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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를 소환하다

세계를 뒤흔든 K팝은 난데없이 등장한 음악이 아니다. 한국 대중음악사를 수놓은 앨범 100여 장은 그 위대한 증거물이다. 역사와 추억을 소환하듯 아티스트 100인이 대중음악사에 기억될 LP 100장을 캔버스 위로 부활시켰다.

2018.04.06

1 두민, 이문세 5집 앨범 - 붉은노을, Remember the Red Glow  2 델로스, 한명숙 - 노오란샤쓰의 사나이  3 김동유, Cho Yong Pil, Oil on Canvas  4 하태임, 김건모 3집, Acrylic on Canvas  5 노세환, 유재하 - 사랑하기 때문에, Meltdown - Green Apples  6 오조, Brenda Lee, Throwback Brenda Lee 

 

정사각형 LP 음반은 이제 추억의 유물이 됐다. ‘아날로그’, ‘그땐 그랬지’라는 추억 속 어느 한 자리에 뿌연 그리움으로 남았으니. 음반을 소장한다는 것 자체가 낯선 이 시대에 추억 속 LP가 부활했다. 물론 이것은 단순한 추억, 그 이상의 의미다. 대중음악 평론가이자 LP 컬렉터로도 유명한 최규성. 그는 3년 넘게 네이버 백과사전에 ‘한국 대중가요 앨범 1만1000’ 작업을 진행했고, 작업을 마쳐가던 즈음 한 갤러리로부터 대중가요 LP 음반 전시에 필요한 앨범 선정을 제안받았다. “100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 대중가요 역사와 데이터베이스를 완료한 1만1000여 장의 대중가요 앨범 중 LP 100장을 선정하는 작업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우선 한국 대중음악사적으로 의미 있거나 추억을 자극하는 당대 히트작을 아우르는 ‘발굴과 추억’을 모토로 주제 10가지를 선택했다.” 한국에서 최초로 만든 LP부터 다양한 최초의 기록을 남긴 희귀 앨범으로 구성된 ‘First Record’, LP 시절 등장한 중요 가수의 데뷔 음반을 담은 ‘Debut Album’, 아날로그 시절을 수놓은 한국 영화의 OST 음반, 100만 장 이상 판매 기록을 세운 앨범, 어린이 가수들의 앨범, 내한 공연을 펼친 해외 팝 아티스트 등 추억을 자극하는 앨범들이 갤러리를 채웠다. 

 

 

7 홍경택, 김완선, Acrylic & Oil on Canvas  8 안윤모, 펄시스터즈 - 커피 한잔!  9 제이플로우, Seo Taiji n Boys 1st  10 최성석, 김광석 다시그리기, Oil on Canvas  11 윤종석, 전인권 맴도는 얼굴, 그의 목소리는 나의 심장을 뛰게 한다  12 정성원, 아이유 -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둘, Antic and Utopia 

 

 

4월 2일까지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펼쳐질 한국 대중음악 전시 <100 Albums 100 Artists>. 이번 전시는 국내 LP 제작 시대가 개막한 1958년부터 2015년 일본에서 발매된 걸그룹 소녀시대의 픽처 LP까지, 58년의 역사가 소환된다. 당연히 당대의 주목할 만한 LP를 선보이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음악(?). 김동유, 이동재, 홍경택 등 국내 유명 아티스트 100인이 선정한 앨범과 수록곡에서 영감을 받아 특별한 아트 작업을 펼쳤다. 작업의 사이즈 역시 LP 크기인 31×31cm의 캔버스다. 그렇다면 수많은 앨범 중 아티스트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준 앨범은? 바로 유재하다. 여전히 많은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며 영원한 천재 뮤지션으로 기억되는 유재하. 1987년 발매된 유재하의 데뷔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는 사실 음반 발매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아무 반응도 얻지 못했다. 이 앨범은 안타까운 그의 운명처럼, 1987년 11월 1일 유재하가 2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유재하를 그리듯 노세환, 이동욱 등 많은 아티스트들이 <사랑하기 때문에>에서 영감 받은 LP 사이즈의 작품으로 그를 추억했다. 이쯤에서 드는 궁금증 하나. 그렇다면 국내 대중가요 음반 중 최다 판매 기록을 갱신한 음반은? 정답은 이문세의 4집으로, 285만 장이 팔렸다. 이어 발표한 5집은 작곡가 이영훈과 콤비를 이뤄 발매한 ‘명반 3부작’의 완결판으로 평가받는다. 이문세의 음반은 놀라운 판매 기록 외에도 흥미로운 방점 하나를 남겼다. 1988년. 그 당시의 대중가요 LP 음반 가격은 3,300원이었다. 킹레코드는 이문제 5집의 가격을 팝송 음반과 같은 수준인 4,000원으로 인상했고, 이에 소매상들은 불매 운동까지 펼쳤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대중의 선택. 이문세의 5집은 258만 장이 판매됐고, 팝송 음반보다 저평가되고 판매가도 낮았던 대중가요 음반에 대한 재평가의 계기가 되었다. 

 

 

13 국내 최초의 LP, KBS레코드, 1958년  14 패티김 데뷔 앨범, 1962년, 오아시스레코드  15 보아, ID_ Peace B, 2002년, AVEX(일본)  16 싸이, 미국 발매, 강남스타일 한정본 픽처 LP

 

이뿐인가. 우리나라 대중가요 중 첫 밀리언셀러 음반으로 기록된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1973년 일본에서 발매된 펄 시스터즈의 <SUPER HITS JUN & SYUKU>, 총 220만 장이 팔리며 사회적 신드롬까지 일으킨 서태지와 아이들의 2집 <하여가>, 286만 장으로 한국 기네스북 최다 판매 앨범으로 기록된 김건모의 3집 <잘못된 만남>,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이 작사 작곡한 댄스곡으로 화제를 모은 김완선의 <리듬 속의 그 춤을> 등 우리의 기억 속을 장식한 수많은 앨범이 아티스트의 신선한 영감과 아이디어를 거쳐 캔버스 위에 뜨겁게 안착했다.   
가장 많이 듣고 자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낯선 한국 대중음악사. 한국 최초의 가수는? 최초의 금지곡, 록, 포크 음악은? 국내 최초로 LP가 제작된 때는?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서 ‘최초’라는 공식 인증서 발급은 쉽지 않았다. 정확한 데이터베이스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대중음악사에 새겨진 최초의 기록들, 그리고 당대의 시대상을 말해주는 앨범들까지, 이번 전시는 그 의미 있는 역사의 기록인 셈이다. 물론 한국 대중가요의 깊은 곳까지를 들여다보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전시지만, 당신의 헛헛한 가슴 한구석을 어루만지는 데는 충분한 전시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K팝이 느닷없이 등장한 음악이 아니라는 사실을 뜨겁게 확인할 것이다.    

 

 

 

 

 

더네이버, LP, 아티스트

 

CREDIT

EDITOR / 설미현 / PHOTO / /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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