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부터 꽤 자극적이었다. 강렬한 레드색을 입은 Q60은 미끈하고 섹시했다. 긴 휠베이스와 짧은 오버행의 멋진 비율에, 볼륨을 한껏 강조한 도어와 날카롭게 뽑아낸 초승달 모양의 C 필러가 주는 시각적 자극이 여간 아니다. 풍만함과 예리함이 적절한 비율로 잘 어우러졌다. 여기에 차체 곳곳에 포인트를 준 크롬은 봄볕을 받아 차체를 더욱 또렷하게 각인시킨다.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다. 

실내도 고급스럽게 잘 꾸몄다. 플라스틱 소재는 거의 없고 가죽과 금속을 많이 사용했다. 센터페시아에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왜 2개나 필요한지는 모르겠으나 둘이 하는 일이 다르다. 물론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덕분에 센터페시아가 깔끔해졌다. 스포츠 시트는 몸을 잘 잡아주고 등받이가 높고 넓어 편하다. 가죽 질감도 좋다. 다만 가죽이 너무 부드러워 엉덩이가 약간씩 미끄러진다. 

Q60의 멋진 실내에 앉으니 예전 G35와 G37 기억이 문득문득 현실과 중첩된다. G37 세단과 쿠페도 Q60만큼이나 멋지고 근사한 차였다. 더불어 알싸한 달리기 성능과 빠르고 정확한 핸들링을 갖춰 인피니티의 ‘우아한 고성능’ 이미지 안착에 큰 역할을 했다. 

Q60은 이전 G37의 FM 플랫폼을 그대로 사용했다. FM은 ‘프런트 미드십’의 줄임말로 앞바퀴 축을 최대한 앞으로 밀어 엔진이 무게중심에 가깝도록 고안해 앞뒤 무게 밸런스에서 유리한 뒷바퀴굴림 플랫폼이다. 이전과 휠베이스가 같으니 뒷자리가 넓어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G70 쿠페보다 약간 더 높아지면서 헤드룸이 조금 넉넉해지기는 했다. 사실 쿠페는 뒷자리 승객을 위한 차는 아니다. 당연히 뒷문도 없다. 철저히 운전자와 동승자를 위한 차가 쿠페다. 그래서 도어도 크게 만들어 타고 내리기 쉽게 했다. 

섀시는 그대로지만 엔진이 달라졌다. 이전 VQ 계열 엔진은 3.5리터(315마력)와 3.7리터(330마력) V6 자연흡기였다. Q60에 들어가는 VR 엔진은 배기량을 3.0리터로 줄이고 두 개의 터보를 붙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출력은 무려 405마력. 리터당 135마력을 내는 것이니 배기량에 비해 엄청 높은 출력이다. 이렇게 출력을 짜낸 엔진은 거칠게 반응하는 게 보통이다. 대용량 터보 때문에 출력이 널뛰듯이 움직이거나, 특정 영역에서만 높은 출력을 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피니티의 VR30 엔진은 다루기 쉽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출발을 제외하면 터보래그를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반응했다. 새로운 터빈 스피드 센서 덕분이다. 최대 2만4000rpm의 높은 속도로 터빈 날개를 돌려 공기를 끌어들인다. 두 개의 터빈이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면서 엔진에 공기를 불어넣으니 엄청난 열이 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워터펌프를 1개가 아닌 2개를 달아 열에 대비했다. 

이 엔진은 꾸준하게 힘을 뽑아내는 지구력도 좋다. 최대토크(48.4kg·m)가 1600~5200rpm의 넓은 구간에서 나온다. 최대토크가 아주 낮은 영역부터 시작해 일상 영역 이상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니 터보래그를 느낄 새가 없고 반응도 빠른 것이다. 최고출력도 터보 엔진치고 꽤 높은 회전대(6400rpm)에서 나온다. 덕분에 운전자는 마치 자연흡기 엔진을 모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좋은 엔진이다. 미국 <워즈>가 선정한 2017년 세계 10대 엔진에 오를 만하다. 

엔진 무게도 이전 3.7리터보다 14.1킬로그램이나 줄었으니 앞뒤 무게 배분과 연비에서도 유리해졌다. 이런 변화는 주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전 G37과 비교하면 꽤 많은 변화를 느낀다. 우선 승차감이 더욱 편해졌다. 이전엔 단단함이 뚜렷이 느껴지는 승차감이었다면 지금은 20인치나 되는 타이어를 끼웠음에도 부드럽고 안락하다. 새로운 전자식 댐퍼는 차체 기울기와 진동 등을 감지해 지속적으로 평행을 유지하고 충격을 흡수한다. 고속 크루징에서 마치 노면을 밟는 게 아니라 스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차체가 침착하다. 물론 스포츠 모드로 놓으면 댐퍼가 약간 더 단단해지지만 아주 큰 변화를 줄 정도는 아니다. 잔진동이 약간 더 올라오는 정도다.

핸들링도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한다. 사실 이 차는 운전대와 앞바퀴에 기계적인 연결이 없다. 모두 전자식 센서에 따라 움직인다. ECU가 운전대 조향각을 인지해 앞바퀴 조향 액추에이터를 움직이는 방식이다. 기계식 연결이 없으니 노면 충격이 운전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 말은 노면 정보가 운전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고, 거친 노면에서 운전대가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조용한 것도 빼놓을 수 없겠다. 하체 방음을 잘했다. 서스펜션도 움직이는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어쩌면 듣지 못하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차는 노이즈 캔슬레이션 시스템이 들어갔다. 우퍼와 스피커에서 인간이 듣지 못하는 주파수를 내보내 탑승자의 귀를 고단하게 하는 소음을 듣지 못하도록 했다. 

국내에서 400마력이 넘는 고성능 쿠페는 쉐보레 카마로를 제외하면 모두 1억원이 훌쩍 넘는다. Q60은 전방 충돌 예측 경보, 차간거리 조절, 차선 유지, 보행자 감지 제동 등 거의 모든 옵션이 들어간 단일 모델이 6970만원이다. 빠르고 강하고 편하며 스타일도 아주 멋지다. 지금 한국에서 가격 대비 가치가 가장 높은 쿠페를 꼽으라면 단연 인피니티 Q60이다.   

실내는 가죽을 많이 사용하고 금속 소재로 고급스럽게 꾸몄다. 시트도 아주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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