기준부터 조금 특별하다. 대회 슬로건만 봐도 알 수 있다. ‘One Life Live Them’. 의역하자면 ‘하나의 나로 단정짓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즐겨라’는 의미다. “한번 사는 인생, 다양한 삶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누리라는 의미죠. 실제로 이번 참가자 중에는 타투이스트도 있고, 요가를 하는 이도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죠.” 2010년 바텐더의 길로 들어선 오연정. 그녀 역시 스타일리스트, 마술사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마술 무대를 위해 소믈리에 과정을 공부하다 바텐더의 길로 들어섰다. 레미마틴 컴피티션은 다채로운 삶을 즐기는 이들에게 큰 매력을 느낀다.  
“처음 참가한 이라면 심사위원들의 말에 당혹스러울 수 있어요. ‘너네 칵테일 잘 만드는 거 다 알아. 그러니 칵테일보다 다른 걸 보여줘!’” 대회는 블라인드 테스트 등 3코스의 챌린지로 구성되는데, 첫 관문부터 난코스다. “‘너의 스토리를 얘기해봐, 이 칵테일이 너의 인생, 탤런트와 어떤 연관이 있지?’ 칵테일에 대한 일종의 프레젠테이션이죠.” 이미 칵테일을 만드는 일에는 선수들인 만큼, 칵테일과 자신의 삶, 탤런트를 연결해 표현해내는 것이 가장 큰 포인트. 이쯤이면 오연정을 우승으로 이끈 칵테일이 더욱 궁금해진다. 
“온 스테이지(On Stage)라는 칵테일인데, 오렌지 리큐어인 코인트로와 오렌지 향과 잘 어울리는 레미마틴을 주재료로 사용했죠.” 오렌지색은 즐거움, 크리에이티브, 행복, 열정 등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다. 스타일리스트, 마술사, 바텐더로. 각기 다른 삶이지만, 무대 위에서의 예술이라는 공통점 또한 가진다. 오연정은 이러한 자신의 삶을 한 잔의 칵테일에 녹여냈다. “다소 아담하고 여린 잔은 저 자신을 뜻하고, 나비 모양 가니시는 무대 위를 나는 내 자신이죠.” 한 사람의 삶이라는 위대한 재료를 칵테일 안에 녹여낸 오연정만의 특별한 칵테일은 바다 건너 심사위원들마저 매료시켰다. “맛이요? 홍시에 오렌지즙을 짜고 차갑게 해서 입 안에 넣는 느낌? 달콤함과 부드러운 비터가 입 안을 때리는 재미있는 맛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칵테일도 물론이지만 평소 집에서도 레미마틴, 코인트로에 얼음을 넣어 종종 즐긴다는 그녀. 특히 코인트로에 약간의 소다를 넣어 가볍게 즐기면 더할 나위 없다고. “우리는 바를 야전병원이라고 해요. 낮에는 병원에서 치유하지만, 마음을 치유하는 건 바텐더라고요(웃음).” 술도 물론이지만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즐기는 그녀에게 바텐더의 삶은 더없이 매력적이었다. “대회 칵테일을 먹어보고 싶다는 분도 많은데, 실제 대회용은 알코올 도수가 높아 판매하긴 힘들어요. 대신 7월에 오픈할 알로프트 서울 명동 루프톱에서 도수를 조절한 온 스테이지를 맛볼 수 있어요.” 다채로운 마술쇼와 같은 삶을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오연정. 그녀는 ‘삶’이 곧 재료가 되는 그녀만의 독특한 칵테일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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