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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5008의 매력은 차고 넘친다

이제 나이 들어 자식들은 모두 집을 떠나고 가족은 아내와 나 둘뿐이다.

2018.04.23

 
이제 나이 들어 자식들은 모두 집을 떠나고 가족은 아내와 나 둘뿐이다. 커다란 차는 필요 없다. 그런데 미국에 사는 딸이 1년에 한두 번 손주 둘을 데리고 나온다. 그때 공항에 마중 나가 아이들과 짐을 싣고 올 차가 필요하다. 아이 둘을 데리고 하는 여행은 짐이 상상을 초월한다. 유모차 두 개와 큼직한 여행가방 너덧 개는 보통이다.
 
5008은 생각보다 차체가 아담한데 실내가 넉넉해 상당한 양의 짐을 실어 나를 것 같다. 7인승이라 2열엔 아이들 둘의 베이비 시트를 달고, 3열엔 어른 둘을 태울 수 있다. 1년에 한두 달을 위해 커다란 SUV를 살 필요가 있느냐고? 과거에도 여름 한철 가족과 놀러 가는 꿈을 꾸면서 1년 내내 봉고 밴을 몰고 다닌 적이 있다. 
 
딸과 손주가 미국으로 돌아가면 나 혼자 즐기는 차가 되는데, 회사가 있는 경북 김천에서 서울까지 오가느라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 고속도로를 500킬로미터 정도 달린다. 고속도로를 달리기에 편한 차가 필요하다. 요즘 고속도로는 요일과 시간에 관계없이 정체가 오락가락해 빨리 달리는 건 진즉에 포기해야 한다. 오히려 정체 속에서 나를 즐기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시보드가 멋진 차에 점수를 주는 까닭이다. 5008은 콘셉트카를 생각나게 하는 운전석이 멋지다.
 
5008보다 휠베이스가 짧은 3008은 2017년에 ‘유럽 올해의 차’ 상을 받았다. 요즘은 여기저기서 ‘올해의 차’를 많이 뽑지만 내가 신뢰하는 건 <모터 트렌드>의 ‘올해의 차’와 유럽 저널리스트 60명이 뽑는 ‘유럽 올해의 차’뿐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올해의 차’로 뽑힌 차는 인정해줄 만하다. 3008과 5008은 너비와 높이가 같고, 길이만 5008이 조금 길다. 휠베이스가 165밀리미터, 전체 길이가 190밀리미터 늘었다. 손주들 짐을 싣는 데 필요한 공간이다. 3008보다 50킬로그램 남짓 무거운 5008은 그렇게 크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 주차에 대한 압박이 덜하다.
 
난 프랑스 차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언젠가 프랑스 차를 내 차로 가져보고 싶었다. 시트로엥 DS나 2CV, 르노4 등 여러 프랑스 차가 나의 드림카였다. 검소하고 독창적인 기술에, 예술혼이 흐르는 프랑스 차가 좋았다. 5008은 지름이 작은 스티어링휠을 부여잡고 그 위로 넘보는 계기반이 독특하다. 세상에 프랑스 차만 이런 운전석을 제공한다. 그런 프랑스 차를 사랑한다. 젊은 날 타던 현대 엑셀의 스티어링휠을 작은 것으로 튜닝한 적이 있다. 작은 휠에 계기반이 가려지자 거울을 붙여 해결했다. 유쾌한 추억이다. 5008은 작은 스티어링휠을 한껏 아래로 내리면 편한 자세가 만들어진다. 
 
2열에 달린 세 개의 시트는 각각 앞뒤로 밀 수 있어 성인 남자 셋이 어깨 부딪히지 않고 탈 수 있다. 딸과 아이들이 미국으로 돌아간 다음엔 회사 직원들을 태울 수 있겠다. 게다가 레그룸도 넉넉하다. 3열은 떼어낼 수도 있는데 등받이를 접은 상태에서 오른쪽에 있는 노란색 레버를 당기면 쉽게 떨어진다. 자동차 의자를 풀밭에 놓고 즐기는 피크닉을 상상하니 마음이 흐뭇하다. 과거 2CV가 그랬다. 2CV를 타본 적은 없지만 시트로엥 광고 속의 따뜻한 분위기가 좋았다. 
 
역사가 오랜 푸조의 디젤 엔진은 성능과 내구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008을 타면서 폭발적인 성능은 필요 없지만 1.6보다 2.0리터 엔진을 사고 싶다. 120마력의 1.6리터 디젤 엔진은 중저속에서 만족할 성능을 보이지만 고속에서는 아무래도 힘이 부족한 듯하다. 내 차로 한다면 180마력의 2.0 GT가 바람직하다. 저속에서 불끈 솟는 토크가 나를 유혹한다.
 
땅바닥에 들러붙어 코너를 매끄럽게 돌아가는 프랑스 차의 주행감각은 SUV라고 예외가 아니다. ‘어드밴스드 그립 컨트롤’은 나도 모를 트릭으로 험한 길을 헤쳐 나간다. 사소한 문제는 빨리 달릴 때 노면을 많이 타 스티어링휠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는 거다. 아내가 운전하기에 조금 힘들지 않을까? 음, 이건 아내에게 비밀로 해야겠다. 글_박규철(편집위원)

 

2열 시트 뒤에 달린 간이 테이블, 넉넉한 파노라마 선루프, 콘셉트카를 생각나게 하는 멋진 스티어링휠과 센터페시아 등등. 5008의 매력은 차고 넘친다.

 

 

 

이 차는 어떨까?
기아 카니발

나에게 푸조 5008의 경쟁 상대는 다른 SUV가 아니라 미니밴인 카니발과 스타렉스다. 1년에 한두 번 짐을 많이 싣고, 평소에 고속도로를 편하게 달리는 차를 원한다. 카니발은 미니밴으로 완벽하지만 차가 너무 커 주차 스트레스가 걱정이다. 또 고속도로를 달릴 때마다 버스전용도로를 달리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지 못할까 두렵다. 내 차에 여섯 명을 태울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아서다. 스타렉스는 의자 몇 개 떼어내면 모터사이클을 실을 수 있을까? 

 

 

 

모터트렌드, 자동차, 푸조

 

CREDIT

EDITOR / 서인수 / PHOTO / 최민석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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