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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릴 수 없는 밤

‘가장 영화화가 기대되는 소설’로 꼽힌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이 원작 발간 7년 만에 동명의 제목으로 극장을 찾아온다. 분명한 건, 기존의 스릴러가 아니다.

2018.04.09

 

어떤 소설은 문장을 읽는 것과 동시에 묘사된 화면이 머릿속에 영화로 재생된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이 그런 소설이다. 빠른 호흡으로 순식간에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 뒤, 끝까지 책장을 접지 못하고 내달리게 하는 이 소설의 장면 장면은 눈앞에 그대로 펼쳐지는 것처럼 생생하다. 덕분에 <7년의 밤>은 발간 이후 ‘가장 영화화가 기대되는 소설’을 꼽는 설문 조사에서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출간 직후 15개 영화사에서 러브콜을 받을 정도였고, 영화화가 결정된 뒤 거짓말처럼 원작 발간 7년 만에 영화가 동명의 제목으로 극장을 찾아왔다.
일반적으로 원작이 있는 영화의 경우 관객이 가장 기대하는 지점은 소설 속 인물과 실사화된 영화에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와의 외모적 유사성이다.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문장으로 제공되는 한정된 정보 안에서 인물의 이미지를 상상하고, 그 이미지에 어울리는 배우가 역할을 맡기를 원한다. 소위 ‘싱크로율’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이 기대감 지수가 원작을 기억하는 이들의 몰입을 위해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7년의 밤>에서만큼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7년의 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물의 외양보다는 그들의 심리 변화이고 어딘지 알 수 없지만 공포가 실재하는 공간으로 관객을 내몰아가는 긴장감 있는 이야기 자체니까. 세령마을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죽은 딸의 복수를 하려는 남자와 그에게서 자기 아들을 지키려는 남자의 치열한 두뇌 싸움은 원작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이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쉽지 않은 작업은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추창민 감독에게 돌아갔다. 추창민 감독은 “인간이 태초부터 악하게 태어났다고 한다면, 과연 그 악은 진짜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영화를 만들었다. 겉으로 보이는 구도는 살인자와 그를 쫓는 사람으로 단순하지만, 인물들의 진짜 사정은 훨씬 복잡하고, 이러한 사정들이 겹치면서 이야기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구도에서 벗어난다. 딸의 죽음으로 광기에 시달리며 미친 듯이 살인자를 찾는 남자가 원래는 가정 폭력범이라면, 딸의 죽음의 순간 직전까지도 딸에게 폭력을 가하고 있었다면 과연 그를 딸을 잃어 슬픈 아버지로만 표현할 수 있을까? 우발적 사고 이후 잘못된 선택을 했고, 이로 인해 살인자가 되어버린 남자가 내내 트라우마 속에 살아갔다면, 그리고 그에게 아들과 세상 중 하나만 선택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원작에서는 한 챕터씩을 시점을 바꾸는 것으로 복잡한 인간의 심리를 묘사하는 데 주력했다면, 영화는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어야만 한다. 당연하게도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의 연기력이다. 
한순간의 우발적인 실수로 살인자가 된 남자 최현수 역은 류승룡이 맡았다. 사랑하는 자녀를 지켜야만 하는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 류승룡에게 처음이 아니다. 그를 천만 배우로 만들어 준 <7번 방의 선물>에서 그러했듯이, 사랑하는 존재를 위해 모든 것을 걸 때 가장 치열해지는 남자를 연기할 때 류승룡은 늘 관객의 마음을 울렸다. 하지만 <7년의 밤>에서 가장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인물은 바로 오영제 역할의 장동건이다. 오영제는 단순히 딸을 잃어 고통받는 아버지도 아니고, 뻔한 복수의 화신도 아니다.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아내와 딸에게 폭력을 행사하지만 동시에 그들에 대해 강렬한 소유욕을 보이고, 딸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갈 만큼 집요한 악인이다. 장동건이 어떻게 오영제를 표현하고 연기했는지에 따라 <7년의 밤>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장동건의 연기 변신에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이 글을 쓴 윤이나는 영화 칼럼니스트이다.  

 

 

 

 

 

더네이버, 영화, 7년의 밤

CREDIT

EDITOR / 설미현 / PHOTO / 폴룩스(주)바른손 /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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