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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Lifestyle

달나라로의 여행

창의적인 스토리텔링과 독창적인 무대 연출로 연극계에 혁신을 일으킨 천재 연출가 로베르 르파주. <달의 저편>을 만나기 전, 서로 다른 성격의 형제가 관객을 맞는다.

2018.04.27

옛 선현들은 달을 보고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를 찧는 토끼의 모습을 보았다. 똑같은 달을 보고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는 두꺼비를 떠올렸고, 다른 누군가는 집게발을 치켜세운 게를 떠올렸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거울을 떠올렸다. 그들은 달 표면의 얼룩덜룩한 무늬가 지구의 산과 바다를 그대로 비친 잔영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달의 뒷면도 당연히 앞면과 같으리라 믿었다. 로베르 르파주의 <달의 저편>은 이러한 달의 뒷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우리말로 ‘달의 저편’이라 번역된 이 작품의 프랑스어 제목은 ‘La Face Cachée de La Lune’이다. 번역하면 ‘달의 감추어진 면(상)’이란 뜻으로, 이는 공연의 내용을 보다 직접적으로 설명해주는 느낌이다. 달의 감추어진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1959년 10월 소련의 달 탐사선 루나 3호가 전송했던 달의 뒷면은, 그러나 인류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서로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는 달처럼, 공연에는 서로 다른 성격의 형제가 등장한다. 남 앞에서 존재를 드러내는 게 영 서툰 텔레마케터 필립과 남 앞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직성이 풀리는 기상캐스터 앙드레다. 외향적인 앙드레가 달의 이편이라면, 내향적인 필립은 ‘달의 저편’인 셈이다. 공연은 너무 다른 형제가 서로 닮은 구석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공상에 빠진 필립과 세속에 찌든 앙드레. 제목답게 공연은 필립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그의 꿈은 우주 여행으로, 그는 세탁 중에도 우주 여행을 상상한다. 바로 여기서 르파주의 장기가 발현된다.
빨래가 돌아가던 드럼세탁기의 문은 우주로 통하는 우주 비행선의 해치가 된다. 그런가 하면 이 둥근 창은 작은 어항이 되기도 하고, 달의 표면이 되기도 하는 등 자유자재로 변신한다. 르파주는 여기에 이미지와 영상, 첨단 무대장치까지 더해 환상적 무대를 창조해낸다. 물론, 하나의 소품을 다양하게 연출한 사례는 많다. 또한 현대적 무대장치를 사용하는 연출가도 부지기수다. 그 가운데서도 르파주의 입지가 독보적인 이유는 아마도 그의 상상력과 기술력 때문일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어떤 사물이 상상하지도 못한 ‘무엇’으로 변신하는데, 그 변신이 매끄럽고 유연하다. “그는 여러 다른 장르를 포개어 전혀 새로운 연극 예술을 창조해내고, 과거를 재구축하면서 미래 연극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다”는 2007년 유럽연극상 심사평은 공치사가 아니다. 
그런가 하면, 선배 연출가 피터 브룩은 그에게 이런 극찬을 하기도 했다. 참고로 피터 브룩은 현대 연극의 전설로 불리는 인물이다. “르파주와 그의 파트너들은 스스로에게 방대하고 깊이가 필요한 과제를 부과했다. (중략) 이를 위해 그들은 현대의 기술이 라이브 공연의 인간미를 섬기면서 동시에 지속시켜줄 수 있는 연극적 언어를 만들기 위해 실험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각종 소품과 현대적 무대장치를 이용한 세련된 미장센이 르파주가 만들어내는 연극적 언어라면, 이 공연의 주제는 르파주가 스스로에게 부과한 ‘방대하고 깊이가 필요한 과제’다. 그것이야말로 <달의 저편>을 이미지 위주의 쇼 스펙터클과 차별화시키는 지점이기도 하다. 르파주는 필립을 통해 ‘달의 저편’이 가진 매력을 간접적으로 환기한다. 어떤 대목에서는 ‘달의 저편’의 중요성을 직접적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필립은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을 제안하며 이렇게 말한다. “거기(달의 저편)에서는 지구가 안 보입니다. 그렇게 하면 우린 항상 자신에게로 향해 있던 눈을 돌려 광활한 우주를 바라보며 궁극의 현기증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달의 저편>은 궁극의 현기증을 경험하게 하는 작품인 것이다. 르파주와 함께하는 달나라 여행은 5월 16일에 시작해 19일에 끝난다. 이착륙은 LG아트센터에서. 

※ 이 글을 쓴 김일송은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더네이버, 연극, 달의 저편

CREDIT

EDITOR / 설미현 / PHOTO / LG아트센터 /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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