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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즐거운 입체교차로

입체교차로는 일반도로에서 가장 레이스 트랙과 닮아 있다. 그래서 더 세심한 설계와 관리가 필요하다

2018.04.03

 

이든이는 터널이나 지하차도와 같이 위가 지붕처럼 막혀 있는 길에 관심이 많다. 입체교차로도 비슷하다. 위가 막혀 있어서인지 그 아래를 지나갈 때면 눈동자가 초롱초롱해진다. 얼마 전 고가도로 위를 단둘이 걸어간 적 있다. 발 밑으로 지나가는 자동차들을 보여주자 무척 관심을 보인다. “저 아래 있는 자동차들이 볼 땐, 우리가 지하도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일 거야”라고 일러주자 살짝 충격을 받은 듯했다. 도로의 지붕 위에 다른 자동차가 다니고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나 보다. 


나도 사실 똑같았다. 내가 유년기를 보낸 작은 동네에는 고가도로가 하나도 없었다. 2차원적인 도로 형태가 전부인 줄 알았다. 처음 입체교차로를 봤을 때, 그 구조는 하나의 건축예술처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신호등이나 정지할 필요가 없고 다른 교통에 영향을 최소화하며 매끄럽게 다른 도로로 갈아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후 내 스케치북은 크레파스로 그린 다양한 형태의 입체교차로 그림들로 가득 찼다. 도로 건설 비용에 대한 개념이 전무했기에 상상 가능한 수많은 형태의 입체교차로를 반복해 그렸다. 벌써 30년 전 이야기지만 지금도 난 입체교차로를 보면 세 살짜리 딸아이처럼 설렌다. 


입체교차로는 두 개 이상의 도로를 서로 연결한다는 건설 목적에 따라 방향을 바꾸기 위해 대부분 코너 형태로 만들어진다. 바꿔 말하면 자동차에 걸리는 종·횡중력의 크기 변화가 큰 구간이 된다. 또한 차로 개수가 적고 갓길 공간도 협소해 차선을 이탈하면 사고 위험이 크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일반도로에서 가장 레이스 트랙과 닮아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그만큼 안전하게 돌아나가기 위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코너를 도는 중 차체를 불안하게 흔들어대는 일부 입체교차로의 노면 상태는 이해할 수 있다. 이건 당국의 유지보수 문제이지 근본적인 설계의 문제는 아니니까 말이다. 아쉬운 건 입체교차로 램프 노면의 편경사율이다. 편경사를 레이스 트랙에서는 뱅크라고도 표현하는데, 선회 중인 자동차의 원심력을 감소시키기 위해 도로를 회전 방향으로 기울이는 구조를 뜻한다. 국내 입체교차로의 편경사율은 회전반경과 설계 속도, 기타 고려 사항에 따라 최대 8퍼센트 내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교차로 램프임에도 편경사가 없거나 오히려 음의 편경사 값을 갖는 구간을 만날 때도 있다. 무게중심이 높고 무거운 SUV는 당황하기 쉽다. 


이보다 자주 경험하는 문제는 회전반경이다. 입체교차로의 270도 선회구간 기준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의 회전반경을 갖는 곳도 있지만 중간에 회전반경이 변하는 교차로도 상당수 존재한다. 그런데 중간에 회전반경이 변화하는 입체교차로 램프 대부분은 회전반경이 점점 작아지는 형태를 지닌다. 즉, 코너가 진행됨에 따라 더 꺾여 들어가 운전대를 더 돌려줘야 하는 구조다. 레이스 트랙의 코너 역시 난이도를 높이려고 중간에 회전반경을 변화시키곤 하는데 그중 회전반경이 점점 작아지는 코너가 선수들에게도 어렵고 위험한 형태다. 회전반경이 줄어들면 선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속을 해야 하므로 차체 균형이 불안정한 상태로 변한다. 선회 중 제동력은 직선에서 제동보다 효율도 떨어진다. 왜 이런 구조의 입체교차로가 많은지 잘 모르겠다. 회전반경이 변하지 않거나 점차 커져나가는 코너가 운전자에게 훨씬 안전하다. 코너 시작 부분에서 사고가 우려된다면 차라리 입체교차로 램프 초입에 과속 카메라를 설치하는 게 낫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직선구간에는 즐비하지만, 고속도로에서 가장 회전곡률이 심하고 안전속도 통제가 엄격해야 할 회전 램프에는 어째서 단속 카메라 하나 없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회전 램프가 끝나고 본선으로 합류하는 구간에도 개선이 필요하다. 모든 고속도로 교차로가 같은 구조와 문제점을 갖고 있다. 본선으로 합류하기 전 가속구간을 마련하는데, 이 구간에서 최대한 본선 주행 흐름에 맞게 속도를 올리라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 가속구간 끝에 양보 의무를 뜻하는 역삼각형이 그려져 있다. 이상한 일이다.  


합류 램프에서 두 대의 차가 동시에 마주쳤을 때 어느 쪽이 공간을 내주는 게 더 옳을까? 유럽권 운전자는 대부분 본선 주행차로를 달리던 차량이 왼쪽 추월차로로 옮겨가는 식으로 진입하려는 차량에게 미리 자리를 양보한다.

모든 차는 감속력보다 가속력이 약하다. 가속차로상의 진입 차량이 양보를 하느라 속도가 떨어져버리면 본선과의 속도와 흐름 차이는 더 커지고 재가속에 더 많은 공간과 시간이 필요해진다. 본선에 진입하기 더욱 위험해지는 악순환에 빠지는 셈이다. 합류할 때는 최대한 빠르게 속도를 높이고, 합류하는 차가 보일 때는 여유롭게 공간을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글_강병휘(자동차 칼럼니스트) 

 

 

 

모터트렌드, 자동차, 칼럼

CREDIT

EDITOR / 강병휘 / PHOTO / 최신엽(일러스트레이션)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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