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는 그해 가장 유명한 인사가 기조연설을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이동 및 정보통신 산업 전시회인 만큼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 등 관계 기관이나 조직의 명사가 강단에 오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올해는 ‘모터스포츠와 4차 산업혁명’이란 주제로 F1 드라이버 페르난도 알론소가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모터스포츠와 정보통신 산업은 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알론소는 정보산업이 모터스포츠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지금의 모터스포츠는 드라이버의 재능만으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하고 활용하느냐가 경주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실례로 맥라렌 F1 팀은 그랑프리마다 2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합니다. 트랙의 특성에 맞춰 어떤 타이어를 선택하고, 어느 지점에서 가속과 감속을 하며, 언제 피트인을 해야 하는지 최적의 솔루션을 찾죠. 기온, 습도, 온도 등 경주 외적인 요소들에 따라 전략과 전술을 어떻게 변화할지 등도 시뮬레이션에 포함됩니다. 즉 이런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팀이 유리한 게 사실입니다.”

현존 F1 드라이버 중 알론소는 가장 많은 경험과 경력을 지녔다. 2001년 F1에서 데뷔했으니 올해로 17년째에 접어들었고 두 번의 F1 챔피언에 올랐다. 즉 그는 최첨단 자동차 기술이 집약된 F1에서 가장 오랫동안 기술의 발전을 직접 경험한 인물이다. 

“저는 F1이 연구소와 같다고 생각해요. 데이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죠. 가속페달을 밟고 변속을 하고 브레이크를 밟는 모든 행동이 모두 데이터가 되고, 이 데이터가 다음 경주 향상을 위한 중요한 정보가 됩니다.”
어쩌면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5G, 커넥티비티, 빅데이터 등은 모터스포츠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일지 모른다. F1 경주차는 시속 350킬로미터로 달리면서도 언제나 팀과 연결돼 실시간으로 엔진과 변속기 등 경주차의 모든 컨디션을 점검한다. 드라이버와 실시간으로 통신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알론소가 경주 중 끼는 장갑은 심장박동을 측정하는 기능이 있어 드라이버의 상태도 체크할 수 있다. 

“올해 우리 팀은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F1 역사상 처음으로 헤일로(드라이버 보호 장치)를 의무적으로 달아야 하죠. 엔진도 혼다에서 르노로 바뀌었습니다. 새 엔진에 따른 새로운 기어박스가 들어갔고 뒤 서스펜션도 바꿨죠. 그래서 이번 스페인 테스트에서 많은 데이터를 축적해야 합니다.”

현재(3월 10일) 각 F1 팀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서킷에서 경주차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바르셀로나 테스트는 매년 진행되는데, 드라이버가 새로운 경주차에 적응하고 경주차 데이터를 축적해 시즌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올해 알론소는 훨씬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WEC에도 출전해야 하니까.    

트리플 크라운 노리는 알론소
알론소는 올해 F1과 WEC에 동시 출전해 풀타임 소화할 예정이다. 맥라렌 F1의 퍼스트 드라이버로 그리고 WEC에서는 토요타 가주 레이싱 팀으로 LMP1에 도전한다. 즉 전 세계를 돌며 21번의 F1 그랑프리와 8번의 내구레이스를 소화하는 강행군에 접어든 것. 알론소는 F1과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 그리고 인디500에서 모두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트리플 크라운을 노리고 있다. 올해 WEC LMP1 클래스는 토요타밖에 없으니 우승이 거의 확실하다. 이제 36살의 챔피언에게 남은 건 지난해 실패한 인디500 우승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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